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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배민·쿠팡 동의의결 기각의 진짜 쟁점

2026.06.20 12:53

끝까지 본 건 '돈'이 아니었다

지난 1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동의의결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두 회사가 들고 온 상생안은 각각 3년간 3000억 원, 4년간 600억 원 규모였다. 동의의결 제도가 생긴 이래 가장 큰 규모였다. 그런데도 공정위는 절차의 문턱조차 넘겨주지 않았다.

기각 소식이 알려지자 "소상공인이 저렇게 힘든데 그 큰돈을 왜 마다했느냐"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아쉬움이다. 그러나 사건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공정위가 끝까지 들여다본 것은 돈의 크기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합뉴스
무슨 일이 있었나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를 받는 기업이 스스로 시정안과 피해구제안을 내놓고 공정위가 그 내용이 타당하다고 인정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은 채 사건을 마무리하는 제도다. 쉽게 말해 벌을 매기는 대신 문제를 고치게 하는 합의다.

이번에 도마에 오른 배달앱 사건은 모두 5건이다. 배민은 타사 대비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강요한 최혜대우 요구, 수익성 높은 자사 배민배달을 밀어주고 가게배달을 불리하게 만든 배민배달 우대, 배달예상시간을 자사에 유리하게 표시한 부당광고 등 3건 모두에 대해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쿠팡은 최혜대우 요구 1건만 신청했고 함께 안건에 오른 끼워팔기에 대해서는 신청하지 않았다.

공정위의 최종 결론은 "신청 내용이 동의의결 절차를 시작할 요건 자체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제 사건은 본안 심의로 넘어간다. 위법이 인정되면 과징금이 부과된다. 공정위는 "연내에 최대한 신속히 심의 일정을 잡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서부터가 핵심이다. 동의의결이 무산되면 사건은 결국 과징금으로 귀결되고 그 돈은 국고로 들어간다. 피해를 입었다는 소상공인에게 직접 돌아가는 몫은 사실상 없다. 그래서 받아줬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 그러나 직접 도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역대 최대 3000억'이라는 함정

배민은 전원회의에서 3000억 원 상생기금을 두고 "동의의결 역사상 최대 규모이며 예상 과징금의 7배"라고 강조했다. 숫자만 보면 압도적이다. 그런데 이 7배는 배민 스스로 계산한 과징금인 약 417억 원을 분모로 깐 수치다.

심사관이 전원회의에 제시한 예상 과징금은 차원이 달랐다. 3건을 합산하면 약 2900억~6400억 원이었다. 이 잣대를 대면 3000억 원은 최저치를 겨우 넘기는 수준이고 최고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백브리핑에서도 "금액만 보면 (예상 과징금)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개시 여부는 규모만 보는 게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역대 최대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쿠팡의 600억 원은 신청한 최혜대우 사건의 예상 과징금인 약 250억~420억 원의 최소 수준의 2배가량 넘는다. 액수만 보면 후한 편이다.

전원회의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나

이번 사건의 진짜 그림은 전원회의 안에 있다.

배민의 변론은 일관됐다. "세계 배달 시장은 이미 배민배달 형태의 자체배달인 OD(Own Delivery)로 재편됐다. 미국의 도어대시도, 영국·인도의 1위 앱도 모두 OD다. 점주가 직접 라이더를 찾아서 배달하는 형태인 가게배달인 MP(Marketplace) 중심으로 남은 나라는 없다. 쿠팡이츠는 처음부터 100% OD였고 공공앱 땡겨요조차 OD로 돌아섰다. 우리는 가장 늦게 OD를 도입했을 뿐 점주에게 주문 경로를 하나 더 늘려준 것이다. 어떻게 이게 점주에 대한 불이익인가."

앱 화면(UI) 변경에 대해서도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라고 했다. "아이콘을 둘째 줄에 두든, 넷째 줄에 두든 그 차이로 가입이 강제될 리 없다. 울트라콜 폐지도 민주당과 소상공인연합회가 먼저 요청한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설문에서 점주 99.4%가 OD 우대를 경험한 적 없다고 답했고 강요를 경험했다는 응답은 0건이었다."

배민이 가장 힘주어 내세운 카드는 점유율이었다. "정작 이 기간에 점유율을 30%포인트나 잃은 건 우리다. 쿠팡이츠가 그만큼 치고 올라와 지금은 거의 동률이다. 시장을 빼앗긴 사업자에게 경쟁을 제한했다는 잣대를 들이대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수익 구조도 근거로 들었다. "OD는 배달비를 우리가 떠안는 구조여서 대부분 기간 적자였다. 수수료도 경쟁사의 9.8%보다 낮은 6.8%였다. 적자 상품으로 어떻게 독점 이윤을 챙긴다는 말이냐."

언뜻 들으면 설득력 있는 항변이다. 그러나 심사관의 반박은 감정이 아니라 데이터로 채워졌다.

