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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이재인 (11) 베트남서 돌아와 프러포즈… 그녀 부모님 첫 대면에 싸늘

2026.06.22 03:04

장 병장 예산에 두 달 머물다 떠나
인천서 양재 기술 배우며 복음 전해
복학 후 장 병장 설득해 결혼 약속
강화 부모님 허락받으러 갔다 된서리
이재인 한국문인인장박물관장의 장인·장모가 1968년 인천 강화군 길상면 자택 앞에 나란히 서 있다.

1개월간 충남 예산에 머무르다 가려던 장정숙 병장은 2개월이 돼 예산을 떠났다. 그가 자기 본가로 돌아가지 않고 인천 ‘마가의 다락방’으로 갔다는 소식이 베트남에 편지로 전해졌다. 그곳은 1967년 박장원 목사가 설립해 1970~80년대에 성령 운동과 부흥 집회로 널리 알려진 곳이었다.

장 병장은 강화도 출신인데 인천은 강화도와 인접 지역이었던 탓에 강화도 사람들이 적지 않게 진출해 있었다. 무엇보다 동창들이 인천에 많았기 때문에 인천에서 같이 예수를 믿던 친구들 집에 가서 의탁하게 됐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마가의 다락방’에 갔던 것 같다. 거기서 그는 성령을 받고 은사 체험을 하기에 이른다. 그러면서 양재(洋裁) 기술학원에 다니면서 복음을 전하는 일에 힘썼다.

나는 초등학교 졸업하기 전에 예산군 광시면 광시침례교회 성탄절 연극에 출연도 했었고 수요일 저녁 예배도 선배를 따라 참석하곤 했다. 그러나 부모님에게 교회에 다니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차남이었던 나는 “신앙은 자유다”라는 말로 저항할 마음이 있긴 했지만 실제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이러한 사이에 나는 베트남에서 1년 복무를 마쳤고 부산항을 통해 무사히 귀국했다. 베트남전 참전 수당을 받아 알뜰하게 저축도 했다. 3학년 등록금도 내야 했기 때문이다. 장 병장과 약혼을 하지 못했지만 그를 아내로 맞이할 야무진 생각도 하고 있었다.

내가 경기대에 재학 중이던 당시 국문과 학생 70명 가운데 여학생이 40명이나 됐지만 나는 장 병장에게만 마음이 끌렸다. 얌전하고 성실하며 신앙심이 깊었고 검소하고 독립심이 강한 그는 나의 배우자로 적격이라고 나는 단정했다.

3학년 복학을 하면서 나는 장 병장에게 결혼하자고 대범하게 내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좋다, 싫다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그는 양재 기술로 직장을 구하겠다는 다소 막연한 답을 했다.

“우리 결혼합시다. 내가 취직을 하면 먹고 사는 것은 간단히 해결되고 내가 당신 부모님의 사위가 되면 처가의 샤머니즘을 과감하게 박살 낼 것이니 나와 결혼해 주시오.”

그는 내 말을 귓등으로 흘려보내는 눈치였다.

나는 여러 차례 설득 끝에 장 병장의 허락을 얻고 강화의 길상면 온수리 그의 집을 방문하기로 약속했다. 예수 믿는 장 병장은 내 식구가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자칫 꾸물대다가는 다른 사람이 채 갈 것만 같았다.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그의 부모님 앞에 무릎을 꿇고 결혼을 하게 해 달라며 장래 내 계획을 말씀드리면서 설득해 나갔다. 내가 누구인가. 말로 밥을 먹고 살아갈 국문학과 재학생이요, 글로 쓰자면 누구보다 감동을 줄 문과생인데…. 솔직히 나는 그의 부모님을 설득하는 일을 쉽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부모님께서는 “너희들 맘대로 결혼? 개코같은 소리”라면서 나와 장 병장을 엄중히 꾸짖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려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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