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30% 급락에도…주유소 기름값 여전히 2000원대, 왜
2026.06.21 08:46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합의 이후 국제유가가 한 달 만에 30% 넘게 급락했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주유소 기름값은 여전히 리터당 2000원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분이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존재하는 데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료 부과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유가 안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 원유 수입 가격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5월 20일 배럴당 106.60달러에서 이달 19일 73.61달러로 한 달 새 30.9% 하락했다.
중동 전쟁 당시 배럴당 170달러에 육박했던 국제유가는 종전 합의 이후 빠르게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전쟁 직전 수준이었던 배럴당 70달러 선에 근접한 상태다.
반면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같은 기간 리터당 2011원에서 2009원으로 사실상 변화가 없었다.
업계에서는 국제유가 하락세가 국내 기름값 안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게 보고 있다. 다만 실제 소비자가 가격 인하를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최고가격제 역시 국내 가격 하락 폭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유가가 급등할 당시 정부가 가격 상승을 일정 부분 억제한 만큼, 반대로 국제유가가 급락하더라도 하락 폭이 그대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하락세는 국내 유가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도 "환율과 국제 석유제품 가격 등 여러 변수가 남아 있어 향후 가격 수준을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중동 전쟁 이후 줄곧 리터당 2000원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지난 4월 17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약 3년 만에 다시 2000원 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종전 합의와 최고가격제 종료가 이뤄지더라도 전쟁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여전히 높은 데다 세금과 유통 마진이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여전히 남아 있어 국제유가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유가 안정의 또 다른 변수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료 부과 여부다.
한국은 지난해 원유 수입량의 약 70%를 중동 지역에 의존할 정도로 중동산 원유 비중이 높다. 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상황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에는 향후 60일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별도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이란은 향후 보험 수수료 형태의 통항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운송로다. 통항료가 현실화될 경우 원유 운송 비용이 상승하면서 국제유가 하락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
결국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더라도 운송비 부담이 늘어나면 국내 주유소 기름값의 추가 하락 폭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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