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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핵 인정도 압박도 아닌 中의 침묵…비핵화 외교 새 숙제

2026.06.21 08:58

북·중 정상회담 관영 보도서 핵·한반도 문제 언급 빠져
G7 “북한 완전한 비핵화” 재확인에 김여정 “주권 침해” 반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이후 중국의 ‘비핵화 침묵’을 둘러싼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북·중 정상회담 공개 보도에서 핵 문제와 한반도 문제가 빠졌지만, 이를 중국의 북한 핵 공식 인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다만 중국이 공개적으로 북한을 압박하지 않는 장면이 반복되면서, 한국의 비핵화 외교 셈법은 더 복잡해졌다는 분석이다.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체육관에서 환영 공연을 본 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8일 악수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
하태원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21일 ‘시진핑 방북과 한반도의 전략적 전환’ 보고서에서 이번 방북을 단순한 북·중 우호 확인 행사가 아니라, 미·중 전략경쟁과 북·러 밀착 속에서 북·중 관계가 새롭게 재편되는 단계로 봤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는 관행대로 공동성명이나 공식 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았다. 양측은 신화통신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각각 회담 결과를 공개했는데, 한반도 안보 현안과 관련해 ‘비핵화’나 ‘한반도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하 연구위원은 양국이 화려한 표현으로 관계 발전과 협력 확대를 강조했지만, 역설적으로 비핵화에 침묵한 점이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비핵화가 빠진 자리에 전략적 협력과 군사·외교 교류가 들어섰다는 점에 주목했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외교·법 집행·군사 분야의 교류 강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는 중국이 북한 핵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북·중 관계 관리와 전략협력 강화에 무게를 둔 대목으로 읽힌다.
 
◆인정도 압박도 아닌 中의 침묵
 
2019년 시 주석의 방북 때와 비교하면 이번 침묵은 더 눈에 띈다. 당시 중국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대화와 협상 진전을 언급했지만, 이번 공개 보도에서는 관련 표현이 확인되지 않았다.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하고 북·러 군사협력이 강화된 상황에서 중국의 대북 우선순위가 달라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하 연구위원은 중국의 침묵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공식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는 중국이 내부적으로 비핵화 원칙을 완전히 폐기했다는 근거는 없다고 봤다. 중국으로서는 북한 핵 보유를 공식 인정할 경우 일본 등 역내 핵무장 논의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침묵은 비핵화 원칙의 폐기보다, 북한과 관계 유지를 위한 전술적인 선택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중국이 북한 핵을 공식 인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공개적인 비핵화 압박을 유지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하 연구위원은 이번 침묵을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기보다 관리하려는 전술적인 선택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에 기울어진 북한을 중국의 영향권 안에 묶어두면서, 비핵화 카드는 미국, 한국과의 외교에서 활용할 여지를 남기는 이중 전략일 수 있다는 취지다.
 
북한은 중국과 달리 비핵화 거부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보고서는 북한이 시 주석 방북 직전 핵물질 생산공장으로 추정되는 시설을 공개하고 핵보유국 지위 행사를 강조한 점에 주목했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도 미국과 주요 7개국(G7)의 비핵화 요구를 잇달아 비판하면서 비핵화가 더 이상 협상 의제가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반면 G7은 17일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재확인했다. 북·중 정상회담 보도에서 비핵화가 빠진 지 열흘도 지나지 않아 서방은 기존 원칙을 다시 꺼낸 셈이다. 김 부장은 다음날 G7의 비핵화 요구를 주권 침해로 규정하면서 반발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북·중 밀착 속 좁아진 한국 셈법
 
하 연구위원은 시 주석의 이번 방북에 세 가지 전략적 목표가 있다고 봤다. 미국 중심 질서에 맞서는 반패권 연대를 재편하고, 러시아 쪽으로 기울어진 북한을 중국으로 끌어들이며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주도권을 유지하려 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시 주석의 평양 방문은 한반도 안보 구조가 중국의 동의 없이 재편돼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로도 읽힌다고 풀이했다.
 
보고서는 이번 회담을 ‘완전한 북·중 밀착’으로만 읽는 것은 오독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북 직전 북한이 핵무력 강화 의지를 과시한 것은 통상적인 외교 문법을 거스르는 행동으로, 비핵화를 둘러싼 북·중 간 견해차가 적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하 연구위원은 비핵화 침묵이 중국의 핵 묵인이라기보다 북·중이 공개 충돌을 피하기 위해 택한 결과일 수 있다고 봤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6일 중요 군수공장을 찾아 미사일 생산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하 연구위원은 한국 정부가 냉정한 현실을 인식하고 비핵화 목표와 협상 입구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는 유지하되, 당장 협상에 가져갈 단기 목표는 핵 동결과 확산 방지로 조정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중국이 북한을 공개 압박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은 대미 공조와 대중 소통을 동시에 조율해야 하며,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한국이 북핵 외교에서 소외되지 않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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