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 동동 물냉면에 싹 달아나는 무더위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2026.06.20 12:02
갓 뽑아 바로 삶은 오돌토돌 면 위로
절인 무·계란·오이·양지 색색의 고명
여느 함흥집과 다른 육향 진한 국물
감칠맛서 오는 긴 여운에 또 찾게 돼
냉면만 먹기 아쉬울 때 찾는 ‘단짝’
고기·채소 소 가득채운 만두도 일품
여름은 늘 어느 날 갑자기 우리 곁에 다가온다. 따뜻했던 바람 끝에는 어느새 눅눅한 계절의 기운이 묻어난다. 그 계절이 오면 사람들은 저마다의 여름 음식을 떠올린다. 땀 흘린 하루 끝에서 가장 선명하게 생각나는 음식, 바로 냉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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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냉면 |
여름 하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복날에 먹는 삼계탕부터 계절 메뉴로 나오는 시원한 콩국수, 다채로워진 빙수까지 뜨겁고 차갑게 몸을 데우고 식히는 음식 중 으뜸은 단연 냉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냉면은 뜬금없이 생각나는 음식이다. 무더위에 입맛이 없을 때, 전날 숙취에 시달려 아침이 힘들었을 때, 더운 여름 그냥 길을 걷다가 불현듯 생각나기도 한다. 그런 냉면도 반죽의 종류나 국물을 우리는 방법에 따라 또는 먹는 방법에 따라 그 이름이 달라진다. 함흥냉면, 평양냉면, 밀면, 진주냉면 등등. 그러다 보니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맞는 냉면이 있다.
어머니가 계신 경기 가평은 여름이 다가오면 할 일이 많아진다. 그런 어머니를 돕기 위해 오랜만에 가평을 찾았다. 잡초를 뽑고 흩어져 있던 낙엽들을 모으다 보니 어느덧 이마에서 송골송골 땀이 난다. 부지런히 밭일을 하다 보면 어느덧 점심시간이 다가온다. 오랜만에 어머니와 냉면을 먹기로 했다. 집으로 올라오는 길 입구에 있는 항사리맛집함흥냉면은 이 자리에 문을 연 지 채 5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동네에서는 이미 꽤 유명한 맛집으로,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여는 매력이 가득한 음식점이다. 여름에는 냉면을, 겨울에는 국밥을 찾는 손님으로 가게가 붐빈다. 오랜만에 노동을 한지라 음식점을 찾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조금 이른 점심시간에 찾은 식당 안은 이제 곧 찾아올 손님들을 기다리며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항사리맛집함흥냉면에는 냉면과 국밥 말고도 버섯불고기나 모듬 수육, 도가니 수육 같은 메뉴들도 있기에 소소한 모임을 하기에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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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두 |
자리에 앉아 냉면을 기다렸다. 물냉면과 비빔냉면을 주문하고 냉면과 찰떡궁합인 만두를 주문했다. 얼갈이김치와 무절임이 자리에 차려졌다. 어떨 때는 이런 간단한 요리가 훌륭한 애피타이저가 되기도 한다. 입안에 도는 상큼함은 곧 나올 냉면의 맛을 기대하게 만든다. 오래지 않아 냉면이 나왔다. 함흥냉면의 매력은 갓 뽑은 면을 바로 삶아 헹궈 오는 그 오돌토돌한 식감이다. 절인 무와 계란, 오이, 배 그리고 얇게 저민 양지 고명들이 정갈하게 올라가 있다. 슬러시 같은 살얼음이 뜬 냉면 국물은 맑으면서도 짙은 육수 색을 내고 있다. 한식의 매력은 이 자연스러움 속에 녹아 있는 우아함 아닐까 싶다.
냉면에는 식초와 겨자가 준비되어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냉면의 있는 그대로의 맛을 존중하는 편이라 넣지를 않는다. 처음엔 심심할지언정 먹다 보면 그 맛이 매력으로 다가온다. 면을 육수에 풀어 한입 먹어본다. 오전 내내 흘린 땀이 씻은 듯이 식는 듯 입안에서는 식감 좋은 함흥냉면의 면발이 마치 차갑고 냉철한 탱고를 추며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느낌이다. 국물은 여느 함흥냉면집과는 다르게 육향이 가득하다. 이런 요리의 특징은 완벽하게 맞춰진 간인데 감칠맛이 혀를 지배하며 오는 그 여운은 이곳 냉면이 불현듯 서울에서도 생각이 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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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빔냉면 |
◆만두이야기
만두는 참 오래된 음식이다. 밀가루 반죽 안에 속재료를 넣어 익혀 먹는 방식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세월 이어져 내려왔다. 한국의 만두, 중국의 교자와 샤오룽바오, 중앙아시아의 만티 그리고 이탈리아의 라비올리와 아뇰로티까지. 이름은 달라도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반죽 속에 맛을 감싸 넣는 방식으로 음식을 만들어왔다. 한국의 만두는 고려시대 이전부터 기록이 남아 있으며, 북방 문화와 함께 들어온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김치와 두부, 숙주, 고기 등을 넣어 찌거나 국에 넣어 먹는 방식은 한국적인 식문화 속에서 발전해 왔다. 특히 명절의 만둣국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가족과 공동체를 상징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반면 이탈리아의 라비올리는 중세 시대부터 이어져 온 대표적인 파스타 문화다. 얇은 파스타 반죽 안에 리코타 치즈, 시금치, 고기 등을 채워 넣고 버터나 토마토소스와 함께 먹는다. 북부 이탈리아의 아뇰로티는 라비올리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섬세한 형태를 띠며, 고기 브레이즈나 로스트의 남은 재료들을 활용해 만드는 경우가 많다. 남은 음식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 했던 농가 문화가 담겨 있는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음식들이 서로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발전했음에도 공통점이 많다는 것이다. 밀가루 반죽 안에 속을 채우고, 이를 삶거나 찌거나 굽는 방식은 결국 인간이 식재료를 오래 보존하고 효율적으로 먹기 위해 만든 지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랍스터 룰라드와 만두피 라비올리 만들기
<재료> 랍스터 테일 1개, 만두피 2장, 다진버섯 30g, 다진새우알 15g, 다진양파 10g, 딜 약간, 리코타 치즈 15g, 토마토소스 100g, 견과류 약간
<만드는 법> ① 랍스터 테일은 랩으로 감싼 후 60도 물에 30분가량 천천히 삶는다. ② 야채들은 볶고 다진 새우알과 리코타 치즈를 버무린다. ③ 만두피에 속재료를 넣고 빚은 후 끓는 물에 데친다. ④ 토마토소스에 라비올리를 버무린 후 삶은 딜을 버무린 랍스터와 견과류를 곁들인다.
<재료> 랍스터 테일 1개, 만두피 2장, 다진버섯 30g, 다진새우알 15g, 다진양파 10g, 딜 약간, 리코타 치즈 15g, 토마토소스 100g, 견과류 약간
<만드는 법> ① 랍스터 테일은 랩으로 감싼 후 60도 물에 30분가량 천천히 삶는다. ② 야채들은 볶고 다진 새우알과 리코타 치즈를 버무린다. ③ 만두피에 속재료를 넣고 빚은 후 끓는 물에 데친다. ④ 토마토소스에 라비올리를 버무린 후 삶은 딜을 버무린 랍스터와 견과류를 곁들인다.
김동기 청담 일판 총괄 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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