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진 “배민 다시 사고 싶다”…4.7조 잭팟 신화 ‘씁쓸한 엔딩’
2026.06.20 06:00
2019년 말 독일 음식 배달업체 딜리버리히어로(DH)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인수하기 위해 자신들이 만들고 키운 앱 ‘요기요’까지 팔았다. DH가 갖고 싶었던 건 배민과 배민을 만든 김봉진이라는 창업자였다. 일종의 ‘인재 인수(Acqui-hire)’였던 셈이다. DH는 40억 달러, 당시 환율로 약 4조7500억원에 배민을 인수했다. 1000억원 이상의 기업 가치 인수합병(M&A)도 쉽지 않던 당시 한국 스타트업 현실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잭팟’, 한국 스타트업 엑시트(회수)의 신화를 새로 쓴 것이었다.
7년 뒤인 현재, 이 신화를 다시 써야 할 상황이 왔다. DH가 배민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으면서다. 7년 간 DH가 배민에 요구한 청구서도 4조7500억원 잭팟의 기억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국내 정서를 무시한 모회사의 수익성 강화 기조로 배민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악화됐고, 자유로운 기업 분위기와 상생 등을 강조해온 매력 넘치던 기업 문화 ‘배민다움’도 시간이 갈수록 빛이 바랬다. 그렇게 맞바꾼 영업이익을 최근 3년 간 꾸준히 DH에 환원했으나 이렇다 할 재투자도 받지 못했다.
2023년 배민을 떠난 김봉진 창업자는 배민의 변화를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그를 잘 아는 한 업계 관계자는 “김 창업자는 배민을 다시 찾아오고 싶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배민의 색채가 옅어지는 것에 대해 정말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장기간 이어지는 불황 속에 날로 좁아지는 스타트업의 엑시트 출구. 몇 안 되는 성공 사례로 회자되던 배민 신화의 뒷맛도 씁쓸하다.
물론 오늘도 밤낮 없이 온몸을 갈아 기업을 키워나가는 스타트업 대표들에겐 이마저도 꿈 같은 이야기다.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세컨더리 펀드 등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출구는 다양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M&A 시장 규모가 2~3조원대로 작은 한국 엑시트 시장은 IPO에 비중이 과하게 쏠려 있어서다. 지난해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간한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이 IPO를 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14.4년이다. 미국(약 5년)보다 회수 주기가 3배 가까이 길다. 그마저도 코스닥 시장의 위축이 IPO의 문을 더 좁게 만든다.
벤처캐피탈(VC)나 사모펀드(PE) 등이 이미 투자한 스타트업의 지분을 저렴한 가격에 매입해 수익을 올리는 세컨더리 펀드 시장을 활성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창업자보다는 투자 자금을 만기 내에 회수하지 못해 자금난을 겪는 VC를 위해 마련된 엑시트 방안이라는 한계가 있다.
팩플이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 투자자, 은행 관계자 등을 다양하게 만나 K-스타트업 엑시트 시장의 현실을 생생히 담았다. 한국에서 M&A가 안 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갈수록 해외 기업들의 한국 스타트업 선호도는 떨어지고 있다는데 왜일까. 컬리, 카카오모빌리티, 놀(옛 야놀자), 여기어때 등 한때 유니콘으로 추앙받던 기업들이 지금도 여전히 유니콘인 채로 나이만 먹고 있다. 좁아진 출구로 탈출에 어려움을 겪는 늙은 유니콘과 죽지도 못하는 좀비 스타트업의 사연, 출구를 ‘새로고침’할 대안까지 2화에 걸쳐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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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진 “배민 다시 사고 싶다”…4.7조 잭팟 신화 ‘씁쓸한 엔딩’ 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33958
“엑시트 못하고 몸값 1조 날려” 늙은 유니콘, 13살 컬리의 고민 ②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35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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