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서 통행세 대신 수수료 받겠단 이란…"60일은 무료"[시사쇼]
2026.06.20 08:42
이란 내 강경파들은 오히려 반발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종전 합의 양해각서(MOU)가 발효된 가운데, 합의문에 담긴 호르무즈 해협 개방 조항을 둘러싸고 양측 모두에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60일간 무료로 개방한 뒤 이후부터는 이른바 ‘서비스 수수료’를 받겠다고 명시한 대목이 발단이다. 이를 두고 사실상 통행료 부과가 아니냐는 해석이 확산되면서,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란 내부에서는 정반대로 협상파가 핵심 권리를 내줬다는 강경파의 반발이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다.
통행세 대신 수수료로 이름 바꾼 이란
당초 이란 측은 이 비용을 ‘통행세’라고 표현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반발이 커지자 ‘서비스 수수료’라는 용어로 바꿔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명칭만 바뀌었을 뿐 실질적으로는 통행세와 다를 바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해협으로, 특정 국가가 비용을 들여 건설한 구조물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국가도 통행료나 수수료를 부과해온 전례가 없다는 점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해협 통행에 대해 별도 비용을 받는 곳은 터키 이스탄불의 보스포러스 해협이 사실상 유일하다. 보스포러스 해협은 폭이 매우 좁고 예로부터 물살이 거세 사고가 빈번했던 탓에, 1936년 몽트뢰 협약에 따라 안전 서비스 비용을 징수해 왔다. 반면 호르무즈 해협은 수세기에 걸쳐 이용되는 동안 이렇다 할 대형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으며, 최근 발생한 선박 피해 역시 전쟁 과정에서 이란이 탄도미사일과 드론으로 직접 공격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서 ‘안전 서비스’라는 명분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란이 도대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오히려 이란이 유조선이나 상선을 공격하지 않는 대가로 비용을 요구하는 셈이라는 냉소적인 평가까지 나온다. 미국 내에서는 이 문제가 향후 더 큰 정치적 쟁점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호르무즈 해협이 ‘무료로’, ‘예전처럼’ 재개방될 것이라고 공언해 왔는데, 실제로는 60일 무료 기간 이후 유료화가 예정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내에서조차 “이게 무슨 넷플릭스 구독 서비스냐”는 조롱 섞인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속한 MOU 체결을 위해 이란 측에 지나치게 많은 것을 양보한 것 아니냐는 비판론도 함께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란 내부서는 굴욕적인 MOU라고 반발
흥미로운 점은 이란 내부의 반응이다. 외부에서는 이번 합의를 두고 이란이 호르무즈 수수료를 챙기는 데 성공한 ‘사실상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정작 이란 내부에서는 정반대로 “오히려 패배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권리를 잃었다”는 비판이 강경파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강경파는 호르무즈 해협이 원래 이란의 영해인데, 통행 개방 여부를 두고 굳이 미국의 양해를 구하는 형식을 취한 것 자체가 주권을 스스로 제약한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강경파의 비판은 동결자금 문제로도 이어진다. 이들은 이번 MOU에 미국이 약속했던 이란 동결자금 절반의 즉시 해제 조항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합의문에는 3천억 달러 규모의 재건 자금 조성이 언급돼 있지만, 이마저도 최종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실제로 조성되지 않을 것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어, 실질적으로 이란에 자금이 들어올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경제난에 시달려온 이란 입장에서는 당장의 자금 유입이 절실한데, 합의문의 모호한 표현이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 강경파의 주된 불만이다.
이미 MOU에는 서명이 끝났고 최고지도자의 승인까지 이뤄진 상태여서 합의 자체를 뒤집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강경파는 협상파를 겨냥해 “나라를 팔아넘겼다”는 수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협상단을 이끈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이 같은 강경파의 공세 이면에는 정치적 책임론을 둘러싼 권력 다툼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쟁이 사실상 종료 국면에 접어들면서, 미국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 데 대한 책임론이 혁명수비대와 강경파를 향할 가능성이 커지자, 이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협상파와 정부를 먼저 공격하고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란 정부로서는 최고지도자가 강경파의 공세를 제어해주길 바라는 분위기지만, 정작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건강 문제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강경파가 이 공백을 틈타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된다.
