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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민간인 학살' 역사 논쟁에 폴란드 최고훈장 반납(종합)

2026.06.21 23:51

폴란드, 2차대전 '볼히니아 사건' 부대 명칭 쓰자 박탈
역사 시각차 확연…러시아 침공 맞선 접경 동맹간 불협화음

키이우 우체국에서 폴란드로 발송되기 직전의 백독수리 훈장
[젤렌스키 대통령 엑스 화면 캡처]

(서울·베를린=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김계연 특파원 =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간 역사 인식 갈등이 격화하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폴란드 정부의 요구에 응해 자신이 받았던 최고 훈장을 반납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2023년 폴란드 정부로부터 받았던 백독수리 훈장을 폴란드 대통령에게 돌려보냈다고 밝히면서 "미래가 우크라이나인들이 받아야 할 존중을 확인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적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이우 우체국에서 폴란드로 발송되기 직전의 훈장 사진도 첨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폴란드 정부의 훈장 박탈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면서도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와 친러시아 성향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등 과거 논란이 된 수여자들이 여전히 폴란드 훈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으며 폴란드 측에 날을 세웠다.

이번 사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달 자국 군부대 북부독립특수작전센터에 'UPA의 영웅들'이라는 명예 칭호를 붙이면서 촉발됐다.

UPA(우크라이나반란군)는 2차대전 당시 소련에 맞서 싸운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무장 조직으로,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사이에서 극도로 민감한 주제다.

일부 부대가 나치에 협력하면서 1943∼1944년 폴란드인 약 10만명이 희생된 볼히니아(우크라이나명 볼린) 사건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기 때문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폴란드 우파는 이 사건을 정부 차원에서 제노사이드(genocide·특정집단 말살)로 인정하라고 요구해 왔다. 반면 우크라이나에서는 폴란드의 보복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인도 1만명 안팎 숨진 만큼 일방적 책임은 아니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UPA의 영웅들'이라는 칭호로 논란이 커지자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부여했던 훈장을 박탈하기로 결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부대 칭호로 폭발한 갈등에 두 나라 전·현직 고위 인사들도 가담했다.

레오니드 쿠치마, 빅토르 유셴코, 페트로 포로셴코 등 민주화 이후 우크라이나 대통령 대부분이 폴란드의 조치에 반발해 백독수리 훈장을 자진 반납했다. 안드리 시비하 외무장관과 키릴로 부다노우 대통령 비서실장, 바실 보드나르 폴란드 주재 대사 등 현직 관료들도 폴란드에서 받은 각급 훈장을 반환하기로 했다.

폴란드 민주화 운동의 아버지로 불리는 레흐 바웬사 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가슴에 달았던 우크라이나 국기를 뗐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UPA 창설 79주년 기념 행사(2021년)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앞서 폴란드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우크라이나 서부와 맞닿은 자국 국경을 난민 수백만 명에게 열어줬다. 폴란드는 러시아에 맞선 공로를 기린다며 2023년 4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백독수리 훈장을 줬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훈장 박탈 조치가 우크라이나 국민을 겨냥한 게 아니라면서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국 역사 갈등이 우크라이나 네오나치 소탕을 전쟁 명분의 하나로 삼는 러시아의 선전전만 도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타스통신에 "젤렌스키를 포함해 생존한 우크라이나 '전직' 지도자 4명이 훈장을 반납해 100% 진짜 나치임을 시인했다"고 주장했다. 메드베데프를 비롯한 러시아 강경파는 임기 만료 이후에도 전시 계엄령을 이유로 대선을 치르지 않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법적 정당성을 문제삼고 있다.

ksw0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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