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주담대 쌍끌이에…5대 은행 가계대출 두달새 6조↑
2026.06.21 05:45
연간 증가 목표치 급속 소진…대출 조이기 잇따라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임지우 이도흔 기자 = 주요 시중은행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해 작년 말 대비 잔액이 최근 플러스(+)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주춤했던 가계대출 증가세가 2분기 들어 다시 고개를 든 가운데 4월 말 이후 순증 규모만 6조원에 달했다.
이런 속도라면 은행들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도 금세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8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정책성 대출 제외)은 총 646조192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645조1천951억원)과 비교하면 8천241억원 불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1분기 말까지만 해도 작년 말보다 5조8천688억원 줄어든 상태였다. 신규 대출이 제한된 가운데 상환이 이뤄지면서 잔액이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이후 4월 말 -5조2천476억원, 지난달 말 -1조5천738억원 등으로 감소 폭이 급속히 축소되더니 이달 들어서는 아예 증가세로 전환했다.
불과 두 달도 채 안 되는 기간에 대출 잔액이 6조원 넘게 급증한 것이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에 부응해 매년 연간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연초 설정한다.
5대 은행은 올해 한 해 동안 가계대출이 작년 말보다 총 4조3천300억여원 이상 늘지 않게 묶는 것이 목표인데, 이제 3조5천억원 정도밖에 여력이 남지 않은 셈이다.
은행별로 보면, A 은행은 가계대출 잔액이 이미 목표치를 훌쩍 넘어섰다. 당국에 제출한 연간 증가액 목표치의 1.5배 넘게 잔액이 늘어난 상황으로 전해졌다.
다른 은행들도 점차 안심하기 어려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B 은행은 작년 말 대비 가계대출 잔액이 4월 말 -1조7천400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난 18일 -400억원으로 증가 전환을 눈앞에 두게 됐다.
여기에는 증시 호황에 따른 '빚투'(빚내서 투자) 급증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5대 은행의 지난 18일 기준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08조3천339억원으로, 지난 4월 말(104조3천413억원)보다 4조원 가까이 늘었다.
특히 개인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월 말 39조6천675억원, 5월 말 41조4천890억원, 6월 18일 42조7천919억원 등으로 계속 증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시 호황으로 인한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 증가가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에 상당히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집값 상승과 주택 거래 증가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5대 은행의 지난 18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14조5천352억원에 달해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5월 말보다는 1조1천472억원 증가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수도권 중심으로 주택 매매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6월에 당국의 대출 관련 추가 규제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대출 수요자의 대출 실행이 한꺼번에 몰렸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아파트 거래량이 늘면서 1∼2개월 전에 계약된 건들의 주택 구입 자금 대출 실행 시기가 6월로 집중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연말에 목표치를 초과하는 은행들은 내년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새로 설정할 때 페널티를 받게 된다.
이에 은행들도 총량 관리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IBK기업은행은 오는 30일부터 대면 주택담보대출(주기형 외) 금리감면권을 0.5%포인트(p) 축소하기로 했다. 고정·변동금리 전세대출 금리감면권도 0.2%p 낮춘다.
이와 별도로 오는 23일부터 신용대출인 'i-ONE 직장인스마트론'의 자동 금리감면권을 0.3%p 축소한다.
금리감면권은 영업점 우대금리와 비슷한 개념으로, 축소되면 차주에게 적용되는 실제 대출 금리가 올라 대출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이에 앞서 NH농협은행은 지난달 20일 대면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취급을 중단했다. 주택담보대출 대면 모기지보험(MCI) 가입도 제한했다. 이달 12일에는 MCI에 이어 MCG 모기지보험 가입을 추가로 제한하기도 했다.
다른 은행들도 선제 관리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가계대출 증가세를 보면, 은행권의 선제 관리가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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