문제는 이러한 내부 권력 다툼이 60일이라는 짧은 시한 안에 풀어야 할 후속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60일 안에 협상이 원만히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군사적 옵션, 즉 재폭격 가능성까지 거론한 바 있다. 미국 내부에서도 이번 MOU가 핵심 쟁점들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만 규정해 놓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으며, 백악관 내부에서조차 후속 협상 과정에서 문구 해석을 둘러싼 갈등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후속 협상의 최대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 및 수수료 문제, 이란이 보유한 농축우라늄 처리 문제, 그리고 동결자금 해제 문제다. 이 가운데 농축우라늄 문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 아래 이란 현지에서 우라늄을 희석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이는 미국 공화당 내에서조차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웠던 전쟁 목표가 이란 핵 능력의 파괴였던 만큼, 전쟁까지 치르고도 농축우라늄을 미국이 직접 회수하지 못한다면 애초에 무엇을 위한 전쟁이었느냐는 회의론이 미국 정치권에서 비등하고 있다. 이란을 신뢰하고 현지 희석 작업의 감시를 맡길 수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도 함께 제기된다.
동결자금 문제 역시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린다. 동결자금을 실제로 해제하려면 미국의 대이란 제재 해제와, 국제 결제망에서 퇴출된 이란의 복원 조치가 선행돼야 하는데, 이는 미국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서방 동맹국들의 공동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다. 미국은 60일간의 후속 협상이 모두 마무리돼야 자금을 풀어주겠다는 입장인 반면, 이란은 앞서 미국이 동결자금의 절반을 우선 해제해주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작 MOU 본문에는 동결자금 해제의 구체적인 시한이나 절차가 명시돼 있지 않아, 이 문제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2차 협상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60일만 후속협상 어려워 무제한 연장 우려
이런 가운데 60일 안에 모든 쟁점이 타결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도 2차 협상 시한이 60일이긴 하지만 이 기한에 못 박힌 것은 아니라며 연장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실제로 미군은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는 해제했지만, 중동 지역에서 전력을 철수하지는 않고 있는 상태다. 이는 후속 협상이 결렬될 경우 언제든 군사 행동을 재개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되며, 협상 자체가 매우 불안정한 균형 위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또한 이란 내부 강경파가 현 정권을 무너뜨릴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군사력을 보유한 강경파가 최고지도자를 사실상 좌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그나마 대미 협상에 유화적인 현 정부와 협상팀이 언제든 교체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미국 조야에 퍼져 있다. 과거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 이란 핵 합의 체결 당시에도 실무 협상에만 2년 넘게 걸렸던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60일 시한은 지나치게 짧으며 핵심 쟁점들을 모두 해소하려면 적어도 연내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양측이 전면전 재개는 피하면서도 휴전 상태를 유지한 채 저강도 국지전 양상이 산발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번 사태는 종전 합의가 발효됐다고 해서 곧바로 안정적인 평화 체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합의문 자체는 정전이라는 큰 틀의 성과를 담고 있지만, 정작 그 안의 핵심 조항들이 구체적인 수치나 절차 없이 모호하게 남겨지면서 양측 모두에서 해석을 둘러싼 정치적 후폭풍이 먼저 불거진 모양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서비스 수수료’ 문구처럼 명확한 근거나 선례가 없는 조항이 합의문에 포함된 것은, 협상 당시 양측이 빠른 타결을 우선시한 나머지 세부 사항 조율을 후속 협상으로 미뤘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모호함이 미국과 이란 양쪽 모두에서 내부 정치적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60일, 혹은 그 이상으로 연장될 수 있는 후속 협상 기간 동안 가장 주목해야 할 변수로 이란 내부의 권력 지형 변화를 꼽는다. 최고지도자의 건강 이상설이 계속되는 가운데 강경파가 협상파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어, 만약 협상파가 실각하거나 정부 구성에 변화가 생길 경우 지금까지 어렵게 마련된 MOU의 이행 동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역시 의회 내 초당적 비판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트럼프 행정부가 후속 협상에서 기존 합의보다 더 강경한 조건을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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