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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방금 러브버그 출몰"…수다와 제보로 만들어지는 '참여형 지도'

2026.06.20 07:01

이용자의 제보로 만들어지는 참여형 지도
'러브버그 지도', '거지맵'... 생활 밀착형 정보
참여형 지도는 너와 나의 경험을 잇는 매개체

길을 찾던 지도가 삶을 공유하는 게시판이 됐다. "맛있다", "분위기 좋다"처럼 혼잣말에 그치던 개인의 경험이 지도 위에 기록된다. 사람들의 수다가 모여 지도는 단순한 길찾기 도구를 넘어 새로운 소통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초여름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확산을 대비하기 위한 웹사이트가 등장했다. 수도권 시·군·구 별 러브버그 출몰 현황을 알려주는 '러브버그 지도'다. 지도에는 러브버그 출몰 가능성이 퍼센트(%)로 표시되어 있다. 붉은색의 농도를 달리해 이용자들로 하여금 러브버그가 얼마나 많은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붉은 지역은 러브버그가 다수 출몰하는 지역, 하얀 지역은 아직 목격되지 않은 지역이다.

이용자는 '보였어요' 버튼으로 거주하는 지역에서 러브버그를 목격했는지 제보할 수 있다. 해당 지역의 러브버그 출몰 현황은 제보와 뉴스를 기반으로 '러브버그 스코어'로 나타난다. 지도에서는 최근 제보가 몇 분 전인지 알 수 있고, 다른 이용자가 찍은 러브버그 사진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용자들의 참여는 활발하다. 러브버그 지도의 운영자 박제구 씨는 "(6월 17일 기준) 지난 사흘간 약 1,500건 정도 제보가 들어왔다"며 "페이지 조회수도 하루 평균 약 4만 회 이상으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제보가 쌓여 지도가 된다...새로운 '참여형 지도'

러브버그 지도는 이용자들의 제보를 모아 지도를 만들어간다. 최근 유행하는 '참여형 지도'의 일종이다.

참여형 지도란 이용자들이 직접 제보한 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지도를 의미한다. 기존 지도와 달리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정보에 의존하지 않으며, 이용자들이 쏟아내는 제보들을 지역 기준으로 분류해 지도 위에 표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박 씨는"(러브버그) 목격담은 SNS에도 있지만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시간이 지나면 흘러가버리기 쉽다"며 "러브버그에 대한 정보를 한눈에 보기 쉽게 전달하기에는 지도 형태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참여형 지도의 제작 이유를 밝혔다.

참여형 지도는 실시간으로 지역 정보를 확인하고 싶을 때 더욱 유용하다. 이용자의 제보가 바로 지도에 반영되기에, 언론이나 통계자료보다 신속하게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도에서는 현재 어느 지역에 제보가 몰리는지, 이용자가 가려는 동네나 산의 주변 상황이 어떤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특정 현안이나 관심사를 중심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참여형 지도의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3월 생긴 '거지맵'은 전국의 1만 원 이하 가격대의 식당을 정리한 웹사이트다. 이용자들은 저렴한 식당을 찾아 제보하고, 지도에 등록된 식당에는 리뷰와 평점을 남길 수 있다.

올림픽공원 시위 현황을 보여주는 '잠실 상황판' 역시 혼잡한 시위 현장을 출입구 별로 나눠 지도 위에 핀으로 표현했다. 시위 참가자들이 각 출입구 별 식사·간식, 물·음료, 구급·위생 등 필요한 물자를 입력하면 즉각 지도에 반영돼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위치 대신 '경험'을 기록한다

한국 커뮤니티매핑센터 소장이자 미국 머해리 의과대학 교수인 임완수 박사는 2005년부터 미국과 한국에서 참여형 지도를 제작해왔다. 특히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집회 당시 여의도 인근 공용 화장실의 위치를 제보하는 참여형 지도인 '여의도 화장실 지도'를 만들어 큰 화제를 모았다.

임 박사는 참여형 지도가 유행하는 현상을 두고 "사람들이 자기 삶의 경험을 데이터로 만들고 싶어하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러브버그 지도나 거지맵은 기존의 지도에는 담기 어려웠던 시민들의 경험을 전면에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해당 지도의 이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제보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예전에는 지도에 정보를 올린다는 것이 전문가의 일처럼 느껴졌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누구나 사진을 찍어 정보를 등록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한 참여를 통한 효용성도 이용자들을 적극적으로 만드는 요인이다.

"내가 올린 정보가 지도 위에 나타나잖아요. 내 정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걸 바로 체감할 수 있죠."

임 박사는 참여형 지도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사람들의 '실제 경험'이 담긴 정보"를 꼽았다. 기존의 지도가 위치를 파악하고 경로를 안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참여형 지도는 해당 공간에 대한 이용자의 주관적인 경험과 감상을 제시한다.

그는 보행 지도를 예시로 들며 "기존 지도에서는 인도의 위치만 확인할 수 있지만, 실제로 걸어보면 보도블록이 깨져 있거나 밤에는 너무 어두워 걷기 불안한 곳이 많지 않나"며 "이같은 정보는 이용자가 직접 걸어보고 기록해야 비로소 드러난다. (참여형 지도를 제작할 때는) 사람들이 그 장소를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형 지도의 한계... 각기 다른 보완 장치

참여형 지도를 이용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임 박사는 "시민 제보 기반의 지도는 항상 검증의 문제가 있다"며 "잘못된 정보, 개인정보 노출, 혐오 표현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불특정 다수가 익명을 전제로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통제하기 어렵고, 기명 제보의 경우 생활 반경 등 개인 정보가 드러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좋은 참여형 지도는 단순히 제보를 많이 받는 것에서 끝나면 안된다"며 "사진 첨부, 반복 제보, 관리자 검토, 공식 데이터와의 비교 같은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러브버그 지도 등 일부 참여형 지도의 운영자들은 자체적인 검증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러브버그 지도 운영자 박 씨는 "허위·장난 제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장치를 두고 있다"며 "익명 제보는 하루 1회만 가능하게 했고, 위치 기반 제보는 선택한 행정구역과 GPS상의 위치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검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지맵 운영자 '왕초' 씨는 지난 4월 익명 제보를 이용해 식당이 1만 원 이하의 메뉴를 판매하지 않는데도 허위로 제보하는 홍보 업체에게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이곳은 거지들의 집단지성과 참여를 통해 엄중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곳"이라며 "엄중한 철퇴를 내릴 예정이니 불필요한 수고를 하지 않으시기를 부탁한다"고 글을 남겼다.

저렴한 상품과 할인 정보를 공유하는 게시판에 광고 목적의 글을 올리는 이용자가 등장하자 그는 "헛수고 하지말고 가쇼"라고 공지했다. 특정 제품을 홍보하는 글은 삭제하겠다는 의미다.

지도 위에서 이야기하는 사람들

사람들은 참여형 지도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남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로 연결된다. 임 박사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지역 기반의 참여형 지도를 통해 같은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며 "이때 지도는 '나의 경험'과 '다른 사람의 경험'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도가 단순히 정보 전달을 넘어 공감, 유머, 불편함, 생활 전략, 지역 경험을 나누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김지현 인턴기자 bem23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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