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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 에어컨?…청주여자교도소 체험기

2026.06.21 14:58


"우리가 낸 세금을 범죄자들 더위 식히는 데 쓴다고?" "감방이 호텔이냐?"

이달 초 법무부가 예산 12억 원을 투입해 교도소의 냉방 시설을 보강하기로 하자, 온라인 상에선 한바탕 '설전'이 일었다. '범죄자에게 세금으로 에어컨을 설치해 주는 게 맞느냐'는 비판 여론이 불붙었고, 법무부는 노인과 환자가 수용된 일부 동에 한해 에어컨을 복도에 설치하는 '최소한의 조치'라며 진화에 나섰다.

교도소 근처에도 갈 일이 없는 대부분 시민들에게 교도소 내부 사정이 쉽게 와닿지 않는 건 당연하다. 범죄자들의 복지까지 신경써줘야 하냐고 울분을 토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범죄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반면 철문이 닫히는 순간부터 교정시설 안에서 매일 재소자들을 마주하는 '교정 공무원'들은 절박하다. '투자해야 한다, 바뀌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단순히 재소자들의 '복지' 때문이 아니다.

더욱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교정시설의 '교화 기능'이 작동해야 하고, 그러려면 전국 교정시설 수용률 127%에 달하는 '초과밀' 현실부터 바꿔야 한다는 거다.

교도소 안과 밖의 간극을 어떻게 이해하고 또 설명할 수 있을까. 답은 현장에 있다.
그래서 직접 교도소에 수갑을 차고 들어가봤다.
여성 전용 교정시설인 청주여자교도소로.

기자들이 수갑을 차고 청주여자교도소로 들어가는 호송차를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 / 법무부 교정본부 제공

무더위에 감방 가보니…5평 방에 9명씩 '과밀 수용'

생전 처음으로 수갑을 차고 호송차에 올랐다.

취재 목적으로 들어가지만, 교도소 수용동으로 진입하는 커다란 철문을 마주하니 기자들 사이에서도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호송차에 탄 상태로 등 뒤에서는 '쿵'하고 철문이 닫히고, 눈 앞에는 실제 수형 생활을 하고 있는 재소자들이 보이자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10여 명의 재소자들이 운동장에서 운동을 하고,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재소자들은 기자들의 방문을 모르는 상황. 재소자들의 눈이 모두 기자들이 탄 호송차로 쏠렸고, 몇몇과 눈이 마주치자 섬칫함을 느꼈다.

'계곡 살인' 이은해부터 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까지. 국민적 공분을 산 흉악범들이 이곳에 모여있기에 더욱 그랬다.

수용동 진입 후 기자가 차고 온 수갑을 풀어주는 모습 / 법무부 교정본부 제공

호송차에서 내려 수용동 내부로 진입하고 나서야 수갑은 풀렸다. 수감번호 '6028'번이 이곳에서의 나의 이름. 수형복으로 갈아입기 전, 신원 확인과 신체 검사가 이뤄진다. 검사 과정에서는 교도소 내 소지 금지 물품을 신체에 숨겨 반입을 시도하는 경우도 왕왕 적발된다고 한다. 재범일수록 반입 시도는 더욱 대범해진다는 게 교도관의 설명. 소소하게는 긴 머리카락 속에 머리핀을 숨기는 것부터, 마약을 머리카락과 신체에 숨겨오는 경우도 있다. '정밀신체검사'로 불리는 악명 높은 항문 검사까지 철저히 이뤄지는 이유다.

수형복으로 갈아입은 뒤 줄지어 혼거실로 이동한다. 기자가 입은 수형복은 보라색. 일명 ‘보라돌이’로 불리는 모범수 수형복이다. / 법무부 교정본부 제공

"한 줄로 맞춰서 조용하게 이동합니다!"