먼저 강요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배민은 배민클럽 가게 선정 기준에 OD 요금제 가입과 타사 대비 불리하지 않은 조건 설정을 걸었다. 기준을 못 맞추면 배민클럽에서 빠진다. 그런데 배민 OD 주문의 약 84%가 배민클럽 회원 주문이었다. 클럽에서 빠진다는 것은 사실상 그 주문에서 배제된다는 뜻이고 실제로 클럽 밖 가게의 매출은 클럽 가게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한 번이라도 클럽에서 제외된 가게가 17만 곳에 달했다. 배민 내부 문서에는 "(클럽 제외 가게에) 위기감을 조성해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는 표현까지 있었다. 강요가 아니라고 보기 어려운 정황이다.

UI는 살짝 바꿨다는 주장에 대해 심사관은 2023년 8월 개편 당시 OD 탭은 MP의 6배로 커졌고 기본 화면 자체가 OD로 설정됐다고 강조했다. MP는 음식 배달이 아니라 포장·장보기와 비슷한 위치로 밀려났다. 그리고 그 개편 직후 일주일 만에 OD 주문 비중이 10.5% 늘었다는 내부 보고서가 확인됐다. 이렇게 보면 '살짝'이라는 표현과는 거리가 있다.

배달예상시간에서 MP는 실제보다 약 13.5분 더 걸리는 것처럼, OD는 오히려 1분가량 더 빠른 것처럼 표시됐다. 소비자가 음식점을 고를 때 결정적으로 참고하는 정보가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던 것이 심사관의 주장이다.

배민이 앞세운 점유율 역설도 심사관은 정면으로 받았다. "이 사건에서 배제된 대상은 쿠팡이츠가 아니라 배달대행업체와 가게배달 기반 배달앱들이다. 처음부터 100% OD로 출발한 쿠팡이츠의 점유율 상승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적자 주장에도 데이터로 맞섰다. 회사 전체가 아니라 배달부문만 떼어 보면 그 영업이익률이 같은 기간 18.3%에서 37.1%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는 것이 심사관이 내민 숫자였다.

이 모든 장치가 4년간 겹겹이 쌓이자 결과는 한 방향이었다. MP만 쓰던 가게는 27만 곳에서 9만 곳으로 쪼그라들었고 OD 주문 비중은 한 자릿수 5.8%에서 7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배달 시장이 사실상 통째로 뒤집힌 것이다. 그사이 점주가 실제 부담한 수수료율은 5.2%에서 7.7%로 올랐다. 부담은 점주에게, 이익은 플랫폼에 쌓이는 구조였던 셈이다. 심사관이 인용한 또 다른 내부 문서의 표현은 노골적이었다. "(점주에게) MP도 신경 쓴다는 느낌은 주되 비용은 적게 드는 면피용으로 추진한다."

전원회의 심판정 /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진짜 쟁점은 과징금이 아니라 시정명령

여기서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매듭이 풀린다. 보통 공정거래 사건에서 무게중심은 과징금이 아니라 시정명령에 있다. 돈을 얼마 내느냐보다는 무엇을 어떻게 고치느냐가 시장의 미래를 바꾸기 때문이다.

배민배달 우대 건에는 5개의 금지명령이 예상됐다. 배민은 이 중 동일 기준 노출 정도만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정작 핵심인 가게배달과 배민배달의 최소주문금액·메뉴가격 등 거래조건을 점주가 다르게 설정할 수 있게 하라는 명령은 거부했다. 가게통합을 되돌리면 화면이 복잡해지고 그런 시장 관행도 없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바로 이 가게통합이야말로 OD 우대의 핵심 장치였다. 통합 전에는 점주가 MP에 더 싼 가격, 더 낮은 최소주문금액을 따로 걸 수 있었다. 통합 뒤에는 그게 불가능해졌고 MP만의 가격 경쟁력이 사라졌다. 심사관은 "요기요는 한 화면 안에서도 배달방식별로 다른 조건을 설정하고 있다. 방법이 있는데도 못 하겠다는 것은 동의의결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고 했다.

더 결정적인 것은 배민이 내놓은 상생안 일부가 시정명령과 정면으로 충돌했다는 점이다. 배민은 MP 점주가 OD를 새로 시도하면 수수료·배달비를 분담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OD로의 강제 전환이 문제가 된 사건에서 그 해법으로 다시 OD로 유인하는 당근을 내민 셈이다. 심사관 표현 그대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방안이었다.

왜 배민은 역대 최대 상생기금을 쾌척하면서도 이 한 가지는 끝내 양보하지 않았을까. 답은 배민 스스로의 변론에 있다. 세계 시장이 OD로 재편되는 흐름에서 MP의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되살리라는 명령은 배민의 핵심 사업모델을 직접 건드린다. 돈은 내놓을 수 있어도 사업의 방향타는 내줄 수 없다는 것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공정위와 배민의 셈법이 갈렸다.

