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전
이순옥 "자신 있게 때려라"…반세기 지나도 후배들 향한 배구 사랑
2026.06.21 17:43
육상 꿈나무에서 대한민국 구기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대전 배구 저변 넓혀야…선수층 더 두터워지길"
"자신 있게 때려라."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의 주역인 이순옥 대전시체육회 이사 겸 여성체육위원장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후배들에게 가장 먼저 '자신감'을 강조한다.
이 위원장은 선수 시절보다 오히려 은퇴 후 후배들을 지도하며 자신감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고 했다. 최근 전국소년체육대회를 앞두고 대전석교초 남자배구부와 신탄중앙중 여자배구부를 찾은 그는 기술보다 마음가짐부터 이야기했다.
그는 "듀스 상황에서 서브를 넣을 때 누구나 떨린다"며 "상대도 같은 초등학생, 같은 중학생인데 왜 긴장하느냐. 자신 있게 해서 실수하는 건 괜찮지만, 주눅 들어서 하는 플레이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전 중구 부사동에서 자란 이 위원장의 출발은 배구가 아닌 육상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달리기를 잘해 중학교에서 육상 선수로 활동했지만, 육상부가 없어지면서 새로 창단한 배구부에 들어가 배구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키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배구가 너무 재미있었다"며 "중학교 때부터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새벽마다 보문산까지 뛰며 운동했다"고 회상했다.
그의 재능은 곧 전국에 알려졌다. 대전 청란여중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서울 중앙여중·중앙여고로 진학하며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을 걸었다. 이후 실업팀 동양나일론에 입단해 1975년 태극마크를 달았고, 이듬해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구기 종목 최초의 올림픽 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다.
은퇴 후에는 대전으로 돌아와 지역 배구 저변 확대에 힘을 쏟았다. 결혼과 육아로 한동안 코트를 떠나 있었지만 이후 어머니 배구 동호회를 이끌며 전국대회에 출전했고, 2010년대부터는 가오초와 두리초, 외삼초, 용운초 등 지역 초등학교를 돌며 유소년 배구를 지도했다.
당시 전국 24개 유소년 배구 시범학교 가운데 자신이 지도한 학교들이 전국대회 1·2·3위를 모두 차지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그는 "배구 선수를 만들겠다는 생각보다 아이들에게 운동의 재미와 자신감을 알려주고 싶었다"며 "지금도 당시 제자들이 스승의 날이나 명절마다 연락해 오는데 그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웃었다.
현재 대전시체육회 여성체육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그는 지역 배구의 현실에 대한 아쉬움도 숨기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초등학교 배구부가 많아야 중·고교와 프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데 선수층이 너무 얇아졌다"며 "예전에는 전국에서 배구 선수 수가 많았지만 지금은 선수 자체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운동은 소질과 노력, 경험이 모두 중요하지만 결국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며 "후배들이 주눅 들지 말고 자신 있게 도전해 한국 배구의 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려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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