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 세공사 관두고 父 따라 묵 쑤는 아들 "가업 잇겠다"(인간극장)
2026.06.21 14:07
[뉴스엔 박아름 기자]
반평생 가족을 먹여 살린 아버지의 묵. 이젠 아들의 손에서 만들어지게 됐다.
6월 22일부터 26일까지 방송되는 KBS 1TV '인간극장'에서는 가업을 잇겠다고 나선 장남의 묵 수련기가 펼쳐진다.
23년간 묵을 쑤어온 아버지 허재성(66) 씨와 그의 수제자이자 큰아들 혁진(36) 씨는 어스름한 새벽 솥 앞에 나란히 섰다. 도토리 가루를 물에 푸는 것부터 불 조절, 젓는 법까지 혁진 씨는 아버지가 하는 것을 놓치지 않으려 곁눈질하기 바빴다.
서울에서 8년 동안 주얼리 세공사로 일했던 혁진 씨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꾸리며 제법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3년 전 아버지가 갑작스레 지붕에서 추락해 허리를 다치면서 묵을 쑤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그 당시 혁진 씨는 “이제 묵 가게를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아버지의 말에 덜컥 겁이 났다고 밝혔다. 어려웠던 시절, 일곱 식구를 다시 살게 해준 것이 바로 이 묵이었기 때문. 묵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오 형제 장남인 혁진 씨가 가업을 잇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렇게 하던 일을 정리하고 매주 서울과 공주를 오가며 묵을 배운 지도 어느덧 1년이 됐다. 잠도 못 자고 새벽부터 고생하는 아들이 안쓰러운 어머니 박창미(57) 씨는 "이제는 그만 와도 되지 않겠냐"고 했지만 ‘묵 도사’로 통하는 아버지 눈엔 아직도 아들이 부족하기만 하다. 재성 씨는 아들 혁진 씨가 혼자 묵을 쑤는 동안, 손짓 하나하나를 매의 눈으로 지켜봤다.
아침 해가 뜨기도 전 재성 씨는 아내가 잠든 사이 살금살금 주방으로 나와 묵을 쑤며 아침을 열었다. 그렇게 한 솥 가득 묵을 쑤고 나면 그제야 창미 씨가 일어나고, 40년째 깨 볶는 부부의 하루가 시작됐다.
아홉 살 어린 신부와 결혼해 세상 물정 모르는 아내를 평생 공주처럼 모시고 싶었다는 재성 씨. 하지만 IMF로 사업에 실패하면서 그 다짐은 무너졌다. 다섯 아들을 데리고 공주의 산골로 들어온 부부는 365일 묵을 쑤고 또 쑤며 다시 삶을 일으켜 세워야 했다. 고이 간직하던 결혼반지를 팔아 생활비를 마련하고 먹고사는 일에 치여 다섯 아들 졸업식 한번 못 가봤다는 창미 씨. 지금은 누구보다 화목하고 넉넉해 보이는 부부지만, 사실 창미 씨는 예쁜 그릇 하나 마음껏 사본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재성 씨는 아내를 고생시킨 게 미안해 지금껏 묵 젓는 일은 한 번도 맡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23년간 매일 혼자 묵을 쑤어온 탓에 온몸에 성한 곳이 없어 통증 때문에 잠을 설칠 때도 많다는 재성 씨는 점점 심해지는 통증에 병원을 찾았다가 의사로부터 예상치 못한 말을 듣게 됐다.
한편 오랜만에 오 형제가 모두 모인 날, 도란도란 음식을 나눠 먹으며 회포를 풀었다. 영화배우, 영화감독, 래퍼, 복싱 코치 등 직업도 제각각인 오 형제.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탓에 한 번 모이기도 쉽지 않지만, 그런 오 형제가 모이면 여전히 단골 화제는 묵이었다.
다섯 아들은 학창시절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놀러 가는 대신 가게로 달려와 부모님의 일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낼 방도 없어 식당 한편에 옹기종기 모여 자던 오 형제가 번듯하게 자랄 수 있었던 건 바로 아버지의 묵 덕분이었다.
장남 혁진 씨 목표는 아버지가 평생 지켜온 묵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다. 행사장을 돌며 묵밥을 팔고, 아버지의 묵을 소개하고 있다고. 혁진 씨는 공주에서 묵 배우랴, 행사 다니랴 정신없이 바쁜 요즘은 스승님께 누가 되진 않을까 하는 부담과 사람들에게 묵을 알릴 수 있다는 설렘이 뒤섞인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런 혁진 씨에게 스승이자 아버지로서 필요한 주방 기기들을 하나씩 챙겨주는 재성 씨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연장인 주걱을 건네며 묵묵한 응원을 전했다.