수형복을 입고 재소자 여러 명이 함께 생활하는 '혼거실'에 들어섰다. 이날(17일) 최고기온은 33도. 5평 남짓한 방에 여자 12명이 들어가니 움직임 하나하나가 조심스럽다. 청주여자교도소 역시 125% 수용률의 '과밀 상태'인 만큼, 이 방도 원래 정원은 5명이지만 재소자 9명까지 들어가 생활한다. 이 보다 조금 더 넓은 방에는 12명까지도 들어간다. 1인당 0.78평은 보장하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었지만, 현실은 인당 0.42~0.56평의 공간이 주어지는 수준이다.

열 명이 넘는 인원이 방바닥에 누워보니 모두가 몸을 비틀어 대각선으로 자리를 잡아야 했다. 서로 발과 팔뚝이 닿는 건 피할 수 없었다. 다리를 모두 뻗기도 쉽지 않은 공간이다 보니, 한 명씩 돌아가며 앉아서 자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여성 12명이 5평 혼거실에 누워있는 모습. 누울 공간 확보가 쉽지 않다. / 법무부 교정본부 제공

또 하나의 애로 사항은 투명하게 공개된 화장실. 화장실 벽 상단 절반이 밖에서 훤히 들여다 보이는 구조다. 볼일 보는 모습이 방 안 모두에게 생중계되는 민망한 상황이 매일 펼쳐진다. 화장실 안에서 자살 시도 등 위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어, 교도관들이 복도에서도 내부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 이때문에 밤에도 화장실 불은 항상 환하게 켜져있다.

청주여자교도소 혼거실 내 화장실. 변기에 앉으면 밖에서 상반신이 훤히 보인다. / 법무부 교정본부 제공

화장실을 쓸 엄두도 못낸 채, 방 구석구석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나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날짜 한 칸씩 빗금을 쳐 놓은 달력과 요구르트처럼 선호 메뉴에 형광펜을 쳐 놓은 수용자 부식물 차림표가 눈에 띄었다. 일~토까지 정해진 급식 메뉴는 한달 간 그대로 반복된다. 오늘의 메뉴는 무청된장국, 돈육고사리볶음, 쌈무, 배추김치. 식사는 배식 당번이 배식차를 끌고 문 앞으로 지나가며 문에 달린 구멍으로 반찬통을 받아 음식을 넣어주는 구조다.

마치 '의리 게임'처럼 통에 담긴 음식은 혼거실 내부 수용자끼리 배분해야 하는데, 여기서 방 내 권력관계가 작동하는 경우도 있다. 식사를 위해 테이블 3개를 펼쳐놓고 12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았다. 옆 사람과 부딪힐까, 조심조심 숟가락으로 밥을 한 술 떠 식사를 시작했다.

반찬통에 담긴 음식을 배분하는 모습 / 법무부 교정본부 제공

'과밀 상태'는 무더위를 곧잘 '짜증'과 '갈등'으로 이어지게 한다. 선풍기 두 대에 의지해 더위를 이겨내야 하는데, 이 마저도 50분 돌아가면 10분은 꺼져버린다.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가 '틱' 하는 소리와 함께 멈추자, 방 안에 있던 모두가 확연히 말수가 줄어들고 표정이 굳어지는 게 느껴졌다. 혼거실에 '6037번'으로 함께 들어온 15년차 교정 공무원 임 모 교위는 "혹한보다 혹서기에 재소자 간 갈등이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일을 나가는 '출역' 대상이 아닌 '미지정' 재소자들은 하루종일 혼거실 안에만 있으니 더욱더 그렇다고. 하루에 두 세번 정도였던 재소자간 싸움이나 난동 횟수도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임 교위는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갈등과 불만이 교도관에게 향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과밀 수용'서 비롯된 불만, 교도관 폭행·협박으로 이어져

무더위로 인한 짜증이나 항의를 받아내는 건 양반 수준. 짜증이 욕설이 뒤섞인 난동으로 이어지면 교도관들은 교도소 기동순찰대와 함께 대상자를 제압·진정시키고, 다른 재소자들과 분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재소자들의 폭언과 폭행의 타깃이 된다.
실제로 수용자가 교도관 등 교정직 공무원을 폭행하는 사건은 연간 수백 건씩 일어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9년 190건이었던 폭행 사건은 점점 늘어 2022년엔 849건으로 4배를 훌쩍 넘겼다. 아래 사진은 수용자로부터 폭행 피해를 입은 청주여자교도소 직원의 모습인데, 이렇게 다치는 교정직 공무원들이 매년 수백명이라는 소리다.

