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관학교 통합, 정치적 고려 우선될까 우려스러워"
2026.06.20 16:01
이재명 정부 첫 국방부 장관인 안규백 장관은 5·16군사정변 이후 64년 만에 등장한 첫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이다. 단기사병(방위병) 출신으로 군부정권 이후 최초 문민 국방장관이란 타이틀 때문인지, 안 장관은 현행 군 시스템을 연이어 수술대에 올리는 중이다. 지난 6월 10일에는 49년 만에 국군방첩사령부 해체를 확정지었고, 병사 계급에서 이등병을 없애고 3계급제로 바꾸겠다고도 시사했다.
최근 가장 논란이 되는 안규백 장관의 개혁안은 육·해·공군사관학교 통폐합이다. 국방부 측은 사관학교 통합이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고, 삼사 통합을 통해 합동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군에서는 현역과 예비역을 막론하고 졸속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예비역 육군 중장),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예비역 육군 소장),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예비역 육군 소장) 등이 삼사 통합에 반대의사를 표하며 "12·3 비상계엄 이후 군을 당의 군대로 재편하려는 시도의 연장"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도 서울 용산 국방부 앞에서 사관학교 통합 반대 시위를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박판준(육사 36기·예비역 대령) 육사 총동창회장은 "축구로 비유하면 각 포지션에 맞게 기본기를 가르치지 않고 무질서하게 그냥 전술 훈련을 하는 셈"이라며 "전문가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회장은 육사 36기 예비역 대령 출신으로, 제28보병사단 제80연대장, 한미연합사령부 군사참모부 계획운영처장, 국방부 장비과장 등을 역임했다. 다음은 지난 6월 16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주간조선과 만난 박판준 육사 총동창회장과의 일문일답.
- 육해공 사관학교 통합 논의가 나온 까닭은. "국방부에서 통합 논의를 발표한 이유는 '육해공군의 합동성 강화' '사관학교 분리운영에 따른 효율성 부족' '생도들의 입학성적 하락 및 임관율 저조를 해소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속으로는 정치적 고려가 우선된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 군의 발전적인 제도 개선보다는 다른 쪽에 우선을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더욱 조급하게 추진하고 있고 모든 절차가 생략됐으며 전문가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여당 내에도 통합에 문제의식을 느낀 분들이 많다고 들었다."
- 육사에 '12·3 내란' 프레임을 씌운다는 지적도 있다. "직접적인 답변은 유보하겠다. 일부 정치권과 언론에서 그런 방향으로 분석이 나오고 있고, 총동창회의 입장은 아니다. 다만 사실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 국방장관이 방위 출신이라는 점도 관련이 있나. "지금 우리 정부는 군의 밑바닥과 현실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잘못된 정책을 급하게 추진하고 있어 안타깝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통합 논의를 공론화해서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타협점을 찾아내어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안을 추진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더 안타까운 점은 장관 지시를 받고 정책을 실시해야 하는 실무자들이다. 허비되는 예산이 간부들의 사기 진작과 국방력 강화에 쓰이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허탈한 심정이다."
- 현재 육사생도들의 반응은 어떤가. "군 관계자들 사이의 풍문에는 이 대통령이 안규백 장관을 일전에 사퇴시키려 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대통령 본인을 포함해 국방장관까지 군에 대해 잘 모른다는 시선이 있었다. 안 장관이 최근 3개 사관학교를 방문했을 때도 생도들이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들었다. 생도 중 한 명이 사관학교 통합에 대한 질문을 하자 안 장관이 '아직 결정된 것 없다'는 취지로 현장에서 답했는데, 다른 곳에서는 '생도들도 찬성했다'라고 말하고 다닌다고 한다. 오늘 진행한 국방부 기자단 간담회에서도 학부모 2명이 참석해 울먹이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 삼사를 통합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 "사관학교 통합은 기본기가 없는데 합동성만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축구를 예로 설명을 하자면, 각 포지션의 선수들이 각자의 기본기를 먼저 갖춘 후 그다음에 팀워크와 전술 훈련을 해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군대 역시 마찬가지다. 육해공군이 자군의 기본 전투력을 먼저 완성해야 이를 바탕으로 합동 훈련이 가능하고 실전에서 응용이 가능하다. 당연한 상식의 문제다."
- 육해공 삼사 통합 및 훈련이 실제로 가능한가. "육해공군 장교는 선발 단계부터 신체기준, 적성, 평가기준이 다르다. 행정적인 차이가 아니라 각 군의 임무 특성에서 비롯된 구조적 차이다. 공군은 비행기 조종사를 양성하기 위해 고도의 항공 특화적 특성을 요구한다. 시력과 색각, 청력, 혈압 및 심혈관, 평형감각, 공간지각 능력 등을 필요로 한다. 해군 장교는 좁은 함정 공간과 흔들리는 환경에서도 근무할 수 있는 근골격계(척추측만증, 디스크, 관절)의 건강 상태, 바다라는 근무환경을 이겨낼 수 있는 정신건강(우울증, 공황장애, 정신질환) 상태를 세밀하게 확인한다. 특히 해군은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 취침 환경, 거수 경례자세도 타군과 다르다. 이러한 차이를 저학년 생도 때부터 숙달해서 익숙해지는 훈련과 습관은 필수적이다. 관습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필요한 훈련 과정이다."
- 국방부가 주장하는 이른바 '합동성 강화'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합동성을 근거로 사관학교 통합을 주장하는 이들은 교육기관의 통합과 작전의 통합을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의 실제 합동성은 사관학교에서가 아니라 합동참모본부, 연합사, 각 구성군 사령부의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 현재도 각 군 간의 교류교육, 합동훈련, 보직 순환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를 확대 운영하면 충분히 합동성 강화가 가능하다. 통합 대상은 사관학교가 아니라 실무에서의 커리큘럼, 교환 교육 등이 되어야 한다. 예전에도 군사학과가 있는 대학들을 통합해서 합동 참모대학을 만들려고 시도했었는데, 실패하고 원점으로 돌아온 선례가 있다."
- 서울 태릉에 있는 육사를 전남 장성으로 이전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군사적 이유가 아니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논리와 정치적 고려가 결합된 것으로 보인다. 사관학교는 일반 공공시설이 아니다. 국가 전략자산인 장교를 양성하는 핵심 군사기관이다. 사관학교 통합이 실현되면 1, 2학년 때 대전 자운대에서 통합 교양교육을 실시하고 3, 4학년이 되면 해사는 경남 진해, 공사는 충북 청주에 위치한 기존 학교로 돌아가고 육사만 전남 장성에 지을 새로운 학교에 보낸다는 계획이 나왔다. 군의 전투력 향상을 고려한 결정이 아니다. 현재 육사가 있는 태릉은 우리 국군 역사와 현대사에 있어 상징적인, 아주 중요한 장소다. 이런 곳에 아파트를 짓기 위해 육사를 쫓아내는 셈인데, 참으로 개탄스럽다."
- 사관학교 통합 대신 필요한 국방 개혁은 무엇인가. "바람직한 개혁은 사관학교의 통합이 아니라 전작권 전환을 대비한 실전 중심의 교육 체계 개편이다. 장교 양성 과정에서 AI, 드론, 사이버, 우주 등 복합적인 전장 환경에 대비한 교육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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