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2차 매도 압박하나 … 김용범 "보유·양도稅 조정해야"
2026.06.21 17:38
金실장 "반도체가 벌어온 국부
부동산에 가면 호황 오래 못가"
민간 임대주택 의무기간 종료땐
장특공 혜택 등 단계 축소 시사
국세청장 "6.8만가구 매물 효과"
내년까지 수도권 공급부족 심각
세제·금융정책으로 수요 억제
정부가 등록임대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에게 '2차 퇴로'를 열어주며 수도권 주택 매물 유도에 나선다. 의무임대기간이 끝난 주택을 특정 기한 내에 처분하면 기존 세제 혜택을 보장하되, 계속 보유할 경우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대폭 강화하는 '당근과 채찍' 전략이 유력하다.
21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임광현 국세청장은 각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부동산 세제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실장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이 이끄는 호황의 과실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갈 가능성을 경고했다. 김 실장은 "반도체가 벌어온 국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흡수되고 성장의 과실이 소수에게만 집중된다면 이번 호황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보유세와 양도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옳은 방향"이라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실거주 1주택자의 부담은 최소화하되, 다주택자와 실제 거주하지 않는 고가 1주택자의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을 높이는 방향으로 세제 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우선 개편 대상으로 등록임대주택이 거론된다. 등록임대주택은 다주택자가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고 4년 또는 8년 이상 의무적으로 임대(연간 임대료 상승률 상한 5%)하면, 종부세 합산 배제와 양도세 중과 배제, 장기보유특별공제(최대 70%) 등 혜택을 주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12월 임대차 시장 안정화를 위해 발표됐는데, 이후 다주택자 절세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에 2020년 8월부터 아파트에 대해선 등록임대주택이 폐지됐다.
현재 시장의 관심은 2028년 7월이 되면 대다수 등록임대주택 의무임대기간이 끝난다는 점이다. 현행대로라면 의무임대기간이 끝나더라도 양도세 중과 유예 및 장기보유특별공제, 종부세 합산 배제 등 보유세·양도세 혜택이 유지된다. 임 청장은 "임대기간 종료 후에도 다주택 양도세 중과 제외 혜택이 계속돼 매물 잠김이 심화하고 있다"면서 "현재의 혜택이 과도한 측면이 있으니, 임대기간 내 세제 감면과 종료 후 일정 기간의 혜택으로 충분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들도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임 청장에 따르면 2018~2020년 임대주택으로 등록된 서울 아파트는 총 6만8000가구다. 이 가운데 약 2만5000가구는 이미 의무임대기간이 끝났고, 나머지 4만3000가구도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만료된다.
정부 안팎에서는 등록임대주택 의무임대기간이 끝난 뒤 1~2년의 처분 기한을 부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해당 기간 안에 주택을 팔면 양도세 중과 배제와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기존 혜택을 인정한다. 하지만 기한을 넘겨 계속 보유하면 혜택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식이다. 다만 정책 신뢰에 대한 논란은 예상된다. 임대사업자들은 정부 약속을 믿고 수년간 재산권 행사를 포기하며 의무를 다했는데, 혜택을 뺏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발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이른바 '부진정 소급' 논리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 중인 상태(보유 중)에 새 법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공익적 목적이 크다면 제한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법리다.
이번 움직임은 다주택자 매물 유도책에 이은 '2차 퇴로' 성격이 강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고 예고하면서 5월 9일 중과가 재개되기 전 주택을 처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규제지역 내 갭투자 일시 허용)를 부여했다. 올해 초 5만6000여 개였던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개까지 늘어났고 당시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 바 있다.
정부가 세제를 활용한 단기 매물 유도에 나서는 것은 2027년까지 이어질 수도권 주택 공급 공백을 메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028년 이후엔 주택 공급에 숨통이 틔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창릉과 왕숙 등 3기 신도시는 2028~2029년부터 본격적으로 입주장이 펼쳐질 전망이다. 과거 분당, 일산, 평촌 등 1기 신도시가 입주할 1990년대 초반 당시 서울 아파트 매매가 및 전월세 가격이 3~5년 정도 안정된 바 있다. 즉 정부는 세제·금융 정책을 통해 수요를 억제하며 2027년까지 예정돼 있는 공급 보릿고개를 넘고, 2028년부터는 공급까지 더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세제 정책만으로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될지 미지수란 반응이다. 자유기업원은 최근 '보유세 증세론의 문제점과 정책 대응과제' 보고서에서 보유세 인상분이 전월세 가격에 전가돼 무주택자의 주거비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취득세와 양도세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보유세까지 올리면 거래 위축과 임대료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거래세 인하와 공급 확대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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