수용자에게 폭행 피해를 입은 청주여자교도소 교정 공무원의 모습 / 법무부 교정본부 제공

교도관들은 이에 대비하기 위해 난동 상황을 가장한 훈련도 한다. 기자도 수감번호 '6028번'으로 갇혀있는 상태에서 옆 방 재소자의 난동 대비 훈련을 참관했다. 재소자로 분한 교정 공무원 A 씨가 "나한테만 이러는 것 아니냐""인권위에 진정 넣겠다"며 성질을 부리더니, 돌연 복도에 있던 빗자루를 잡고 휘두르며 "XX년""개XX" 등 온갖 욕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결국 교도소 기동순찰대가 출동해 A 씨를 제압한 뒤 안정을 찾도록 분리 수용하면서 훈련은 마무리됐다.

교도소 내 난동 상황 대비 훈련중인 모습. 교도소 기동순찰대가 A 씨를 둘러싸고 있다. / 법무부 교정본부 제공

함께 혼거실에서 이 훈련을 지켜보던 '6037번' 임 교위는 훈련이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다 울컥 눈물을 보였다. 난동 상황을 연기한 A 씨는 3년차 직원인데, 매일 당하는 일을 직접 시연하는 모습을 보는 게 선임으로서 마음이 아프다는 것. 임 교위처럼 15년차 베테랑이 돼도 재소자로부터 당한 폭력과 폭언의 기억은 마음속 깊이 남는다. 2024년 교정 공무원에 대한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근속 연수가 긴 40~50대 직원들이 외상 사건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아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 완화를 위한 전문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오기도 했다. 자살 계획 경험률이 일반 성인의 2.7배에 이를 정도로 교정 공무원의 정신적인 고통은 상당하다.

위 실태조사에서 교정 공무원들의 업무 스트레스 요인 1위는 '과밀 수용으로 인한 과중한 업무량 및 인력부족'이었다. 교도관 한 명당 약 40~60명에 달하는 재소자를 관리하는 상황에서, 정신질환자와 마약 사범같이 '고난도 수용자'들도 늘어나며 업무 부담이 더욱 커졌다.

■ 정신질환·마약 수용자 늘었지만 전문 인력은 '부족'…'교정청' 논의도

교도소 내 정신질환 수용자의 난동은 단순 소란에서 끝나지 않고, 자해 등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정신질환 치료 없이는 재범 가능성도 높아지는 만큼 전문적으로 접근해야 하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전국 교정시설의 정신질환 수용자는 2021년 4천 명대에서 2024년 6천 명대까지 꾸준히 늘었지만, 전국을 통틀어 이들을 진료할 수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단 3명 뿐. 이 중에서도 교정시설에 상주하는 의사는 진주교도소에 있는 전문의 한 명이 유일하고, 두 명은 원격의료센터에서 비대면 진료를 한다.

적시에 치료가 이뤄지지 못해 생긴 공백은 교도관이 오롯이 감당하게 된다. 각각의 정신질환에 따른 특성을 숙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신질환 수용자를 관리해야하는 부담을 안게 되는 것. 예시로 조현병으로 인해 '누군가 나를 독살하려고 한다'고 생각하는 망상 증상을 보이며 약 먹기를 거부하는 수용자에게 매번 처방약을 먹게 해야 하는 것도 교도관의 업무 중 하나가 됐다. 청주여자교도소도 전체 수용자 중 약 27%가 정신질환 수용자인 만큼, 관련 업무 부담도 상당한 셈이다.

