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BIO] "탈모는 생존 문제"…'뜨거운 감자' 된 건보 적용
2026.06.20 06:00
탈모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농담이 있습니다. 그만큼 탈모는 인류의 영원한 난제 중 하나로 꼽힙니다.
통상 탈모는 중장년 남성의 고민거리로 여겨져 왔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요즘엔 2030 남성, 그리고 여성까지 탈모 고민으로 앓는 분들이 많은데요.
정부가 나섰습니다. 탈모 치료에 건강보험 적용 방침을 공식화한 겁니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이르면 올해 하반기 건보 급여 확대가 정해집니다.
현재 건보가 적용되고 있는 원형탈모 외에, 다른 탈모의 영역에까지도 건보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해 탈모 환자들이 부담하는 치료비와 약값을 덜어주자는 얘기인데요.
반기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탈모가 취업이나 연애, 결혼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만큼 "생존이 달린 문제"라는 견해와, 의료적 필요성과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건강보험 적용이 현실화될 경우 탈모 치료제 시장이 한 단계 더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현재 탈모약은 비급여 의약품으로 환자가 약값 전액을 부담하고 있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본인 부담이 낮아지면서 신규 환자 유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건데요.
이렇게 탈모 치료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제품군을 갖춘 제약사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관련 주식은 크게 널뛰기도 했습니다.
이번 [문형민의 알아BIO]에서는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화 논란과, 탈모 신약 개발 현황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 "탈모는 생존 문제"…복지부, 건보 급여화 본격 검토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미용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건강보험 적용 확대 검토를 지시했습니다.
재정적으로 부담이 될 경우 적용 횟수를 제한하거나, 총액을 제한하는 등의 구체적인 방안도 언급했습니다.
당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탈모가 증상이 있거나, 생명에 영향을 주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건강보험을 적용하진 않고 있다"고 답하면서도 "급여화를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로부터 6개월 만에 복지부는 실무검토를 마치고 '탈모치료 급여화'를 전면으로 내세웠습니다.
정은경 장관은 지난 11일 정책 간담회에서 탈모 건보 적용과 관련해 “건보공단에서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긍정적 답이 나왔다”며 “‘모두의 토론회’ 의견 등을 반영해 추진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모두의 토론회는 현 정부가 국민이 직접 정책 토론할 수 있게 만든 공론화 절차로 다음달 열릴 예정인데, 첫 토론 주제도 ‘탈모 건보 적용’으로 정해졌습니다.
정부 안팎에선 “이번 토론회는 탈모 건보 적용을 본격 추진하기 위한 절차”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현재 복지부는 우선 적용 대상을 20~34세 청년층으로 하되, 구체적인 적용 대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정 투입 규모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토론회 결과를 보고 추진 여부와 세부 내용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찬성 측 주장은?…“탈모는 미용 아닌 질환”
스트레스 등이 주원인인 ‘원형탈모’는 현재도 질환으로 분류돼 건보 적용을 받고 있는데요.
이번에 정부가 건보 적용을 검토하는 대상은 흔히 ‘M자형 탈모’ ‘남성형 탈모’로 불리는 안드로겐성 탈모입니다.
주로 안드로겐 호르몬의 일종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 모낭을 축소하면서 모발이 점차 가늘어지고 짧아지는 현상인데요. 전체 탈모 환자의 90%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안드로겐성 탈모는 그동안 진찰을 받을 때 건보가 일부 적용됐지만, 약은 건보 적용을 받지 못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탈모 치료제를 처방 받으려면 매달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 원에 달하는 약값을 감당해야 합니다.
탈모 환자들이 모인 커뮤니티 '대다모'가 지난해 12월 일주일간 82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탈모약도 보험 적용돼야 한다'는 찬성 의견이 8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탈모치료제에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탈모를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실질적인 질환으로 봐야 한다고 말하는데요.
특히 취업과 연애, 결혼 등 인생의 중요한 관문을 지나야 하는 청년층의 경우 탈모로 인해 극심한 자신감 상실과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에게 탈모 치료는 겉모습을 예쁘게 꾸미는 미용의 영역이 아니라 사회에 정상적으로 복귀하기 위한 생존의 영역이라는 논리입니다.
고통 받는 국민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국가가 지출을 분담하는 것은 당연한 복지 제도의 의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이유입니다.
◇ 반대 측 주장은?…“건보 재정 적자 위기인데”
문제는 건보 재정입니다. 청년층 탈모 치료를 지원하지 않더라도, 현 추세라면 올해 적자 전환이 예상됩니다.
여기에다 2029~2030년이면 건보 적립금이 소진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시장조사 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국내에서 1,880억 원 상당의 안드로겐성 탈모약이 팔렸습니다.
건보로 청년층 탈모약을 지원해주면 구매자가 급증해 연 최대 7천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렇게 경증 치료의 건강보험을 확대하겠다는 정부 방향이 오히려 중증 항암제 및 희귀난치질환 치료제의 보장성을 축소할 거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한정된 건강보험 재원은 '살릴 수 있는 생명을 살리는 곳'에 우선 투입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신약이 개발돼도 건보 급여 등재가 지연돼 수많은 중증 희귀난치질환·말기 암 환자들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약값을 감당하지 못해 치료를 포기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암, 희귀 질환, 중증 질환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환자와 가족들이 있는데 이들보다 ‘M자형’ 탈모가 먼저냐(김미애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 “건보는 정치인이 생색내며 나눠주는 하사품이 아니다”(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돈이 얼마 드는지도 모르는데 건보 적용을 하겠다는 건 전형적인 포퓰리즘”(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 탈모 신약에 쏠리는 관심…“추격 매수 신중”
한편, 탈모 치료제 건보 적용 검토 소식이 전해지자, 탈모 치료제를 보유한 기업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JW중외제약의 계열사 JW신약은 피나스테리드 계열 ‘모나드정’, ‘모나스타정’과 두타스테리드 계열 ‘두타모아정’ 등 전문 탈모 치료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JW중외제약은 탈모 신약 역시 개발 중인데요. 신약후보물질 ‘JW0061’은 기존 남성호르몬 억제 위주의 탈모 치료제와 다른 GFRA1 작용제 기전으로 기대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고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성인 104명을 대상으로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취재 결과, 지난 4월 13일 첫 환자 등록 및 투약을 시작하고 현재는 40명가량에게 투약을 마쳤습니다.
이에 따라 임상1상은 계획대로 내년 1분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 측은 “임상1상을 통해 후속 임상 개발 계획을 구체화하는 동시에 해외 기술제휴 등 사업협력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종근당이 개발 중인 두타스테리드 성분의 주사 제형 탈모치료제 'CKD-843'은 임상3상 단계에 있습니다.
올릭스는 RNA 간섭 기술 기반 탈모치료제 후보물질 ‘OLX104C’를 개발하고 있는데, 호주에서 1b/2a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프롬바이오는 줄기세포 기반 탈모치료제 후보물질의 비임상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하며 본격적인 임상 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기업들의 주가 역시 매수세가 집중되며 급등세를 보였는데요.
증권가에서는 이번 상승세가 정책 기대감에 따른 선반영 성격이 강한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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