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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을 너무 빨리 뺐나? 멕시코전 데이터가 가리키는 진짜 쟁점 [와이파일]

2026.06.21 12:48

멕시코전에서 슈팅하는 손흥민 <사진: 연합뉴스>

멕시코전 패배의 경기 내용을 숫자로 들여다보면 점유율도, 슈팅도, 기대득점(xG)도 한국이 앞섰습니다. 승부를 가른 것은 후반 5분의 실점 하나였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가장 뜨거운 화두는 스코어가 아니라 '손흥민 교체'였습니다. 후반 초반, 에이스를 일찍 벤치로 부른 결정은 옳았는가. 이 질문을 데이터 위에 올려놓고 따져 봅니다.

#결과는 졌지만 내용은 이겼다...멕시코전 숫자의 역설

한국은 점유율 58%로 공을 더 오래 갖고 이었고, 슈팅 9-8, 기대득점 0.69-0.48로 멕시코를 웃돌았습니다. 개최국을 상대로 한 원정에서, 내용만 떼어 놓으면 한국이 우위에 있던 경기였습니다.

멕시코전 슈팅, 기대득점 등 데이터 <출처: 옵타>

모멘텀 그래프는 더 분명합니다. 경기 대부분의 시간에서 더 위협적이었던 쪽은 한국이었고, 특히 85분 이후 종료 직전까지 파상공세를 퍼부었습니다. 그런데도 골이 없었습니다.

승부는 후반 5분, 단 한 장면에서 갈렸습니다. 골키퍼 김승규와 수비수 이기혁이 공중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동선이 엉키며 공을 흘렸고, 그 틈을 루이스 로모가 놓치지 않았습니다.

공격 위협도 그래프 <출처: 옵타>

멕시코는 0.48의 xG로 한 골을 넣었고, 한국은 0.69를 쌓고도 '0'에서 멈췄습니다. 9개의 슈팅 가운데 골문 안으로 향한 것은 2개뿐. 더 많이 쏘고도 상대 골키퍼를 위협한 횟수는 오히려 적었습니다. 체코전에 이어 멕시코전에서도 한국을 따라다닌 그림자는 결국 결정력이었습니다.

기대득점 그래프 <출처: 옵타>

#손흥민 '조기 교체'...데이터로 본 쟁점

경기 뒤 논란의 중심은 손흥민이었습니다. 한국은 후반 초반, 원톱으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을 비교적 이른 시점에 교체했습니다. 직전 체코전에서 같은 카드(손흥민→오현규)가 역전골로 적중했던 터라, 이번엔 그 시점이 더 빨랐다는 점에서 '조기 교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방송인 이경규 씨는 체코전 교체 성공에 쏟아진 칭찬을 의식한 결정이 아니냐며 이번엔 손흥민을 너무 일찍 뺐다고 짚었고, 전 국가대표 이천수 역시 선수로서 가장 아쉬운 시간대의 교체였다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주장 출신 기성용은 손흥민을 정중앙 원톱보다 측면에 세웠다면 공격에서 더 위협적이었을 것이라는 의견을 더했습니다.

여기에 데이터를 대입해 보면, 흔한 통념 하나는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에이스를 빼서 공격이 죽었다'는 해석입니다.

공격위협 그래프 <출처: 옵타>

모멘텀 그래프상 한국의 공격 위협도는 손흥민 교체 이후 오히려 더 올라갔습니다. 후반 막판의 가장 거센 파상공세는 손흥민이 벤치에 있던 시간대에 나왔습니다. 즉 '교체로 공격이 멈췄다'는 단선적 진단은 데이터와 맞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진짜 쟁점은 '언제 뺐느냐'보다 '어떻게 썼느냐'에 가깝습니다. 손흥민은 이번 경기에서 정중앙 원톱으로 배치됐는데, ESPN은 그의 볼 터치가 21회로 선발 필드 플레이어 가운데 가장 적었다는 점을 짚으며, 그를 최전방이 아닌 처진 공격수 자리로 내리고 오현규를 선발 원톱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할 때라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이 수비를 단단히 잠그고 역습을 노리는 구도에서, 멕시코 역시 무리한 공세를 접자 손흥민이 파고들 뒷공간 자체가 줄었고, 최전방에 고립되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빠른 침투와 돌파라는 그의 장기를 살리기 어려운 위치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멕시코전 후반 초반 교체되는 손흥민 <사진:연합뉴스>

교체 이후의 그림도 같은 맥락입니다. 한국은 공격 자원을 연이어 투입했지만, 쓰리백을 세우고 문전으로 공을 띄우는 공격 방식 자체는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멕시코가 수비 라인을 다섯으로 늘려 잠그자, 사람만 바뀌고 패턴은 반복됐습니다. 박지성 해설위원은 수비 준비는 잘했지만 공격에서의 준비가 부족했다며, 공격 인원을 투입하고도 경기를 풀어가는 방식 자체가 바뀌지 않은 점을 더 근본적인 문제로 지목했습니다. 위협도는 올라갔지만 '질 좋은 마무리'로 이어지지 못한 배경입니다.

물론 반론도 존재합니다. 같은 교체가 체코전에서는 역전극의 발판이 됐던 만큼, 이번 비판은 결과를 보고 거꾸로 짚는 해석이라는 시각입니다. 실제로 패배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 로이 킨은 한국이 멕시코보다 더 나은 경기를 했다며 지나치게 낙담할 일이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교체 타이밍 자체보다, 교체 뒤에도 전술적 변화가 없었다는 점이 더 본질적이라는 지적 역시 같은 선상에 있습니다.

#체코전이 남긴 착시

논란의 뿌리에는 일주일 전 체코전이 있습니다. 체코전에서 한국은 후반 손흥민을 빼고 투입한 오현규가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2-1로 이겼습니다. 교체가 곧바로 결과로 증명된 장면이었습니다. 데이터로도 그날의 한국은 점유율 62%, 슈팅 15-8, xG 1.84-0.85로 모든 지표에서 체코를 압도했습니다.

문제는 같은 선택이 늘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체코전의 성공은 '손흥민을 빼는 카드' 자체가 정답이어서가 아니라, 그날의 흐름과 상대, 그리고 마무리가 맞아떨어진 결과였습니다. 멕시코전은 흐름도, 상대의 대응도 달랐습니다. 한쪽의 성공이 다른 쪽에서 같은 방식으로 재현되리라는 기대 자체가, 어쩌면 가장 큰 착시였는지도 모릅니다.

멕시코전에서 득점 기회를 놓친 뒤 아쉬워하는 손흥민 <사진:연합뉴스>

한국은 1승 1패로 A조 2위에 자리하며, 32강 진출을 마지막 경기로 미뤘습니다. 멕시코전은 '잘 싸우고도 진' 경기였습니다. 그러나 토너먼트에서 내용은 위안이 될지언정 승점이 되지는 않습니다.

멕시코전까지 2경기가 남긴 질문은 분명합니다. 손흥민을 언제 뺄 것인가가 아니라, 손흥민이 가장 빛나는 자리와 방식이 어디인가. 그리고 에이스가 그라운드를 떠난 뒤, 선수의 얼굴만 바꿀 것인가 아니면 경기의 방식을 바꿀 것인가. 다음 경기에서 홍명보 감독이 내놓을 답이, 이번 월드컵의 방향을 가를 것입니다.

*자료: 옵타(Op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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