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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U] 1700명 다녀간 태국 선교 70년… 현지 교회, 자립이 과제

2026.06.22 03:09

한국교회 태국 선교 역사와 미래
최찬영(맨 왼쪽) 선교사가 1955년 4월 24일 서울 영락교회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총회 주최 선교사 파송예배를 드리고 있다. 국민일보DB

1956년 6월 4일 ‘해방 후 첫 한국 선교사’로 꼽히는 최찬영(1926~2021) 선교사가 태국 땅을 밟았다. 6·25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시기, 한국교회가 타문화권 선교에 나선 출발점이다. 그로부터 70년이 지났다. 태국은 1700여명의 한국 선교사가 거쳐 간 핵심 사역지로 자리 잡았다. 선교사들은 지난 70년간 성경 번역과 보급, 교회 개척, 신학교 사역 등에 주력하며 현지 기독교 성장의 기틀을 닦았다.

파송 70년을 맞은 현재, 태국 선교사들의 관심은 양적 성장에서 현지 교회의 자립으로 옮겨가고 있다. 단순히 선교사를 얼마나 많이 보냈느냐를 따지던 단계를 넘어 그간 구축한 선교 기반을 현지 교회의 주체적 역량으로 어떻게 이양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권삼승 선교사(지구촌교회 파송)는 최근 발표한 ‘태국 한인 선교 역사’ 보고서에서 1956년부터 올해까지 1년 이상 태국에서 사역한 한국 선교사를 총 953유닛(가정 및 독신 사역자 단위)에 1700여명으로 집계했다. 이는 각 선교 단체의 파송 기록과 공식 명부, 선교사회 보존 사료 등을 다각도로 수집해 교차 대조한 결과다. 권 선교사는 “추가 사료 발굴에 따라 미세한 보완이 이뤄질 수는 있으나 현재로선 가장 체계적으로 정리된 지표”라며 “전 세계를 통틀어 한국만큼 태국에 방대한 선교 인력을 파송한 국가도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교회의 태국 선교는 1호 파송자인 최 선교사로부터 출발했다. 그는 아시아인 최초로 태국·라오스 성서공회 총무를 지내며 성경 보급의 기틀을 닦았고 같은 해 11월 합류한 김순일 선교사는 치앙라이 등지에서 신학교 사역을 이끌었다. 이후 여러 교단과 선교 단체들이 속속 가세하며 사역의 외연이 꾸준히 확장됐다.

선교 기반 확충은 현지 교회의 동반 성장으로 이어졌다. 김농원 선교사(GMS)에 따르면 태국 기독교인은 2010년 32만명에서 2023년 49만명으로 늘었고 교회 수도 4016곳에서 8552곳으로 배 이상 급증했다. 다만 인구 대비 복음화율은 아직 1%를 밑돈다. 70년간의 사역이 양적 성장의 든든한 토대를 마련했지만 기독교가 태국 사회에 온전히 정착하려면 현지 지도자 중심의 자립 구조로 체질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는 것이다.

전략적 재배치 시급

양적 성장의 이면에는 선교 동력 약화라는 뼈아픈 과제가 도사리고 있다. 가장 뚜렷한 위기 신호는 신규 파송의 급감이다. 권 선교사의 집계에 따르면 태국에 새로 파송된 한국 선교사는 2023년 50명에서 2024년 32명, 지난해 18명으로 매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파송 감소세가 굳어진 결과다.

특정 지역에 쏠린 인력 불균형도 풀어야 할 숙제다. 김익만 태국신학연구소장이 지난해 말 기준 활동 선교사 1058명의 분포를 분석한 결과, 전체의 84.2%가 방콕을 비롯한 중부(49.1%)와 북부(35.1%)에 집중돼 있었다.

김 소장은 “의료·교육 기반 등 현실적 요인이 작용했으나, 사역지 선택을 자율에 맡긴 점이 미전도 지역의 필요를 외면해 온 구조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태국 인구 3분의 1이 거주하는 동북부 이산 지역과 남부 무슬림 지역으로 인력을 의도적으로 재배치하는 전략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싹트는 현지 교회 자립

태국주재한인선교사회 관계자들이 지난 11일 방콕 메이플호텔에서 태국선교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발언하는 모습. 선교사회 제공

현지 교회가 선교의 수혜자를 넘어 주체로 서기 시작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신동운 선교사(기독교대한성결교회)가 소개한 코랏 목회자훈련원 사례가 대표적이다. 훈련원을 수료한 태국 목회자와 교회들은 자체 헌금을 모아 2024년부터 자국 선교사 2명을 매월 직접 후원하고 있다. 2025년 약 36만 바트, 올해 1~4월에만 약 13만 바트가 모였다. 선교의 중심이 외부의 일방적 지원에서 내부의 책임으로 이동하며 자립 구조가 가시화된 것이다.

장인식 선교사(침례교해외선교회)는 “이제 현지 지도자를 일방적인 양육 대상이 아닌, 대등하게 협력할 동역자로 대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지 한인교회 역시 단순한 교민 공동체를 넘어, 태국 교단과 선교사를 잇는 전략적 거점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현지 주체화는 이미 고령화한 한국 선교사들의 건강한 퇴장과도 직결된다. 권 선교사에 따르면 태국 현지에서 별세한 한국 선교사는 2000년대 4명, 2010년대 9명에서 최근 6년 사이 12명으로 급증했다. 김용섭 태국한인교회 목사는 “선교사로 입장만 하고 퇴장이 없는 상황이 양산되지 않도록 사역 마무리 단계의 선교사를 돌보는 체계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진단과 대안은 태국주재한인선교사회(회장 김주만 선교사)가 지난 11~13일 태국 방콕 메이플호텔에서 연 ‘한국교회 태국 선교 70주년 기념 포럼’에서 도출됐다. 포럼에서는 35년 이상 헌신한 원로 선교사들에게 공로패를 수여했다. 김주만 회장은 “태국 문화를 바탕으로 건강한 현지 지도자를 양성해, 태국 교회를 자립적인 선교적 교회로 세우는 것이 우리의 향후 핵심 과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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