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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들의 엠카 무대, 한물 간 가수의 생파…원조 IP의 무한 변신

2026.06.21 15:10

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에 등장한 상상 속 아이돌 그룹 '미각보이즈'가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고 있다.[사진 CJENM]

지난 11일 Mnet 음악방송 ‘엠카운트다운’ 무대에 tvN에서 방송된 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이하 취사병)’ 속 가상 아이돌그룹 ‘미각보이즈’가 등장했다. 쓴맛관철(배우 강하경), 매운맛승우(이상준), 단맛문익(임지호), 신맛상욱(강준규), 짠맛지용(김문기)까지 다섯 명으로 구성된 팀이 이날 부른 노래는 ‘마이 플레이버’. 극 중 강성재(박지훈)가 만든 아란치니(튀긴 주먹밥 요리)를 먹고 상상 속에서 부른 노래다. 객석에서 함성을 지르던 팬들은 후렴구 가사 “플레이버” “레이어”까지 ‘떼창’하며 이들을 응원했다. 이들의 무대 영상은 유튜브에서 지난 11일 공개 후 15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드라마 속 군인 밴드가 실제 음악방송 무대에 오르고, 영화 속 노래를 배우들이 직접 부르며 챌린지에 나선다. 가상의 아이돌 유닛 프로젝트는 현실 팬 투표로 이어진다. 콘텐트가 작품 안에 머물지 않고 현실 세계로 확장하는 이른바 ‘액자식 소비’가 새로운 홍보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달 주한영국문화대사관에서 열린 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의 특별 상영회에서 드라마 속 음식들을 활용한 다과회도 함께 진행됐다. [사진 CJENM]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드라마 ‘취사병’이다. 작품 속 음식 역시 현실로 소환됐다. 지난달 주한영국문화대사관은 ‘취사병’ 특별 상영회를 개최하며 드라마에 등장한 메뉴를 활용한 다과회를 함께 열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는 ‘취사병’ 속 레시피 북 등 드라마 소품을 재현한 굿즈들도 판매된다.

'와일드씽' 속 등장인물 최성곤의 생일로 설정된 13일에 열린 무대 인사 이벤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와일드씽’ 역시 비슷한 홍보 전략을 택하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메가박스 코엑스, CGV용산 아이파크몰 등 서울 주요 극장에서는 영화 속 철 지난 인기 스타 최성곤(오정세)의 생일파티 콘셉트의 무대 인사 행사가 열렸다. 시나리오 상 최성곤의 생일로 설정된 이 날, 무대 인사 행사가 있었던 영화관들은 매진을 기록했다. 객석을 가득 메운 ‘곤듀’(최성곤 팬덤명)들은 “그냥 정세라서 대만에서 왔어요” “오정세 비켜! 곤듀는 곤이뿐” 등 응원 플래카드를 직접 준비해왔다.

이날 행사는 최성곤이 부른 ‘니가 좋아’의 흥행 덕에 가능했다. 개봉 하루 전인 지난 2일 유튜브에 공개된 뮤직비디오는 21일 기준 264만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니가 좋아’ 챌린지도 온라인상에서 이어지고 있다. 오정세처럼 노래를 부르며 사랑의 총알을 쏘거나 다소 느끼한 표정을 짓는 것 등이 챌린지의 포인트다. 배우 류승룡과 김무열·이성민·진기주·피오 등 드라마 ‘참교육’의 출연진들이 ‘니가 좋아’에 맞춰 립싱크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극 중 최성곤 역을 연기한 배우 오정세가 팬들과 함께 사진 촬영 중이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아이돌 가수들도 ‘콘텐트 속 콘텐트’ 열풍에 뛰어들었다. 20년 차를 앞둔 걸그룹 소녀시대는 올해 초부터 데뷔 20주년을 맞아 멤버 효연, 유리, 수영이 가상의 유닛 그룹 ‘효리수’를 결성한다는 설정의 ‘모큐멘터리(가상 다큐멘터리)’ 콘텐트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멤버들은 메인보컬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모습을 연기하며 음이탈을 내는 등 망가진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팬들은 보컬을 뽑는 실제 온라인 투표에 참여하며 놀이에 동참했다. 이 투표에서 기록된 ‘좋아요’ 횟수는 총 11만8000여건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홍보 방식을 콘텐트 과잉 시대의 생존 전략으로 보고 있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특정 시간대만 점유하면 흥행이 보장되던 방송 중심 체제에서, 무한 반복 재생이 가능한 OTT 기반 체제에 돌입하며 콘텐트들의 홍보 마케팅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콘텐트 관련한 챌린지, 비하인드 영상, 오프라인 체험 행사 등을 미시적으로 쪼개며 IP의 부가가치를 연장, 재생산한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채널 '가짜 김효연'에 출연한 수영, 효연, 유리. [사진 유튜브 캡처]
흐름은 숏폼의 성장, ‘프로슈머(생산자와 소비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사람)’ 등장 등이 맞물려 더욱 강력해졌다. 김성수 평론가는 “‘취사병’의 음악 방송, ‘와일드씽’ 최성곤의 생일파티 등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에서 아이디어를 받아 나온 것”이라며 “소비자의 주권이 강화될수록 일부 캐릭터나 장면을 활용한 2,3차 홍보 마케팅 전략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홍보 마케팅이 원작의 이미지와 다르거나 작품의 실제 성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재근 평론가는 “극의 일부만 활용되는 콘텐트다보니 실제 작품의 내용과 동떨어져서 관객·시청자가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며 “원 콘텐트가 홍보의 화제성을 넘어서는 작품성이 있어야 성공적인 마케팅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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