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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폐지’ 목적 재확인한 이화영 위증 재판 [아침햇발]

2026.06.21 18:32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한겨레 자료사진


이재성 | 논설위원

지난 토요일(20일) 새벽 3시30분께 마무리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위증 등 혐의 1심 재판은 기소 기관이 왜 수사권을 가지면 안 되는지 재확인해준 역사의 현장이었다. 이 재판을 포함해 이화영은 모두 여섯번 기소됐다. 이재명 대통령을 대북송금 사건에 엮어 넣으려는 검찰에 이화영이 끝까지 협조했더라도 이렇게 집요하게 괴롭혔을까?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한 이번 재판에서 7명의 배심원은 북한 묘목 및 밀가루 지원 사업(직권남용 등)과 이재명 후원금 모금 사건(정치자금법 위반)을 무죄로 판단했다. 만장일치였다. 북한 묘목 및 밀가루 지원 사업에 대해 검찰은 북한의 산림 복구를 지원한다면서 왜 정원수인 금강송과 주목을 보냈느냐고 따졌지만, 사업 승인에 관여했던 통일부와 산림청 공무원에 의해 반박당했다. 이화영과 신명섭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이 실무자의 권한을 침해해 밀가루 지원 사업을 벌였다는 직권남용 등 혐의도 공무원 조직의 의사결정 체계를 근본부터 무시한 억지 기소였다. 신명섭은 이화영이 설립한 사단법인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상임부회장 출신으로 이화영의 동지이자 절친이다. 이화영이 한때 마음이 흔들려 검찰의 회유에 넘어간 이유 중 하나가 신명섭 구속 수사였다. 일단 표적을 정하면 주변을 탈탈 털어 수사하고 기소하는 검찰의 속성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사례다. 수사권과 기소권 동시 보유가 ‘검사 객관 의무 위반’의 제도적 단초가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이른바 ‘연어 술파티 의혹’에 대해서는 7명의 배심원 가운데 4명이 이화영이 위증(국회증언감정법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술을 마셨다는 날짜에 대한 이화영의 진술이 여러번 바뀌고, 술을 마셨다고 했다가 입에 대기만 하고 마시지 않았다고 하는 등 진술의 일관성이 없다는 검찰의 주장을 다수 배심원이 받아들였다. 하지만 의혹 제기 초반에 날짜를 정확하게 특정하지 못했다고 신빙성을 의심하는 건 가혹한 판단이다. 더구나 배심원들이 받아든 ‘평결표’에서 반복적으로 제시하는 기준인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는지 여부에 비춰 볼 때, 이화영의 진실성을 의심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위증을 하고 있다고 확신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어느 쪽이든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법정의 대원칙에 어긋나는 평결이다.

위증을 입증해야 할 검찰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 증인들의 증언에 의지하는 데 반해, 핵심 쟁점인 소주 반입 여부에 관하여 이화영 쪽은 다수의 물증을 제시했다. ‘오늘은 결전의 날이니까 소주라도 한잔 마셨으면 좋겠다’며 생수통에 소주를 담아 가져오라고 지시한 김성태의 구치소 면회 녹취록, 당일 저녁 소주와 생수를 산 쌍방울 법인카드 사용 기록, 소주를 반입한 것으로 의심받는 박상웅 쌍방울 이사의 수원지검 출입증 태그 기록 등 다수의 객관적 정황 증거가 제출됐고, 이화영으로부터 술을 마셨다고 들었다는 동료 재소자의 법정 증언이 있었다. 그런데도 ‘술 반입이 있었다’는 의견을 제시한 배심원은 3명에 그쳤다. 개미지옥 같은 검찰 수사의 그물망에 한번 걸려들면 빠져나오기가 이렇게 어렵다.

위증 혐의 유죄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검찰의 보복 기소라는 사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대북송금 수사의 정당성을 뿌리째 뒤흔드는 이화영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기소권이라는 공권력을 사용했다. 수원지검은 이른바 ‘연어술파티’ 의혹 제기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술뿐만 아니라 일체의 외부 음식이 반입된 적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지만, 법무부와 서울고검 조사에서 외부 음식이 수시로 제공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법이 금지하는 재소자들의 회합 및 각종 편의 제공, 변호인을 통한 회유와 별건 수사 압박 정황이 담긴 녹취록 등 박상용 검사의 각종 비위 행위도 드러났다. 모든 사실이 이른바 ‘진술 세미나’를 통한 이재명 모해위증이 있었음을 강력하게 뒷받침한다.

검찰은 구형 의견에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면서 정치 사건이 돼버렸다”고 밝혔는데, 윤석열 정부의 정적 제거 방침에 복무해 정치적 수사를 자행한 검찰이 할 소린가. 다수 국민을 우롱하는 기만적인 주장이다. 이번 재판을 계기로 다시 한번 명확히 해야 한다. 검찰청 폐지의 1차 목적은 수사와 기소 분리이지만, 그 실질적 내용은 수사에서 정치를 분리하는 것이다. 수사권으로 정치에 개입해온 검찰에 어떤 형태로든 수사권을 다시 준다면, ‘수사의 비정치화’라는 본질적 목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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