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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구광모
[朝鮮칼럼] 임금의 사회적 조율, 경영계가 나서라

2026.06.21 23:56

임금 연대의 상징인
스웨덴 중앙 교섭 사례는
경영계의 요구로 시작

삼전닉스 성과급 문제도
노동·정치에 미루지 말고
대기업 총수들이 결단을



롯데백화점 동탄점에서 쇼핑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최근 '삼전닉스 성과급'으로 점포 인근 지역 주민들의 가처분 소득이 늘면서 명품, 가전 매출 등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동탄은 아파트값도 급등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자본주의 체제에는 필수불가결한 두 요소가 있다. 노동과 자본이다. 어느 하나가 없어도 자본주의는 유지될 수 없다. 그럼에도 둘의 관계는 순탄하지 않았다.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은 자본주의 존폐를 걸고 치열한 계급 투쟁을 벌였고, 그 대립은 1917년 러시아 혁명과 1922년 소련의 출범으로 극에 달했다. 세계는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으로 양분됐다.

위기감에 휩싸인 자본주의 진영은 계급 간 타협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자본 측은 노동자의 단결권, 단체 교섭권, 단체 행동권을 인정했고, 노동 측은 자본가의 소유권과 경영권을 인정했다. 이 타협을 토대로 자본주의는 비약적 성장과 진화를 이루었다. 자본 측은 시장 경제를 지키며 부를 키웠고, 노동 측은 풍요의 혜택을 누리며 부동산·주식 등의 자산도 소유했다. 반면 자본계급의 절멸을 내걸고 국가가 자본과 노동을 통제한 공산주의 진영은 몰락했다.

자본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진행한 계급 타협 중에서 놓치면 안 되는 전략이 있다. ‘임금의 사회적 조율’이다. 국가 테두리 안에서 노동의 소득 격차를 조율한 것이다. 자본주의 초기 노동자가 극심한 빈곤과 굶주림에 시달리던 시절, 자본과 노동 간 불평등은 ‘1대 99’라는 극단적 구조로 표현됐다. 반면 오늘날 풍요의 시대에는 ‘10대 90’이라는 일상적 불평등이 부상한다. 업무 특성과 거주 지역이 확연하게 분리된 구조적 불평등과 달리, 국민 대다수가 매일 접촉하며 체감하는 일상의 불평등은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자본주의의 건강한 발전을 저해한다.

임금 조율은 경영계의 실리와 노동계의 명분을 동시에 충족하는 상호 윈윈 전략이다. 자본 측은 임금을 적절하게 제어한 덕분에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고, 노동 측은 노동계급 내 평등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

임금 조율의 성공 사례는 스웨덴 중앙 교섭이다. 스웨덴 사용자총연합(SAF)과 노동조합총연맹(LO)은 1952년부터 1983년까지 29년에 걸쳐 중앙 교섭을 통해 임금을 조율했다. 세계 노사 교섭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중앙 교섭의 출발에 대해선 잘못 알고 있거나 간과한다. 불신과 선입견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대한민국 경영계와 노동계에서 특히 오해가 심하다. 연대 임금이 노동계의 요구로 시작된 것으로 여기는데, 사실 스웨덴 중앙 교섭은 경영계 요구로 시작된 기획이었다. 당시 스웨덴 건설 노동자의 시급은 전체 노동자 평균의 1.7배였다. 겨울이 길어 노동 기간이 짧았던 건설 분야의 건설노조(Byggnads)가 전투적으로 투쟁하며 임금을 올렸다. 여타 산업의 노동자들은 건설에 준하는 고임금을 관철하려 했다.

높은 수출 의존도로 치열한 국제 경쟁에 노출돼 임금 인상을 자제했던 기계금속사용자협회(VF)와 금속노조(Metall)는 곤혹스러웠다. 고임금 흐름을 막아야 했다. 그 구상이 산업별 교섭의 힘을 빼는 중앙 교섭이었다. 사용자총연합은 노조총연맹에 중앙 교섭을 요청했다. 산업별 이해를 조율할 자신이 없었던 노조총연맹은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사민당 정부와 금속노조가 중앙 교섭을 강하게 요구했다. 그렇게 시작된 게 스웨덴 중앙 교섭의 발단이다. 다시 강조하는데, 스웨덴 중앙 교섭과 연대 임금은 노동계의 요구가 아니라 경영계의 전략적 필요에 의해 시작됐다. 대한민국 경영계가 연대 임금 제도를 무조건 반대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스웨덴 노사는 중앙 교섭 이후에도 산업별 교섭으로 임금을 세밀하게 조율했다. 대한민국 노사 역시 기업별 체계 내에서라도 사회적 임금 수준을 고려하며 협상해 왔다. 그랬는데 최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성과급 파동으로 이 조율 체계가 엉망진창이 됐다. 공교롭게도 가장 곤란한 집단은 이 파동의 유탄을 맞아 임금과 성과급의 급격한 상승 압박에 시달리는 대기업 경영계다. 중국의 저임금 공세로 고전 중인 조선·철강·디스플레이 산업은 더 절박한 상황이다.

이 사태는 국가 차원의 경영 전략, 산업 전략, 사회 전략을 외면한 채 노동계와 정치권에 모든 책임을 떠넘긴 대한민국 경영계의 자업자득이다. 트럼프 시대의 미국에서 적나라하게 확인하듯, 자본에 국경은 없어도 국적은 있다. 경영계는 ‘임금의 사회적 조율’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략 마련에 진지하게 나서야 한다. 한경협과 경총이 전략적 기능을 발휘하도록 재설계해야 한다. 이재용, 최태원, 정의선, 구광모, 김승연, 정기선, 허태수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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