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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세제+α' 거론한 김용범 "역대급 호황, 부동산으로 흡수되면 오래 못 가"

2026.06.20 17:50

반도체 덕에 역대급 호황 진단
구매력 폭증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 가능성
"부동산 과세 정상화 해야…세제만으로 부족할 수도"
"호황을 취약계층·미래산업과 연결할 상상력·실행력 필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국 경제가 20여 년 만의 두 자릿수 명목 성장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을 언급하며 "역대급 호황은 그에 걸맞은 상상력과 실행력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호황이 주가·기업 실적·세수·경상수지 등 거시지표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그 과실이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쏠릴 경우 경제·사회적 불균형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수행하고 있는 김용범 정책실장이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한 호텔에 마련된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한-EU 경제 협력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6.11 연합뉴스


김 실장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해 1분기 명목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7.1%에 달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숫자만 놓고 보면 환호할 일"이라면서도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무겁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한국의 명목 성장률이 마지막으로 10% 대를 기록했던 때는 한일월드컵이 개최된 2002년이다.

김 실장은 이번 호황이 착시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폭발이 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급증했고, 코스피가 9000선을 넘어섰으며 경상수지 흑자로 실제 달러가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법인세 수입이 늘어 재정 여력이 생겼고, 국가채무비율은 다시 50% 아래로 내려갈 전망이라고 했다.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시점도 당초 예상한 2028년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그는 이 호황이 '낯설다'고 표현했다. 경제 전체가 좋아진 것이 아니라 반도체와 AI 관련 섹터가 만들어낸 숫자라는 점에서다.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는 10%를 넘겼지만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대에 머물고, 거시지표는 뜨거운데 자영업자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싸늘하다고 진단했다. 대기업 영업이익은 폭증하는데 동네 상가는 공실을 걱정하는 괴리와 관련해 그는 "평균은 좋아지는데 중간은 흔들리기 시작할 수도 있다"고 표현했다.

늘어난 구매력이 시차를 두고 시장에 풀리는 상황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냈다. 김 실장은 하반기 이후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확정되고 성과급 규모가 가시화되면 소비와 투자 심리가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연말과 내년 초 성과급 지급, 임금 인상, 수출대금 유입이 본격화되면 명품 소비나 선호지역 부동산 매수 심리가 되살아날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 경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런 장면을 여러 번 경험해왔다"며 "유동성이 결국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해서도 우리는 집단적인 학습을 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도체가 벌어온 국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흡수되고 성장의 과실이 소수에게만 집중된다면 이번 호황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보유세와 양도세의 합리적 조정이 필요하지만, 현금을 가진 사람들이 움직이는 국면에서는 세제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금리 문제도 거론했다. 김 실장은 높은 명목 성장세가 이어질 경우 현재의 금리 수준이 계속 유지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면 반도체 호황의 직접 수혜자가 아니라, 호황을 체감하지 못한 자영업자와 취약차주, 변동금리 대출자가 먼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호황의 과실은 위로 향하고, 긴축의 고통은 아래로 향한다"며 "나라 전체는 잘 나가는데 정작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은 상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번 상황을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세수가 늘고 경상수지 흑자가 쌓이는 만큼, 과거 위기 때처럼 쓸 돈이 없어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관건은 "이 돈을 어디로 흘려보낼 것인가"라며 늘어난 재정 여력과 기업 이익을 청년, 취약계층, 미래 산업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숫자는 방향을 보여줄 뿐, 선택을 대신해주지 않는다"며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저성장에 익숙해진 나머지, 풍요가 가져오는 문제를 다루는 법을 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어 "20여 년 만에 찾아온 기록적인 번영 앞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마주하지 않았던 종류의 선택을 다시 요구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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