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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인차라고?" 한국 vs 중국 자율주행 택시 직접 타봤다

2026.06.22 04:31

<5> 중국 과학굴기 해부: 기술 포비아는 없다
선전서 탄 포니에이아이, 능숙한 운전 '눈길'
"주행이 학습" 도로 달리는 중국 자율주행차
제한된 공간 머무른 한국은 '주행거리 저조'
서울 로보택시 7대뿐 "한국식 속도 찾아야"

편집자주

'짝퉁'과 '탈취'만으로 중국의 첨단기술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중국은 인공지능(AI)·로봇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중국 혁신의 현장을 들여다보고 한국이 무엇을 경계하고 무엇을 배워야 할지 짚어봤습니다.





"우와, 코너를 엄청 부드럽게 도는데요."

"앞차가 없으면 그냥 갈 법도 한데, 노란불을 보더니 바로 서네요."

4월 20일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중국 자율주행 기업 포니에이아이(Pony.ai) 로보택시를 탄 기자와 동승자는 진지하게 얘기를 주고받았다. 무인 차량에 몸을 맡긴다는 생각에 긴장했지만, 탑승 후 10분쯤 지나자 "무인 차량이란 사실을 잊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행은 자연스러웠다.

지난 4월 20일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탑승한 중국 자율주행 기업 포니에이아이(Pony.ai) 로보택시. 20분간 탑승해 보니 주행은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선전=신은별 기자


탑승 구간은 선전 바오안구 일대 승차 지점에서 선전베이공원 인근까지 7㎞, 20분 남짓 걸렸다. 앱으로 예약한 뒤 '로보택시 전용 승하차 지점'에서 만난 차량 외부에는 자율주행 이동 서비스임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운전석은 있었지만, 탑승자가 핸들을 만지지 못하도록 투명 플라스틱 가림막이 설치됐다. 업계 관계자는 "운전석을 아예 없앤 차량도 있다"고 설명했다.

동승자가 중국어로 "카이시 싱청(开始行程·운행 시작)"이라고 말하자, 차량은 "하오더(好的·알겠습니다)"라고 답한 뒤 문을 잠그고 출발했다. 차는 제한속도와 주변 차량 흐름에 맞춰 속도를 조절했다. 신호 앞에서는 급정거 없이 속도를 줄였고, 방향을 틀 때도 안정적이었다. 옆 차선 차량의 끼어들기, 도로 위 장애물 등에도 급조작 없이 대응했다.

탑승을 마칠 무렵 "주행 성능이 인상적이고 안전해 보인다"고 말하자, 함께 탑승했던 현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실제 도로에서 반복적으로 시험하며 데이터를 쌓았기 때문입니다."

도로에서 배운 로보택시... "인상적 주행"



로보택시는 중국이 과학기술 발전의 성과로 내세우는 대표 분야 중 하나다. 그만큼 상용화 속도도 빠르다. 배경엔 실제 도로에서 축적한 방대한 주행 데이터가 있다. 자율주행의 완성도와 상용화 속도는 보행자, 오토바이, 불법 주정차, 공사 구간, 끼어들기 같은 예외 상황을 얼마나 많이, 얼마나 다양한 조건에서 학습했느냐에 따라 갈린다.

4월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베이징국제오토쇼에서 지리자동차그룹이 선보인 '에바 캡' 옆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서 있다. 에바 캡은 양산차를 개조한 기존 로보택시와 달리 초기 설계부터 무인 운행을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 특징이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포니에이아이에 따르면 3월 기준 누적 자율주행 도로 시험·운영거리는 7,000만㎞를 넘었고, 이 가운데 운전석 안전요원 없이 달린 완전 무인 주행거리는 2,000만㎞를 돌파했다. 자사 기술이 적용된 로보택시 규모는 1,400대 이상이다. 회사는 연말까지 3,000대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포니에이아이만이 아니다. 중국 바이두에는 더 방대한 규모의 도로 데이터가 있다. 회사는 로보택시 서비스 '아폴로 고'의 누적 자율주행 거리가 2월 기준 3억㎞, 완전 무인 주행거리는 1억9,000만㎞를 넘었다고 밝혔다.

