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째 멈춘 편의점 상비약 확대…약사단체 반발에 또 안되나
2026.06.21 15:45
정부 13→20종 추진 “약사회 반발 변수”
정부가 14년째 변하지 않은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상비약) 품목 확대를 다시 추진한다. 국민의 야간·휴일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다만 대한약사회 등 약사단체가 기존과 마찬가지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번에도 상비약 품목 확대가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21일 제약·바이오 및 약국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13개 품목으로 제한된 상비약 판매 대상 의약품을 약사법상 최대치인 20개까지 늘리고, 약국이 없는 지역 등을 고려해 판매점도 늘리는 방안을 올 하반기 본격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편의점 안전상비약 제도는 약국이 문을 닫는 공휴일이나 심야 시간대에도 소비자가 가벼운 증상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12년 11월 도입됐다. 처방전 없이 구매 가능한 일반의약품 가운데 비교적 안전성이 확보된 품목을 대상으로 약국 외 24시간 연중무휴 점포에 한해 의약품 판매가 허용됐다.
상비약은 도입 당시 해열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 4개 분야 13개 제품군으로 시작했다. ‘타이레놀정 500㎎’을 포함한 해열 진통제 5종, ‘베아제정’과 ‘훼스탈골드정’ 등 소화제 4종, ‘판콜에이 내복액’과 ‘판피린티정’ 등 감기약 2종, ‘제일쿨파프’와 ‘신신파스 아렉스’ 등 파스 2종 등이다.
대부분 1일 복용분만 담겨 있고, 일부 제품은 약국 판매 제품과 성분이 다소 다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4년 편의점 상비약 공급 규모는 555억원에 달했다.
이러한 국내 상비약 제도는 그동안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사례에 비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일본은 약 2000여 개, 미국은 3만여 개 수준의 일반의약품을 처방전 없이 일반 소매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제도 시행 이후 지속적으로 품목 확대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지만 약사단체의 반대에 막혀 번번이 무산됐다.
실제 2017년 말 열린 제5차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에서는 제산제인 보령제약 ‘겔포스’와 지사제인 대웅제약 ‘스멕타’를 추가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약사회의 강한 반발로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2018년 8월 제6차 회의에서 두 제품의 편의점 판매 여부를 재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이 역시 약사단체 반대로 무산됐다.
제약업계는 이번 논의가 과거보다는 추진력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기존 13개 품목 중 일부 제품이 판매 대상에서 빠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타이레놀정 160㎎과 어린이용 타이레놀정 80㎎이 단종되면서 실제 판매 품목 수가 11개로 줄어들었다.
제도의 효용성이 확인됐다는 점도 정부가 재추진에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의약품정책연구소가 2019년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1년간 편의점 상비약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률은 68.9%에 달했다.
제약업계는 판매 채널 확대 측면에서 이번 논의를 반기는 분위기다. 편의점 판매가 가능해지면 추가 매출 확보는 물론 소비자 접점을 넓혀 제품 인지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약사단체의 눈치를 보느라 이러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진 못하고 있다.
반면 약사단체들은 이번에도 의약품 오남용과 안전 관리 문제를 명분으로 품목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김태규 대한약사회 약국이사는 “의약품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정책의 실질적인 성과는 단순히 품목을 확대하거나 규제를 완화하는 것만으로 달성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약사단체는 품목 확대에 앞서 부실한 관리체계부터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판매하려면 판매원이 4시간 동안 교육을 받아야 한다. 또 공산품이나 식품과 구분해 별도로 진열하고, 사용상 주의사항을 게시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이런 규정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게 약사단체의 주장이다.
김 이사는 “지금 정부가 우선해야 할 일은 판매 범위의 확대가 아니라, 기존 제도의 실효성을 냉철하게 점검하고 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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