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전
“공영방송 뉴스 SNS 상단 노출”... 英, 가짜뉴스 막으려 알고리즘 강제 법안 추진
2026.06.21 15:56
영국 정부가 자국 공영방송 뉴스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SNS) 상단에 우선 노출하도록 강제하는 규제를 추진 중이다. 가짜 뉴스 확산을 차단하고 공공 저널리즘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민간 기업 핵심 자산인 SNS 알고리즘에 정부가 직접 개입해 통제하겠다는 의미여서 빅테크의 반발이 예상된다. 뉴스 활용 방식을 둘러싼 각국 정부와 빅테크 간 주도권 다툼은 한층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정부 “빅테크 알고리즘에 묻힌 뉴스 살리자”
20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정부 부처 관료들은 이르면 이달 중에 자국 공영방송 뉴스를 SNS 피드 상단에 우선 노출하는 내용을 담은 미디어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영국 정부가 준비 중인 규제의 핵심은 ‘우선 노출(Prominence)’이다. 기존에 TV나 케이블 방송 안내 책자에서 BBC 같은 공영방송 채널을 앞번호에 배치했던 전통적 미디어 규칙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같은 SNS 피드에 똑같이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규정은 앞으로 공영방송뿐 아니라, 주요 일간지와 지역 신문사 뉴스 콘텐츠까지 확대 적용될 방침이다.
영국 정부가 이처럼 초강수를 두고 나선 배경에는 자국 내 뉴스 생태계가 붕괴하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가짜 뉴스 혹은 시청 시간을 늘리기 위해 정교하게 설계된 자극적인 콘텐츠가 SNS 사용자에게 우선 노출되는 알고리즘 탓에 정작 국민이 알아야 할 주요 뉴스가 묻히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TV 시청이나 뉴스 웹사이트 이용률이 급감한 반면, SNS는 뉴스 소비 채널의 대안을 넘어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전 세계 뉴스 소비 채널 조사(중복 응답)에 따르면, SNS(54%)가 뉴스 웹사이트(51%)와 TV(52%)를 제치고 뉴스 소비 채널 1위에 올랐다.
영국 정부는 플랫폼 업계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가이드라인 형태로 규제를 시작하되, 플랫폼들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법제화를 통해 강제력을 동원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NS 업계 “현실성 없는 규제”
SNS 업계는 영국 정부의 이 같은 규제 움직임에 대해 플랫폼 사업의 근간을 뒤흔드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전 세계 사용자의 반응과 관심도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시장 논리에 정면으로 역행한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휠던 유튜브 유럽 정책 디렉터는 콘텐츠 중요도 기준에 대해 “결국 정부가 선정한 소수 미디어에 특혜를 주도록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시청자들이 실제로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지와 관계없이 공영방송 뉴스라는 이유만으로 맨 앞줄에 세우게 되면, 다른 모든 일반 크리에이터들의 채널은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영국의 공공 뉴스 알고리즘 우선 노출 규제가 현실화할 경우, 전 세계 미디어·테크 업계에 작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전 세계 주요국 정부는 자국 언론 생태계를 집어삼킨 빅테크 통제를 위해 규제를 강화해 오고 있다. 앞서 프랑스와 캐나다 등은 빅테크가 온라인 뉴스를 노출하는 대가로 자국 언론사에 사용료를 내도록 강제하는 온라인 뉴스법을 시행했다. 유럽연합은 디지털 서비스법을 통해 빅테크의 가짜 뉴스 차단 책임을 엄격하게 묻고 있다.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규제들이 잇따라 튀어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다만 미디어 환경이나 공공 미디어의 역할·중립성 기준이 나라마다 제각각인 상황에서 빅테크 규제가 특정 언론 키우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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