중국 기업들이 방대한 데이터를 쌓을 수 있었던 데에는 선전을 비롯한 주요 도시가 도로를 실증 공간으로 열어준 영향이 컸다. 베이징이 2020년 9월 이좡 지역을 중심으로 최초의 자율주행 시범구를 조성한 뒤, 선전·우한·상하이 등 주요 도시가 실제 도로를 시험장으로 열었다. 선전은 2022년 8월부터 특정 도로에서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 운행을 허용했고, 2025년 10월에는 포니에이아이에 선전 최초의 도심 전역 무인 상업 로보택시 허가를 내줬다.

무인 주행은 중국만의 선택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알파벳 자회사 웨이모가 피닉스,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오스틴 등에서 유료 로보택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자율주행 분야를 선도하는 중국과 미국 모두 운행 범위를 넓히며 더 많은 변수를 데이터로 축적하고 있다.

강남 로보택시 7대... 한국의 제한된 운영



한국의 자율주행은 중국과 달리 오랫동안 정해진 노선과 제한된 구역에 머물렀다. 시범운행지구는 첫 지정 당시 6곳에서 지난해 말 55곳까지 늘었지만, 특정 노선과 구간 중심이라 충분한 주행거리로 이어지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관계부처합동 자료에 따르면 한국 전체의 기업 누적거리는 1,306만㎞로, 미국과 중국의 개별 기업 누적거리에도 훨씬 못 미친다. 웨이모는 1억6,000만㎞, 아폴로 고는 1억㎞에 달한다.

그래픽=김대훈 기자·챗GPT 생성 이미지


최근 서울에서도 로보택시가 유료 운행을 시작했지만 갈 길이 멀다. 운행 시간은 평일 밤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운행 범위는 강남의 20.4㎢에 국한돼 있다. 그러나 이 구간을 다니는 차량은 7대뿐이라 로보택시가 마주하는 도로 상황과 승객 호출 데이터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한국일보가 5월 19일 밤 10시 20분부터 20분간 강남역에서 호출을 시도했지만 앱에서 이용 가능한 차량은 잡히지 않았다.

그나마 지정된 구간에서도 주행의 연속성은 끊겼다. 1월 26일 제도 개선 전까지는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에선 자율주행 운행이 제한돼, 실증 차량은 해당 구간에서 수동 주행으로 전환됐다. 연구개발(R&D) 목적의 자율주행 원본 영상 활용도 제한적이었다. 심현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규제 때문에 못 달렸다고 보는 것은 잘못된 독해"라며 "중국과 미국이 AI 기반 자율주행으로 가는 동안 한국은 정밀지도와 차량통신 등 인프라 중심 접근에 무게를 뒀다"고 말했다.

5월 19일 밤 서울 강남역에서 로보택시를 타고자 했으나 탈 수 없었다. 운행 중인 차량이 7대뿐이라 빈 차량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로보택시는 평일 밤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강남 지역(20.4㎢)에서만 운행된다. 정해진 구역에서 제한된 시간에 운행되기 때문에 데이터를 축적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카카오택시 캡처


중국 현지의 한국 대기업 관계자는 두 나라의 차이를 '기술을 시장에 내놓는 태도'에서 찾았다. 그는 "중국은 완성되지 않은 기술이라도 일정 기준을 넘으면 먼저 쓰면서 확대하고 문제를 보완하는데, 한국은 처음부터 높은 기준을 세워놓고 그 아래로는 내놓지 않기 때문에 도로에서 충분히 운행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의 실행 속도가 빠른 것은 신기술을 비교적 빠르게 받아들이는 소비자들의 특성도 한몫한다. 백서인 한양대 중국학과 교수는 최근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가 발행한 책 '2026 중국 과학기술의 부상과 미래 전망'에서 "신기술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지만 중국 소비자들은 신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낮고 구매에도 적극적"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얼리어답터"라고 평가했다.

커진 격차 속... 한국 시장 두드리는 중국



제한적 환경과 각종 규제가 겹치며 한중 간 격차는 커졌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2월 '첨단산업의 한중 경쟁력 분석과 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자율주행은 방대한 시범운행 경험, AI, 데이터, 소프트웨어 역량이 종합적으로 요구되는 산업이라며 "중국의 경쟁우위가 명확하다"고 분석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월 12일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원 정책세미나에서 "중국은 오래전부터 주요 도시에서 로보택시 시범운행을 과감히 해온 탓에 개발을 넘어 시장화 단계에서 제도 개선을 하고 있다"며 "그사이 부품 생태계도 빠르게 성장해 우리와 격차가 커졌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은 한국 시장 진출까지 노리고 있다. 바이두는 최근 경기 화성시 자동차안전연구원 내 자율주행 테스트베드 'K-City'에 자사 차량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안전연구원 관계자는 "바이두 측과 협력하는 파트너사가 테스트용 공간을 신청해둔 상태"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대규모 실증 경험을 축적한 업체가 한국 시장을 두드리기 시작했다는 점만으로도 국내 산업에는 경고음이다.