뉴스엔 박아름 ja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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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평생 가족을 먹여 살린 아버지의 묵. 이젠 아들의 손에서 만들어지게 됐다.
6월 22일부터 26일까지 방송되는 KBS 1TV '인간극장'에서는 가업을 잇겠다고 나선 장남의 묵 수련기가 펼쳐진다.
23년간 묵을 쑤어온 아버지 허재성(66) 씨와 그의 수제자이자 큰아들 혁진(36) 씨는 어스름한 새벽 솥 앞에 나란히 섰다. 도토리 가루를 물에 푸는 것부터 불 조절, 젓는 법까지 혁진 씨는 아버지가 하는 것을 놓치지 않으려 곁눈질하기 바빴다.
서울에서 8년 동안 주얼리 세공사로 일했던 혁진 씨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꾸리며 제법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3년 전 아버지가 갑작스레 지붕에서 추락해 허리를 다치면서 묵을 쑤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그 당시 혁진 씨는 “이제 묵 가게를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아버지의 말에 덜컥 겁이 났다고 밝혔다. 어려웠던 시절, 일곱 식구를 다시 살게 해준 것이 바로 이 묵이었기 때문. 묵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오 형제 장남인 혁진 씨가 가업을 잇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렇게 하던 일을 정리하고 매주 서울과 공주를 오가며 묵을 배운 지도 어느덧 1년이 됐다. 잠도 못 자고 새벽부터 고생하는 아들이 안쓰러운 어머니 박창미(57) 씨는 "이제는 그만 와도 되지 않겠냐"고 했지만 ‘묵 도사’로 통하는 아버지 눈엔 아직도 아들이 부족하기만 하다. 재성 씨는 아들 혁진 씨가 혼자 묵을 쑤는 동안, 손짓 하나하나를 매의 눈으로 지켜봤다.
아침 해가 뜨기도 전 재성 씨는 아내가 잠든 사이 살금살금 주방으로 나와 묵을 쑤며 아침을 열었다. 그렇게 한 솥 가득 묵을 쑤고 나면 그제야 창미 씨가 일어나고, 40년째 깨 볶는 부부의 하루가 시작됐다.
아홉 살 어린 신부와 결혼해 세상 물정 모르는 아내를 평생 공주처럼 모시고 싶었다는 재성 씨. 하지만 IMF로 사업에 실패하면서 그 다짐은 무너졌다. 다섯 아들을 데리고 공주의 산골로 들어온 부부는 365일 묵을 쑤고 또 쑤며 다시 삶을 일으켜 세워야 했다. 고이 간직하던 결혼반지를 팔아 생활비를 마련하고 먹고사는 일에 치여 다섯 아들 졸업식 한번 못 가봤다는 창미 씨. 지금은 누구보다 화목하고 넉넉해 보이는 부부지만, 사실 창미 씨는 예쁜 그릇 하나 마음껏 사본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재성 씨는 아내를 고생시킨 게 미안해 지금껏 묵 젓는 일은 한 번도 맡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23년간 매일 혼자 묵을 쑤어온 탓에 온몸에 성한 곳이 없어 통증 때문에 잠을 설칠 때도 많다는 재성 씨는 점점 심해지는 통증에 병원을 찾았다가 의사로부터 예상치 못한 말을 듣게 됐다.
한편 오랜만에 오 형제가 모두 모인 날, 도란도란 음식을 나눠 먹으며 회포를 풀었다. 영화배우, 영화감독, 래퍼, 복싱 코치 등 직업도 제각각인 오 형제.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탓에 한 번 모이기도 쉽지 않지만, 그런 오 형제가 모이면 여전히 단골 화제는 묵이었다.
다섯 아들은 학창시절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놀러 가는 대신 가게로 달려와 부모님의 일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낼 방도 없어 식당 한편에 옹기종기 모여 자던 오 형제가 번듯하게 자랄 수 있었던 건 바로 아버지의 묵 덕분이었다.
장남 혁진 씨 목표는 아버지가 평생 지켜온 묵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다. 행사장을 돌며 묵밥을 팔고, 아버지의 묵을 소개하고 있다고. 혁진 씨는 공주에서 묵 배우랴, 행사 다니랴 정신없이 바쁜 요즘은 스승님께 누가 되진 않을까 하는 부담과 사람들에게 묵을 알릴 수 있다는 설렘이 뒤섞인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런 혁진 씨에게 스승이자 아버지로서 필요한 주방 기기들을 하나씩 챙겨주는 재성 씨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연장인 주걱을 건네며 묵묵한 응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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