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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선언한 트럼프, 진짜 전장은 워싱턴에 있다

2026.06.20 16:00

[김하늬 미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전쟁의 포성은 멈췄지만 핵 협상·호르무즈·유가 불안은 진행형
MAGA 균열에 의회 반발까지, '종전 대통령'의 두 번째 전쟁


"트럼프는 전쟁에서는 빠져나왔지만, 이제는 훨씬 더 어려운 정치적 전쟁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80번째 생일에 이란 전쟁 종전을 선언하며 자축했으나, 중동의 포성이 잦아들었다고 해서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진짜 전장은 이제 워싱턴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후속 핵 협상이 성공하고 호르무즈해협이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면 그는 자신을 '전쟁을 끝낸 대통령'으로 포장할 수 있다. 반대로 협상에 실패하거나 이란이 핵 개발을 재개할 경우 모든 책임은 백악관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

6월1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종전 합의를 발표하며 특유의 과장된 표현으로 승리를 선언했다.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60일 휴전 연장, 후속 핵 협상 개시. 백악관은 이를 '역사적 평화'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미국 언론과 워싱턴 외교가의 시선은 이와 사뭇 다르다.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는 논쟁은 "전쟁이 끝났는가"가 아니라 "트럼프가 무엇을 얻었는가"에 가깝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9일 뉴욕 존 F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AP 연합


종전은 선언했지만 남은 건 '불안한 휴전'

애초 이번 전쟁은 명분부터 흔들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이 미국에 임박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군사행동에 나섰다. 그러나 미국 여론은 처음부터 냉담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과반수 미국인은 전쟁에 반대했고, 의회 승인 없이 군사행동에 나선 데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더 큰 문제는 전쟁이 끝난 현재의 결과다. 전쟁 초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국민에게 정권을 전복하라고 촉구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직후에는 "이제 조국을 되찾을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내 강경파들도 이란 핵 시설 제거와 정권 교체를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란 정권은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란은 전쟁 기간 동안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면 세계 경제를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집중 공격을 견뎌냈고, 이후 협상 테이블로 복귀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와 네타냐후는 전쟁 목표 상당수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트럼프는 훨씬 적은 것을 얻고 전쟁을 끝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합의는 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도 남아있고, 향후 우라늄 농축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미국은 핵무기 개발 포기 약속을 강조하지만, 이란은 제재 완화가 먼저라고 주장한다. 양측 모두 승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쟁점은 후속 협상으로 미뤄진 셈이다. 게다가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국이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 합의 발표를 앞두고 개최한 고위급 회의에서는 일부 인사가 이란의 핵무기 포기 의지와 합의 이행 가능성에 의구심을 제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워싱턴에서는 벌써부터 "결국 오바마 시절 핵합의로 되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오바마 행정부의 핵합의에서 탈퇴하며 이를 '역사상 최악의 협상'이라고 비난했고, 대이란 강경 노선을 자신의 대표적 외교·안보 브랜드로 내세웠다. 그런데 이번 합의 역시 제재 완화와 단계적 핵 협상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결국 자신이 비판했던 길로 돌아갔다"는 비판이 나온다.

트럼프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란이 설명하는 합의 내용과 미국 정부가 설명하는 내용이 다르다는 점이 다소 우려된다"며 "미국 법에 따라 이란 핵합의는 의회 심사와 표결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란 문제를 담당했고, 2015년 핵합의 당시 주이스라엘 미국대사를 지낸 댄 샤피로는 "이란은 협상을 최대한 길게 끌면서 그 과정에서 양보를 챙기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며 "결국 합의가 아예 체결되지 않을 수도 있고, 체결되더라도 전쟁 이전 외교로 얻을 수 있었던 결과보다 나쁜 합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이란은 그동안 이론상의 압박 수단에 불과했던 호르무즈해협을 실제로 매우 강력한 지렛대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며 "이란은 세계 경제 전체에 비용을 전가했고 트럼프 대통령까지 흔들어 놓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예상보다 큰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란 전쟁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추가 하락했으며,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던 유권자들 가운데서도 약 25%가 전쟁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전쟁이 민주당 지지층뿐 아니라 공화당 내부에서도 적지 않은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의미다.

4월7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앞 ‘폭격 반대’ 시위자의 모습 ⓒXinhua


'끝없는 전쟁 종식' 외쳤던 트럼프의 딜레마

이는 트럼프 정치의 핵심 기반인 MAGA 운동의 정체성과도 충돌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끝없는 해외전쟁 종식"을 핵심 정치 브랜드로 내세워 왔다. 실제로 그는 2016년 대선 당시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어리석은 전쟁"이라고 비판하며 기존 공화당 주류와 차별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란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이런 정치적 자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백악관 내부에서도 제기됐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MAGA 내부도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터커 칼슨을 비롯한 고립주의 성향 인사들은 애초부터 이란 전쟁에 반대했다. 이들은 "미국 우선주의"와 중동 개입은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 전통적인 공화당 매파들은 이번 합의가 지나치게 유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쟁을 반대한 진영은 "왜 시작했느냐"고 공격하고, 전쟁을 지지한 진영은 "왜 끝냈느냐"고 공격하는 기묘한 상황이 MAGA 내부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민주당 역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전쟁이 유가 상승과 물가 압력을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의회 승인 없이 군사행동에 나선 점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최근 하원에서는 전쟁 권한법을 활용해 대통령의 전쟁 권한을 제한하려는 시도까지 나왔다. 일부 정치학자는 이번 사태가 미국 대통령의 군사 권한을 재조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냉전 이후 확대돼온 행정부의 권한에 의회가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변수는 중간선거다. 현재 미국 유권자들은 전쟁 자체보다 전쟁의 비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인한 유가 상승, 인플레이션 압력, 국방비 증가 등이 현실적인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을 선언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그가 얻은 것은 완전한 승리가 아니라 불안정한 휴전이고, 핵 문제 해결이 아닌 당장의 유가 불안이다. 백악관은 이를 외교적 승리로 포장하려 하지만 워싱턴의 지적은 날카롭다. 왜 전쟁을 시작했는가. 무엇을 얻었는가. 그리고 다음 협상에서 무엇을 내줄 것인가. 중동의 전쟁은 멈췄을지 모르나 트럼프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진짜 전장은 지금 워싱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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