그래픽=박종범 기자


'중국=정답' 아니지만... 한국식 속도는?



물론 '중국식 속도전'을 정답이라고 할 순 없다. 자율주행은 안전을 건너뛰고 논할 수 없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3월 31일 우한에서는 최소 100대의 아폴로 고 로보택시가 시스템 오류로 도로에서 멈춰 서는 일이 벌어졌다. 중국은 이후 지능형 커넥티드카 도로시험 및 시범운행에 대한 자체 점검과 안전 감독 강화를 지시했다. 로이터통신은 블룸버그 보도를 인용해 중국이 신규 자율주행차 허가 발급도 일시 중단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3월에는 중국 안후이성에서 자율주행 보조 기능을 켠 채 달리던 샤오미 전기차가 가드레일에 충돌해 3명이 숨졌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사고 우려 때문에 충분히 달려보지도 못한 채 뒤처져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로보택시는 단순한 교통수단의 진화가 아니라 미래 핵심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삼정KPMG는 2월 보고서에서 자율주행차 시장이 2025년 이후 연평균 23% 성장해 2030년 1,220억 달러(약 185조5,01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5월 13일 김윤덕(왼쪽에서 다섯 번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자율주행팀 업무협약식에 참석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우리나라도 대규모 실험이 광주에서 시작됐다. 국토교통부와 광주광역시는 현대차·기아 등과 함께 5월 13일 '대한민국 자율주행팀'을 출범시키고, 광주 전역의 500.97㎢를 실증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자율주행차 200대를 실제 생활권에 투입해 주행 데이터를 쌓고, 이를 AI 학습과 검증에 쓰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실험은 한국이 제한된 노선을 벗어나 도시 단위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의미 있는 시도다. 황순민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사고 책임과 운영 기준을 명확히 한다면 도로 실증은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26 차이나 리포트

  1. ① <1> 중국 과학굴기 해부: 인재 도둑은 없다
    1. • 한국 영재 '중국 공대' 갈 때, 중국인은 '한국 도피 유학' 온다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0309340004827)
    2. • '인재에 미친 나라' 중국이 한국인 교수에게 건넨 것들... 억대 연봉·공항 프리패스·영주권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0309340000168)
  2. ② <2> 중국 과학굴기 해부: 우리가 외면한 중국
    1. • 짝퉁? 탈취?… 중국이 말했다 "첨단기술 빼앗길까 걱정"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0309330000486)
    2. • "협력 안 하면 중국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반중 정서'에 주한중국대사의 경고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0310000002371)
    3. • 중국의 과학기술은 훔친 것?... '현실 직시' 막는 혐중 인식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0309350000631)
    4. • 주한중국대사 "중국 과학기술 새로운 단계, 한국 객관적 인식 확립해야" [인터뷰 전문]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0310000000059)
  3. ③ <3> 중국 과학굴기 해부: 중국의 실리콘밸리
    1. • 인재들이 '제 발로' 모인다… 잘 나가는 美 창업자들도 앞다퉈 '선전행'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0309330002916)
    2. • 미국에서 6개월 걸릴 일이 '여기'선 6주… 대표 '기술 관광지' 된 선전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0309320002164)
    3. • 15분 만에 드론이 망고주스 배달… 선전에선 미래기술이 일상이다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0309380005631)
  4. ④ <4> 중국 과학굴기 해부: 마피아와 카피캣
    1. • "퇴사했대" 사흘 안에 소문이 '쫙'… 선전 생태계 확장하는 'DJI 마피아'의 힘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0309340001535)
    2. • "아이템도 없는데 300억 줘버려요"… '출신' 하나로 투자자 줄 서는 이 기업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0309380001807)
    3. • 무엇이든 2시간 안에 구한다... '짝퉁 성지' 화창베이가 '제조 메카' 된 까닭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0309380004431)
    4. • 신입은 일 안 준다? '이곳'선 예외… '천재 엔지니어' 키우는 비결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60313020000224)
  5. ⑤ <5> 중국 과학굴기 해부: 기술 포비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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