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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 아드보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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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15개 선방' 퀴라소 골키퍼 "제 동상이 세워져야 할 것 같아요"

2026.06.21 14:19

퀴라소 골키퍼 엘로이 룸.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이제 퀴라소에 제 동상에 세워져야 할 것 같아요."

퀴라소 축구대표팀의 베테랑 골키퍼 엘로이 룸(37·마이애미FC)이 웃으며 말했다.

룸은 21일(이하 한국시간) 퀴라소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가 새로 쓰이는데 아주 큰 몫을 했다.

딕 아드보카트(네덜란드) 감독이 이끄는 퀴라소 대표팀은 이날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에콰도르와 0-0으로 비겼다.

월드컵 데뷔전이었던 독일과의 1차전에서 1-7로 대패해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던 퀴라소는 이날 무승부로 승점 1을 수확했다.

퀴라소 축구 역사상 월드컵 본선 첫 승점이다.

전반 3분 상대 주포 에네르 발렌시아의 문전 오른발 슈팅을 시작으로 무려 15개의 선방(세이브)을 기록한 룸 덕분이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지휘했던 딕 아드보카트(네덜란드) 퀴라소 대표팀 감독은 이 경기를 앞두고 기자들에게 "에콰도르 선수가 네 명쯤 퇴장당해야 우리가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농담했는데 역사적인 무승부를 만드는 데는 단 한 선수면 충분했다.

룸의 선방 중 한 장면.
[AP=연합뉴스]


이날 에콰도르는 퀴라소(슈팅 10개, 유효슈팅 3개)의 세 배 가까운 28개의 슈팅을 쏟아냈다. 이중 유효슈팅 15개를 기록했는데 룸이 버틴 퀴라소 골문을 한 번도 뚫지 못했다.

AP통신, ESPN 등에 따르면 룸은 경기 후 취재진에 "정말 믿기 힘든 추억이 될 것 같다"면서 "경기 중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지만, 나중에 분명히 돌아보게 될 순간이다. 골키퍼로서 이 경기는 거의 완벽한 경기였다"고 자평했다.

그는 또 "저 혼자서는 해낼 수 없다. 팀원들, 수비수, 미드필더, 공격수들과 함께해낸 것"이라면서 "우리는 한 팀으로서 해냈다"라고도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월드컵 한 경기에서 15개 선방은 1966년 잉글랜드 대회부터 공식 집계된 이 부문 기록에서 역대 2위에 해당한다.

1위는 2014년 브라질 대회 16강 벨기에전(미국 1-2 패)에서 미국 골키퍼 팀 하워드가 기록한 16개다.

선방하는 룸.
[로이터=연합뉴스]


하워드의 경우 전·후반 90분 동안에 12번의 선방을 기록한 뒤 연장전에서 4개를 추가한 것이어서 정규시간만 따지면 룸이 역대 최다 선방을 기록한 선수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아울러 무실점 경기에서 최다 선방 기록도 룸의 것이 됐다.

룸은 12년 전 미국과 벨기에의 경기를 시청한 기억이 있다면서 "하워드의 기록을 넘어서지 못해서 조금 아쉽긴 하지만, 제가 기록에 다가가면서 그가 TV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을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룸은 미국 프로축구 2부 리그 격인 USL 챔피언십 소속 마이애미FC에서 뛰고 있다.

키 190㎝의 룸은 선수 생활 대부분을 네덜란드의 피테서에서 보냈으며, 네덜란드 명문 PSV 에인트호번과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의 콜럼버스 크루에서도 활약했다.

퀴라소는 네덜란드령 자치국이다.

네덜란드의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과 막시마 왕비도 이날 경기장을 찾았다.

두 사람은 이날 미국 휴스턴에서 F조의 네덜란드가 스웨덴을 5-1로 꺾는 모습을 지켜본 뒤 바로 캔자스 시티로 이동해 퀴라소의 역사적 순간도 함께했다.

룸은 경기 후 왕실 인사들이 라커룸에서 선수단과 함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축하했다고 전했다.

hosu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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