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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속도 9km 초과해 사람 죽인 운전자 '무죄' 받았다…판결 보니[어쩌다 세상이]

2026.06.20 07:42

시속 60㎞ 도로서 69㎞ 주행
검찰 “과속·전방주시 의무위반” 주장
농로 합류 교차로…신호등·표지판 없어
재판부 “교차로 사전 인지 어려운 구조”
“과실과 사망 상당한 인과관계 입증 안 돼”


운전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맞닥뜨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에 사람이 죽었다면, 운전자는 형사처벌을 받아야 할까요?

제한속도를 9km 초과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운전자에게 법원은 7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2018년 9월 어느 날 저녁, 시골 마을회관 인근 사거리 교차로를 지나던 A씨는 차량을 몰고 시속 약 69km로 편도 1차로 도로를 달리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다 진행방향 우측 농로에서 도로로 진입한 80대 B씨가 운전하는 오토바이와 충돌했습니다.

B씨는 이 사고로 외상성 뇌출혈, 사지마비, 패혈증 쇼크 등으로 2021년 사망했습니다.

검찰은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제한속도 시속 60km인 도로에서 9km를 초과해 69km로 달리며 전방주시 의무를 게을리 한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재판부가 현장을 들여다본 결과는 검찰의 공소사실과 사뭇 달랐습니다. 사고 지점은 아스콘 포장 도로와 폭이 훨씬 좁은 시멘트 농로가 만나는 교차로였는데, A씨 차량이 진행하는 방향에는 교차로임을 알리는 신호등도, 표지판도, 정지선조차 지워진 상태였습니다. 멀리서 봐서는 농로가 합류하는 교차로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아채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사고 시각도 일몰 직후의 어두운 저녁이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교통사고 분석감정서도 검찰 주장의 허점이 드러났습니다. A씨 차량의 에어백 제어장치(ACU)에 기록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에어백 이벤트는 오토바이와의 충돌이 아니라 오토바이를 피하려고 핸들을 꺾다가 버스정류장 기둥을 충격할 때 기록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피해자 오토바이의 파손 정도 역시 현저한 충격 흔적이 식별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재판부는 자동차 운전자는 통상 예견되는 사태에 대비할 주의의무로 족하고, 통상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태까지 예상해 대비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제한속도를 초과한 잘못이 있더라도 속도를 준수했더라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는 한 과속과 사고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A씨가 시속 60km를 지키며 달렸더라도 아무런 안전시설 없이 농로에서 진입하는 오토바이를 미리 발견해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는 증거는 없었습니다. 피해자 오토바이가 교차로에 우선 진입했다는 증거도 부족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의 업무상 과실과 피해자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한세영 법무법인 한앤율 변호사는 “교통사고가 발생해 사람이 죽거나 다친 경우라 하더라도, 만약 본인의 과실이 교통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친 부분이 없다면 형사처벌을 받아서는 안 될 것”이라며 “사고 발생 시 사고의 원인이 어디 있는지, 과연 본인의 잘못으로 인한 것인지 주의 깊게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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