설령 동의의결을 개시하고 승인했더라도 그것은 임시 조치에 그쳤을 가능성이 크다. 거래조건 차등이라는 핵심이 빠진 채로는 시장의 불공정이 그대로 이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유튜브는 됐는데, 배민은 왜 안 됐나

비교 대상이 있다. 지난해 11월 공정위가 최종 확정한 구글 유튜브 동의의결이다.

당시 구글도 유튜브 프리미엄에 유튜브 뮤직 구독을 얹어 파는 끼워팔기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구글은 동의의결 절차 개시 이후 여러 차례 협의와 보완을 거치며 위원회가 원하는 수준까지 안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해외에서는 광고 제거 기능만 제공되던 동영상 단독 상품인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를 한국에서는 백그라운드 재생과 오프라인 저장 기능까지 더해 출시하기로 했다. 300억 원 규모의 상생기금도 구글이 직접 운영하지 않고 EBS가 4년간 독립적으로 굴리도록 했다. 자사 이익에 부합하는 사업으로 흐를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그 기금으로 예산 부족으로 2023년 중단됐던 무료 공연 프로그램인 EBS '스페이스 공감'이 부활하고 신인 발굴 프로그램 '헬로 루키'도 재개된다.

배민에게 의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차 심의 뒤 공정위는 배민에게 보완방안을 한 차례 더 낼 기회를 줬다. 그러나 보완안마저 위원회가 생각하는 수준에 닿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차이는 의지의 유무가 아니라 도달한 높이였다.

공정위는 각 기업을 호숫가까지 데려갈 수는 있다. 그러나 물을 마실지 말지는 기업이 결정한다. 구글은 마셨고 배민은 입을 대지 않았다. 그 차이가 이번 결과를 갈랐다.

쿠팡, 더 큰 칼은 피해 갔다

쿠팡의 선택은 더 묘하다. 쿠팡은 최혜대우 요구 한 건만 동의의결을 신청했고 정작 관련 매출액이 약 5조 2600억 원에 달하는 끼워팔기는 신청 대상에서 뺐다. 5개 혐의 가운데 단연 규모가 큰 사건이다.

쿠팡이 내놓은 600억 원은 최혜대우라는 비교적 작은 사건만 덮어주는 안이다. 정작 가장 무거운 칼날인 끼워팔기는 동의의결의 우산 밖에 그대로 두었다. 와우 멤버십에 쿠팡이츠를 묶고 통합회원 가입·앱 UI 통합·통합 멤버십이라는 3겹의 장치로 쇼핑 이용자를 배달앱으로 끌어들였다는 혐의는 본안 심의로 직행하게 됐다. 작은 사건은 합의로 털고 관련 매출액이 일곱 배 넘게 큰 사건은 법정에서 정면으로 다투겠다는 그림이다. 큰 위법을 신속히 바로잡자는 것이 동의의결의 본래 취지인데 정작 가장 무거운 사건이 그 대상에서 빠진 셈이다. 쿠팡의 선택이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는 대목이다.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동의의결, 어쩌다 생긴 제도인가

흥미로운 역사도 짚어둘 만하다. 동의의결 제도가 한국에 들어온 계기는 공교롭게도 또 다른 끼워팔기 사건이었다.

2000년대 중반, 마이크로소프트(MS)는 윈도에 미디어 서버와 미디어플레이어, 메신저를 끼워 판 혐의로 공정위 제재를 받았다. 당시 MS는 사건을 동의의결로 풀고 싶어 했지만 우리나라에는 그런 제도가 없었다. 이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미국 측 요구로 동의의결 제도 신설이 반영됐고 2011년 공정거래법에 도입됐다. 외부 압력으로 태어난 제도가 이제는 적용 범위와 횟수가 꾸준히 늘며 플랫폼 시대의 핵심 카드로 자리 잡았다.

그런 제도가 역대 최대 규모의 상생안을 앞에 두고도 문을 닫았다는 사실 자체가 공정위가 이번 사건을 얼마나 무겁게 봤는지를 보여준다.

공정거래위원회
남는 질문

소상공인의 고통은 실재한다. 당장 손에 쥘 지원금을 생각하면 3000억 원, 600억 원을 돌려보낸 결정이 못내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공정위가 던진 질문은 더 근본적이었다. 일시적인 돈으로 이 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울 수 있는가, 답이 아니오였기에 위원회는 일회성 지원 대신 경쟁의 회복을 택했다. 과징금은 국고로 사라질지언정 시정명령으로 시장의 규칙을 바로잡는 편이 길게 보아 점주에게도 이롭다는 판단이다.

이제 공은 본안 심의로 넘어갔다. 배민과 쿠팡은 법정에서 위법성을 다툴 것이고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과징금으로 응수할 것이다. 호숫가로 끌려온 두 기업이 끝내 물을 마실지 아니면 긴 소송으로 시간을 끌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적어도 이번만큼은 공정위가 흥정의 규모가 아니라 경쟁의 회복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사실이다. 돈보다 중요한 건 망가진 경쟁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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