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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110조원 쏟아붓고 31년 만에 금리 올렸는데…엔저는 왜 계속되나

2026.06.21 15:17

일본, 4~5월 외환 11.7조엔 투입에도 달러당 161엔대 약세
미·일 금리차에 엔 캐리 지속…10년물 美 4.451%·日 2.64%
연준 추가 인상 전망에 18일 161.80엔…39년 만 최저 위협
다카이치 정권 완화 기조·이란발 에너지 부담까지 겹쳐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이 72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110조원이 넘는 외환을 쏟아붓고 심지어 3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금리를 올렸는데도 엔화 약세를 잡지 못하고 있다. 구조적 요인이 발목을 잡으면서 당국 개입이 일시적 효과에 그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사진=AFP)
20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일본 금융당국은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 4~5월 두 달 동안 총 11조7000억엔(약 728억달러·약 111조1769억원)이 넘는 외환보유액을 투입했다.

또한 일본은행(BOJ)은 지난 16일 정책금리를 기존 0.75%에서 1.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일본 기준금리가 1%대에 진입한 것은 1995년 이후 31년 만으로, 물가 상승에 대응한 조처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입 물가가 오르고, 이는 시중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들에도 엔화 가치가 여전히 달러당 160엔 안팎의 약세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20일 기준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는 161엔대 초반에서 거래됐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인베스트먼트의 마사히코 루 선임 채권전략가는 이번 금리 인상이 시장에서 충분히 예상됐던 만큼 엔화에는 “총상에 반창고를 붙이는” 격에 그쳤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책 당국이 경고를 너무 분명하게 알려온 탓에 선제적 개입도 잠깐의 안도감만 줬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 등 일본 당국자들은 이달 초 과도한 엔화 변동성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신호를 여러 차례 보냈는데, 역설적으로 이런 예고가 개입의 기습 효과를 떨어뜨려 실효성을 약화시켰다는 지적이다.

개입과 금리 인상이 엔저를 막지 못하는 이유는 구조적 요인에 있다. 노무라의 마쓰자와 나카 수석 시장전략가는 BOJ가 긴축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 국채 금리가 여전히 높아 ‘엔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이 유지되고 있다고 짚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인 엔화를 빌려 더 높은 수익을 내는 자산에 투자하는 기법이다. 현재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2.64%인 반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451%로, 이 격차가 캐리 트레이드를 지탱하기에 충분하다.

같은 맥락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 압력을 이유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엔저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현실화하면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일본과의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진다. 지난 18일 엔화가 달러당 161.8엔까지 밀렸던 것도 금리 인상 기대가 강해진 영향이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화 가치가 2024년 7월 기록한 직전 저점(161.96엔)에 근접해 있다면서, 이 선마저 무너지면 1986년 이후 약 39년 만에 최저로 떨어진다고 부연했다.

정치적 요인도 있다. 마쓰자와 전략가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정부가 성장을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선호하는 ‘리플레이션’ 성향을 보이고 있어 정책 전망을 흐리고, 일본으로의 자금 유입을 억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월 비둘기파로 알려진 학자 두 명을 BOJ 정책위원으로 지명했다. 이 가운데 아사다 도이치로 위원은 이번 금리 인상 때 생산과 고용의 하방 위험이 물가의 상방 위험보다 크다며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큰 일본이 수입 대금 결제를 위해 달러화를 사들이는 점도 엔화를 짓눌렀다. 다만 단기적으로 개입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마쓰자와 전략가는 “시장의 투기적 엔화 매도 포지션이 골든위크 개입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고 우려했다.

미국과 이란의 합의로 중동 전쟁이 마무리되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송이 재개되면 일본 등의 에너지 수입 부담이 줄어 통화 압력도 완화될 전망이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의 루 전략가는 AI 관련 투자와 일본 주식에 대한 외국인 관심, 기술주 중심의 닛케이 랠리가 자금을 끌어들이면서 장기적으로 엔화에 우호적인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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