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참관인 부재에 일련번호 제각각…선관위는 없었다
2026.06.21 17:41
무번호·미교부·과교부 등 혼선
‘참관인 부족’ 수송기준 못 맞춰
22곳 마감 넘겨…종료시각 누락
“비상계획 의무화 등 제도 개선을”
6·3 지방선거 당일 인천 연수구 동춘1동 제6투표소 투표록에 적힌 내용이다. 이 투표소에서는 이어 오후 4시 38분 참관인이 부족해 투표함 수송 기준(참관인 2인 동행)을 지키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고 오후 5시 30분에는 수기 기재한 투표용지 일련번호가 잘못된 사실까지 드러났다.
이날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겪은 투표소들의 투표록에는 동춘1동 제6투표소와 비슷한 장면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투표용지 일련번호와 잔여 용지 숫자가 맞지 않는 등 선거관리위원회의 허술한 투표 관리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기본조차 지키지 않은 선관위의 방관·늑장 대응이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한층 더 악화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21일 서울경제신문이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6·3 지방선거 당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겪은 91개 투표소의 투표록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투표 마감 시각인 오후 6시를 넘겨 투표가 끝난 투표소는 총 22곳(서울 16곳, 경기 2곳, 인천 3곳, 부산 1곳)으로 집계됐다. 투표 종료 시각을 아예 적지 않았거나 투표록 첫 장이 누락된 투표소도 13곳에 달했다.
선거 당일 투표소의 혼란은 전국 곳곳에서 확인된다. 경기 김포시 사우동 제6투표소에서는 오후 2시 28분 선관위에 투표용지 부족을 알리고 추가 교부를 요청했지만 답이 늦자 “5분도 안 되는 간격으로 주무관에게 빠른 배송 요청 문자 발송” “선관위 단체 대화방에 재촉 문자 발송” 등의 내용을 투표록에 반복해 남겼고 이후에야 추가 투표용지를 받을 수 있었다. 경남 창원시 반송동 제11투표소도 이날 오후 1시 30분 투표용지 부족을 알렸지만 실제 추가 용지를 받은 시각은 오후 4시 50분으로 보고 이후 3시간 20분이 지나서였다.
투표용지 잔여 매수가 맞지 않거나 누구에게 얼마나 잘못 교부됐는지 특정하지 못한 사례도 전국 각지에서 계속 드러났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 동백3동 제4투표소와 의정부시 신곡1동 제8투표소, 인천 계양구 계산4동 제5투표소 등은 투표 종료 뒤 일련번호 차등값을 계산한 결과 1·2차 교부분 사이에 2장 안팎의 미교부 또는 과교부가 있었지만 정확한 시점과 대상자는 특정할 수 없다고 기록했다. 남양주시 다산1동 제12투표소는 경기도의원 선거 투표용지 대신 경기도지사 선거 투표용지를 1장 추가로 교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남겼다. 앞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은 김포시 사우동 제6투표소의 경우 투표용지 수령·교부·잔여 매수 등을 여러 차례 수정(12차 정정 등)하는 과정에서 “이중 교부”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주민들이 투표를 못한 채 대기하는 상황도 전국에서 되풀이됐다. 부산 북구 화명1동 제7투표소에서는 투표관리관이 인근 제6투표소로 직접 뛰어가 투표용지를 수령해오는 동안 선거인 12명이 10분 이상 기다려야 했다. 인천 연수구 동춘1동 제6투표소 역시 마감 시각인 오후 6시까지 약 30명이 대기 중이었고 이들이 투표를 모두 마친 뒤인 오후 6시 25분에야 투표함을 봉인했다.
42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겪은 서울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송파구 가락2동 제3투표소에서는 처음 배부분 2000장에 이어 송파구 선관위에서 50장, 인근 가락2동 제2투표소에서 400장을 추가로 받아 썼지만 일련번호 없는 투표용지를 수기로 기재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결국 “잔여 일련번호가 제각각이라 투표록에 기록한다”고 적을 수밖에 없었다. 문정2동 제1·2투표소에서는 대기표 양식과 수기 대기표까지 모두 소진돼 투표확인증 이면지를 잘라 대기표로 사용했고 이 때문에 실제 남은 투표용지 매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적시했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투표용지는 국민이 참정권을 행사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고 투표용지 부족은 유권자가 제때 투표하지 못하는 문제로 직결된다”며 “현장별 위험 평가와 비상 대응 계획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참고인 조사와 압수물 분석을 토대로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 일부 구선관위를 상대로 한 압수수색 결과를 검토하며 선거 당일 투표용지 부족이 어떻게 발생했고 보고·지휘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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