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는 왜 초등학생 AI 사용을 금지할까
2026.06.20 16:52
“반드시 거쳐야 할 중요한 단계 건너뛸 위험”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노르웨이가 초등학생들에게 생성형 인공지능(AI) 도구 사용을 사실상 금지하는 정책을 발표해 주목된다.
2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는 19일(현지시간) 오슬로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AI가 학습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막기 위해 오는 8월 시작되는 새 학년부터 이같은 조치를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스퇴르 총리는 “AI 사용은 어린이들이 교육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중요한 단계를 건너뛰도록 할 위험을 높인다”며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어린이들이 읽고, 쓰고, 셈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초등학교 1학년에서 7학년에 해당하는 6∼13세의 경우 원칙적으로 AI 사용이 금지되고, 중학생(14∼16세)의 경우 교사의 감독 아래 조심스럽게 AI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7∼19세의 고등학교 학생(17∼19세)은 AI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며, 이를 통해 향후 교육 및 취업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르웨이는 1990년대부터 교실에 컴퓨터를 도입하고, 2010년 이후에는 태블릿 사용을 확대하면서 종이책과 필기에 대한 의존을 줄여왔다.
정부는 그러나 컴퓨터와 태블릿 중심 교육 흐름을 되돌려 교실 내 종이책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자금을 지원하는 법안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르웨이는 최근 학업 성취도 평가가 전반적으로 하락하자 2024년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고, 교사들에게 교실 규율을 다잡을 수 있는 권한도 확대했다.
아울러, 지난 4월에는 청소년들의 전자기기 사용을 줄이기 위해 만 16세 미만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OECD 디지털 교육 전망 2026’에 따르면 범용 생성형 AI는 수행 성과를 크게 높일 수 있지만 교육적 설계 없이 사용될 경우 실제 학습 성취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범용 생성형 AI를 활용해 수학 문제를 연습한 학생들은 연습 단계에서 수행 성과가 48% 향상됐다. 그러나 AI 접근이 차단된 시험에서는 이들 학생의 성적이 기존 방식으로 공부한 학생들보다 17% 낮게 나타났다. OECD는 이를 두고 “잘 풀었다는 것이 곧 배웠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문제 해결 과정을 AI에 위임할 경우 개념 형성과 학습전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OECD는 이러한 현상을 ‘메타인지적 나태함(metacognitive laziness)’으로 설명했다. 보고서는 범용 챗봇에 인지적 과제를 맡기면 학생이 사고 과정을 점검하고 조절하는 능력이 약화되고 학습 몰입도가 떨어져 장기적으로는 기술 습득을 방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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