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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위기 심화에…애플도 결국 가격 인상 예고

2026.06.20 18:00

애플이 메모리 칩 가격 폭등에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동안 시장 지배력을 활용해 비용을 관리해온 애플마저 가격 인상을 예고하며 메모리 공급 위기가 업계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7일(현지시간)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지속되는 메모리 부족 사태로 인해 자사 제품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하며 현재의 메모리 공급 상황을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상태"라고 표현했다.

지금까지 애플은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가격 인상 압박에서 상대적으로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또 이번 발표가 쿡이 CEO 자리에서 물러나기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프란시스코 제로니모 애널리스트는 "세상은 AI로 인해 변화하고 있으며 동시에 우리는 기기에서 AI의 혜택을 본격적으로 누리기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소수의 공급업체만 만들 수 있는 메모리와 저장장치는 최근 엔비디아가 생산하는 AI 칩이 대부분 흡수하고 있다. 스마트폰, PC 및 기타 기기 제조업체들은 공급을 받기 위해 기다려야 하거나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가트너의 란짓 아트월 애널리스트는 쿡의 선언에 대해 메모리 대란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진단했다. 그는 "장기 계획 수립 능력과 전문성을 모두 갖춘 애플조차도 안전지대에 있지 않다"며 "이번 사태의 영향을 제한하는 것이 애플의 역량을 넘어선 문제"라고 밝혔다.

쿡은 가격 인상, 시기, 대상 제품 등은 밝히지 않았다. 한 가지 가능성은 가격 인상을 아이폰 프로 시리즈와 같은 같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한정하는 것이다. 고가 제품 구매층은 통상 가격 인상 부담을 보다 잘 감당할 수 있다.

제로니모는 가격이 999달러인 아이폰 프로와 1199달러인 아이폰 프로 맥스가 각각 100달러 인상되고 보급형 제품 가격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애널리스트들도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또한 대부분의 맥과 아이패드 모델 가격도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이 현재 상황을 활용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은 최근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층을 적극 공략하고 있으며 599달러인 맥북 네오와 아이폰 16e를 출시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안드로이드 기기 제조업체들이 사양을 낮추거나 가격을 인상할 경우 애플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IDC는 올해 스마트폰 평균 판매 가격이 20%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CCS인사이트의 사이먼 브라이언트 애널리스트는 "칩 가격 상승으로 안드로이드 진영이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애플이 이를 활용해 안드로이드로부터 상당한 시장점유율을 빼앗을 수 있는 놀라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애플은 새로운 기능 추가와 함께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 5월에는 데스크톱용 맥 미니의 저장 용량을 늘리며 시작 가격을 599달러에서 799달러로 인상했다.

쿡은 인터뷰에서 애플이 필요로 하는 메모리 종류로 D럄과 NAND를 언급했다. 현재 애플은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구현을 위해 아이폰에 더 많은 램(RAM)을 탑재한다. 올가을 출시가 예상되는 새로운 맞춤형 시리 음성 기능과 받아쓰기 기능 등은 메모리를 많이 사용하는 특성상 일부 최신 아이폰, 아이패드와 맥에서만 제공될 전망이다. 구형 및 저가 모델에는 이러한 기능을 구동할 만큼의 충분한 메모리가 탑재되지 않는다.

데이터센터용 AI 칩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사용된다. HBM은 스마트폰용 메모리보다 속도가 빠르고 더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 엔비디아의 블랙웰 B200 칩 한 개에는 192GB의 HBM이 탑재된다. 이러한 칩 8개가 하나의 서버에 탑재될 수 있으며 2000대 이상의 서버가 하나의 클러스터로 구성될 수 있다. 반면 애플 아이폰에는 8GB, 또는 12GB의 DRAM이 탑재된다. HBM 메모리 1개는 일반 스마트폰용 메모리 3개를 생산하는 것과 맞먹는다.

쿡은 애플이 자사 보유 현금 활용해 공급 확대를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메모리 공급업체들은 생산시설을 신설에 나섰지만 추가 생산 능력의 상당 부분은 수익성이 더 높은 HBM 생산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추가 생산 능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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