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간 전
다이아몬드 지고 금값 주춤하자…‘손톱만 한 부동산’이 뜬다
2026.06.21 06:00
하이 주얼리에 대한 관심이 커진 배경에는 ‘다이아는 영원하다’는 신화의 균열이 있다. 실험실에서 만든 합성 다이아몬드(랩그로운)의 확산과 중국 등 주요 소비시장 둔화가 맞물리면서 다이아몬드 가격은 몇 년 새 크게 밀렸다. 다이아몬드거래소(IDEX)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다이아몬드 가격지수는 84.67로 1년 전(92.39)보다 8.3% 내렸다. 2022년 3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158.39)와 비교하면 46.5%나 떨어졌다.
여기에 최근 금값까지 주춤하자 금을 대신할 실물 투자처로 하이 주얼리를 찾는 수요도 더해졌다. 금은 올해 초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통화 긴축)적 기조와 달러 강세에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금은 이자가 붙지 않아 금리 상승기에는 상대적인 매력이 떨어진다. 미국 동부시간 18일 오후 11시 기준 금 선물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4194.20달러로, 석 달 전보다 10%가량 하락했다.
반면 천연 유색 보석의 몸값은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주요 산지가 제한적인 데다 캐낼 수 있는 물량도 점점 줄고 있어서다. 특히 루비는 전 세계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는 미얀마가 내전으로 사실상 공급이 막히면서 희소성이 확 커졌다. 미얀마산 루비가 군부 정권의 핵심 돈줄로 쓰인다는 윤리적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주요 주얼리 브랜드들은 신규 조달을 멈춘 상태다.
보석업계 관계자는 “제품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2021년 70억원대였던 루비 반지가 최근에 알이 더 작아졌는데도 300억원대까지 거래됐다”며 “루비처럼 이미 값이 크게 오른 보석뿐 아니라 앞으로 가치가 더 오를 만한 차세대 보석을 찾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오늘이 가장 싸다’는 인식은 투자 수요를 부른다. 불가리와 까르띠에가 지난 4~5월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이달에는 롤렉스와 쇼메도 가격 인상을 앞두고 있다. 가파른 가격 인상에도 수요는 오히려 더 뛴다.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1분기 전체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8% 늘었는데, 주얼리 매출은 55.6% 증가했다. 전체 명품 시장의 성장률을 크게 웃돈 것이다. 가격이 오를수록 오히려 수요가 더 붙는 이른바 ‘베블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안 사면 싸게 살 기회를 놓친다’는 포모(FOMO·소외 공포) 심리가 구매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부동산을 대신할 상속·증여 수단으로 하이(최고급) 주얼리를 사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윤성원 한양대 보석학과 겸임교수는 “하이 주얼리는 부동산·미술품 보다 보관·관리 부담이 적고, 국경을 넘어 이동하기도 쉽다”며 “화폐 가치가 떨어지거나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를 대비해 자산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 차익을 노리고 뛰어드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윤 교수는 “유색 보석은 주식이나 금처럼 바로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라, 매수자 수요가 있어야 거래가 성사되는 시장”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매장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만큼 세대를 넘어 70년 이상 보유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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