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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팹사이씬] SK하이닉스, 신입 대거 채용…삼성 '이직' 저울질

2026.06.21 08:01

[반도체 팹사이씬]은 반도체 생산공장(팹)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상과 문화, 조직, 보상, 노동환경 등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연재입니다. 기술 중심 보도에서 벗어나 현장의 '사람'과 '장면(scene)'에 집중하며 반도체 산업의 모습을 더욱 입체적으로 전합니다.
SK하이닉스가 차세대 반도체 설계 등 주요 직무에서 세 자릿수 규모의 신입사원 채용에 나서면서 삼성전자 비메모리 부문 저연차 직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와에서 성과급 배분을 둘러싼 불만이 커진 가운데 경쟁사가 이례적 규모의 인재 확보에 나서면서 이직을 고민하던 직원들에게 현실적인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학력 문턱 낮추고 실무 역량 평가…삼성 경력도 경쟁력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 소속 일부 저연차 직원들은 17일 시작된 SK하이닉스 신입사원 수시채용 지원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채용에서 설계를 비롯한 주요 직무에서 수시채용으로는 이례적인 세 자릿수 규모의 인원을 선발한다. 우수한 잠재력을 가진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게 회사의 구상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한 직원은 "경력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더라도 지원해보겠다는 동료들이 적지 않다"며 "현재 조직에서 계속 근무했을 때 받을 보상과 경력 전망을 함께 따져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른 직원도 "과거에는 이직을 하더라도 몇 년간 경력을 쌓은 뒤 이직하는 선택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들까지 회사를 옮기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가 이번 채용부터 학력 자격 요건을 전면 폐지하고 실무 역량 중심의 평가 방식을 도입한 점도 삼성전자 저연차 직원들의 이직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기존 채용 공고에 명시했던 '4년제 학사 학위 이상' 등의 조건을 없애고 지원자의 경험과 직무 수행 역량, 성장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학력이나 정형화된 스펙보다 실제 업무 경험을 중시하는 만큼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설계·개발 실무를 경험한 저연차 직원들에게는 근무 경력이 채용 과정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학력 제한 폐지와 세 자릿수 채용을 동시에 내건 SK하이닉스의 행보가 삼성전자의 반도체 인재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례로 반도체 설계 등 직무는 높은 전문성을 요구해 통상 석·박사급 학위가 주요 채용 요건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가 신입 전형에서 학력 제한을 없애고 대규모 채용에 나선 것은 학사 졸업 후 삼성전자 등에서 2~3년간 고강도 설계·개발 실무를 경험하며 현장 대응력을 갖춘 주니어 엔지니어를 대거 흡수하려는 것이란 해석이다. 별도의 장기 교육 없이 현업에 투입할 수 있는 '즉시 전력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성과급 격차에 흔들리는 삼성 비메모리…인재 확보전 비상
삼성전자 저연차 직원들의 이직 고민에는 지난달 타결된 2026년 임금협약이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 노사는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유지하는 대신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고 재원의 40%는 부문 공통으로, 나머지 60%는 사업부별로 배분하기로 했다. 사업부 실적에 따라 성과급 규모가 달라지는 구조가 도입되면서 적자가 이어지는 파운드리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를 중심으로 보상 격차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노사는 적자 사업부에도 부문 공통 지급률의 60%를 보장하고 적용 시점을 1년 유예해 2027년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직원들은 메모리사업부와 공동으로 제품 개발과 생산에 참여하고도 소속 사업부의 손익을 기준으로 보상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비메모리 사업은 실적 회복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부별 차등 배분이 장기적인 보상 격차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저연차 직원들의 이직 고민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사업부별 손익에 따라 성과급 재원을 차등 배분하지 않는다. 지난해 노사 합의를 통해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 상한을 폐지하고 전사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개인별 성과 등을 반영해 지급액을 정하지만 소속 사업부의 실적 부진이 성과급 재원 축소로 직결되는 구조는 아니다. SK하이닉스는 앞서 올해 2월 기본급의 2964%에 해당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PS를 지급한 바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저연차 인력의 이탈이 본격화할 경우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경쟁력 회복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설계와 공정 개발은 개별 엔지니어가 여러 제품을 개발하며 축적한 경험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경력 초기 인력이 조직을 떠나면 중간 연차의 기술 인력으로 성장할 내부 인재 기반도 약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 사업은 단기간에 실적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인 보상과 경력 전망을 제시해야 핵심 인력을 붙잡을 수 있다"며 "경쟁사가 대규모 채용과 높은 보상을 동시에 제시하는 상황에서는 저연차 직원부터 이동 가능성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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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기자 you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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