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유·양도세 동시에 올리는 文정부 정책 실패 되풀이하나
2026.06.22 00:21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보유세와 양도세를 조정하는 부동산 과세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는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고 언급한 데 이어 부동산 증세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고 있다. 지방선거 전만 해도 여당이 나서 “당 차원의 세제 개편은 전혀 검토한 바 없다”며 진화에 급급했던 기조가 선거 직후 달라졌다.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과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조세 정책이 시장 상황에 따라 널뛰듯 해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정부는 증세 명분으로 반도체 대호황에 따른 성과급 유입과 이로 인한 동탄 등 수도권 일대의 부동산 급등 조짐을 내세우고 있다. 시중에 너무 많이 풀린 돈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정부에도 지금의 부동산 과열을 초래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정부는 천문학적 반도체 성과급 지급 결정 과정에 직접 나서서 중재했던 주체다. 게다가 대부분 주요국들이 중동 전쟁 등으로 인해 긴축 재정 기조로 돌아서는데도 우리 정부는 역대급 팽창 예산도 모자라 추경을 통해 국민 70%를 대상으로 1인당 10만~60만원씩 자금을 지급했다. 초과 세수를 국민에게 환원하겠다며 ‘국민배당금제’ 도입까지 언급하며 시중의 유동성 팽창 심리를 자극했다. 돈을 이렇게 풀어놓고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길 바라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그런 정부가 반도체 호황을 구실로 증세 카드를 꺼내니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보유세를 높인다면 양도세는 낮춰 다주택자의 매물 출구를 열어주는 것이 시장의 기본 원리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인상하겠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 시절 실패한 대표적인 부동산 증세 정책이다. ‘매물 잠김’ 현상으로 실수요자들이 집을 구하지 못했고, 늘어난 세금 부담이 전·월세 가격으로 전가돼 무주택 서민의 주거 사다리가 끊기는 부작용이 속출했다. 그런 실패의 전철을 왜 또다시 반복하겠다는 것인가. 이번에는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까지 시사하며, 투기와 무관하게 오랜 기간 집을 소유해 온 실수요자까지 규제 사정권에 집어넣고 있다.
비정상적인 한국의 주택시장은 안정돼야 한다. 부동산 정책의 근본은 세금을 통한 징벌이 아니라 만성적 초과 수요 완화를 위한 안정적 주택 공급이다. 예측 가능한 세제 기조와 실효성 있는 공급 대책이 결합할 때 달성된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시장 왜곡을 부추기는 규제 일변도 증세 카드가 아니라 반도체 호황의 초과 세수 일부를 무주택 서민과 청년층을 위한 공급 확대에 집중 투자하는 등의 정석적인 시장 안정 방안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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