여기에 전체 수용시설의 마약 사범 수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2021년 1800명 정도였던 마약류 수형자는 2025년 7400명대로 4배 넘게 증가했다. 물론 수감된 이상 복역 기간동안은 저절로 단약이 가능하지만, 사회로 나가는 순간 범행 충동이 다시 찾아온다. 재범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중독 치료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시설도 인력도 부족한 교정시설에서는 오히려 진화된 범죄 수법을 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상적으로는 마약류 초범과 상습범, 마약 범죄 조직 관련 수형자가 분리 수용돼야 하겠지만, '정원 초과' 교정시설에서 이런 기준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 마약 사범 증가와 함께 출소 후 재범 우려가 커지자, 법무부는 마약 재활전담 교정시설을 지정해 회복 프로그램 운영에 나섰다.

청주여자교도소 내에 신설된 마약사범재활과 / 법무부 교정본부 제공

전체 수용자 4명 중 1명(23%)이 마약 사범인 청주여자교도소는 재활 프로그램인 '회복이음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에서 단약 의지를 가진 여성 재소자 10명 가량을 선발해 '중독재활수용동'에서 함께 생활하며 치료에 집중할 수 있게끔 하고, 정기적인 자조 모임과 교육·상담이 이뤄진다. 자조 모임에는 약물 중독 경험이 있는 '회복 강사'가 참여해 재소자들과 생각을 나누고 피드백을 준다. 프로그램을 거쳐 출소 후에도 단약 상태를 유지하며 '회복 강사' 양성 과정에 도전하는 재소자도 있다는 전언. 더 많은 마약 범죄 수형자들이 회복 과정에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역시 전문 인력과 시설·예산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프로그램 확대는 쉽지 않다.

결국, 과밀 수용 문제 해소와 함께 교정시설의 전문성이 갖춰져야 교정시설이 '교화'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이미 2016년 헌법재판소는 교정시설 과밀 수용이 위헌이라고 결정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교정시설의 현실은 제자리 걸음이다. 그래서 나온 해법이 '교정청' 신설이다. 법무부 산하 '교정본부'에서 외청으로 독립하고 예산을 확보해, 과밀 해소 사업 추진과 전담 교도소 운영 등 전문성 확보에 속도를 내자는 취지다.

출처: 법무부

내부 논의 중인 신설 교정청 조직 구성안에는 수용자 전담 치료와 재활을 중점적으로 담당하는 '교정 병원'도 포함됐다. 교정 전문성 확보를 위해 전문 인재를 양성하는 '교정 연수원'도 함께다. 서울과 대구, 대전, 광주 4곳에 있는 지방 교정청은 수원과 부산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교정 시설도 확충해 '과밀 지옥'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이를 위해선 '정부조직법' 등 관련법 개정과 함께, 정부조직 개편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와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난 17일 청주여자교도소 기자 간담회에서 "교정 문제의 근본적인 타개책은 (법무부에서) 독립해 나가는 것이고, 정부 안에서도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한 만큼, 향후 교정청 신설 논의가 실제 제도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결국 출소 후 사회로 돌아오기에…'교화'는 곧 '범죄 예방'

교정시설의 문제는 철문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무기징역 이상 형을 선고받은 재소자 외에는 모두 언젠가는 사회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심지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재소자라 하더라도, 십수년 복역 후 가석방으로 출소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교정시설 본연의 역할인 '교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면, 출소자의 재범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곧 사회 전체의 안전 문제와 직결된다.

물론 수용자 처우 개선을 해줘서는 안된다는 강경한 입장도 있다. 범죄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미약하게나마 해소하고, 일종의 '충격 요법'으로 다시는 교도소에 오지 않고싶어 하게끔 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재소자들을 수년간 지켜봐온 교정 공무원들은 입을 모아 "교화가 답"이라 말한다. '충격 요법'은 초범이나 경범죄를 저지른 극히 일부에게만 적용되고, 재범자와 중범죄자들에겐 결코 통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결국 교도소 안과 밖의 간극은 질문의 시각이 달라질 때 좁혀질 수 있다. '범죄자들에게 어디까지 해줘야 하는지'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안전과 범죄 예방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묻는 것이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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