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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rav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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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토요타의 SUV, 뭐가 다를까 [타봤어요]

2026.06.20 07:01

토요타 올 뉴 RAV4 시승기
설득보다 납득하게 만드는 車
RAV4에서 찾은 토요타다움
토요타 올 뉴 RAV4 PHEV GR SPORT. [사진 박세진 기자]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1등은 어렵다. 동네에서 1등도 어렵고, 범위를 넓혀 지역에서 1등은 더 어렵다. 전국 1등은 말할 것도 없다. 전 세계 1등은 차원이 다른 일이다. 모두가 1등을 노리지만, 아무나 1등이 될 수 없다. 그래서 1등에는 힘이 있다. 힘의 원천은 숫자가 만든 신뢰와 시간이 쌓은 설득력일 것이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량 기준 1위는 토요타다. 토요타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1130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6년 연속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 자리를 지켰다. 기자는 그 토요타가 만든 대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올 뉴 RAV4’를 직접 몰아봤다. 트림은 ▲PHEV GR SPORT ▲PHEV LIMTED ▲HEV XSE 순으로 영종대 일대 약 130km를 주행했다.

토요타 올 뉴 RAV4 PHEV GR SPORT 주행 모습. [영상 토요타코리아]
크게 공들인 RAV4

GR은 토요타의 모터스포츠 브랜드인 ‘가주 레이싱’(Gazoo Racing)의 약자다. 토요타가 세계 각지의 레이스와 랠리에서 쌓은 기술과 감각을 양산차에 녹여내기 위해 만든 고성능 브랜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GR SPORT는 올 뉴 RAV4 라인업 가운데 주행감에 가장 집중한 모델이다. 실제 토요타 엔지니어들은 GR SPORT 트림 개발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고 한다.

주행감에 방점을 둔 만큼, 기자도 그 부분을 더 신경 써 살폈다. 가장 먼저 든 인상은 주행감이 상당히 입체적이라는 점이다. 단순히 차가 ‘잘 나간다’는 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가속·조향·제동·차체 자세가 따로 놀지 않고 하나의 덩어리처럼 맞물렸다. 속이 꽉 찬 정육면체 같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비는 느낌이 없었다. 주행 밸런스가 그만큼 뛰어났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페달 감각이었다. 가속과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순간마다 세밀하게 잘 다듬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페달 압은 운전자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지만, 기자에게는 제법 단단하고 정확하게 다가왔다. 헐겁게 눌리거나 반응이 늦는 느낌이 없었다. 정확히 힘을 준 만큼 반응했다. GR SPORT에 적용되는 전용 알루미늄 페달은 덤인데, 마치 레이서가 된 기분이다.

힘도 충분했다. 올 뉴 RAV4 PHEV는 2.5리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바탕으로 시스템 총출력 329마력을 낸다. 중형 SUV로는 부족함 없는 수치다. 실제 주행에서도 답답함은 크지 않았다. 출발 때는 전기모터가 부드럽게 차를 밀어낸다면,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엔진과 모터가 함께 힘을 보탠다. 속도는 쭉쭉 오른다. 도로를 시원하게 밀고 나간다.

GR SPORT의 차이는 이 힘을 다루는 방식에서 드러났다. GR SPORT에는 ▲프런트 퍼포먼스 댐퍼 ▲리어 서스펜션 보강 파츠 ▲스포츠 모드 전용 EPS 맵핑 ▲전용 20인치 경량 알로이 휠 ▲트레드 20mm 확대 등이 적용된다. 전용 휠은 일반 휠보다 8kg 이상 가볍다. 출력 자체를 더 끌어올렸다기보다, 329마력의 힘을 더 안정적이고 정교하게 쓸 수 있도록 했다.

GR SPORT이 매력적인 이유는 가격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올 뉴 RAV4 PHEV 트림의 가격은 ▲PHEV XSE 6160만원 ▲PHEV GR SPORT 6180만원이다. GR SPORT는 라인업 최상위 트림이지만, PHEV XSE와의 가격 차이는 20만원에 불과하다. GR SPORT 트림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올 뉴 RAV4 실내 전경. [사진 박세진 기자]
잘 보이는 토요타다움

물론 모두에게 GR SPORT가 정답은 아니다. 최상위 트림까지 필요하지 않다면 현실적인 선택지는 HEV XLE와 HEV LIMITED다. 가격만 놓고 보면 그렇다. HEV XLE는 4927만원으로 올 뉴 RAV4 라인업의 진입 장벽을 가장 낮춘 모델이다. HEV LIMITED는 5746만원으로 편의사양과 상품성을 한층 보강했다.

두 트림을 모두 타보니 주행감과 승차감은 HEV LIMITED가 한 수 위였다. 압도적으로 우위라고 평가하긴 어렵지만, 체감되는 수준이다. 사실 당연한 결과다. 가격 차이가 있고, 적용되는 사양도 다르다. HEV XLE가 RAV4의 기본기를 가장 합리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트림이라면, HEV LIMITED는 그 기본기 위에 안정감을 더한 모델인 셈이다.

단, HEV LIMITED에서 뚜렷한 개성을 느끼긴 어려웠다. 좋게 말하면 담백했다. 다르게 말하면 무색무취에 가까웠다. 이 무색무취가 단점으로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출발과 가속, 제동과 조향 등 운전에 있어 전반적으로 무난했다. 특별히 거슬리는 부분도 적었다. RAV4를 패밀리 SUV로 접근하는 소비자라면 오히려 이 무난함이 장점으로 다가올 수 있다.

HEV XLE는 아쉬웠다. 가격은 분명 매력적이다. 4927만원으로 올 뉴 RAV4 라인업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은 강한 무기다. 하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차가 덜 정돈됐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가속 과정에서 중간중간 힘을 고르는 듯한 느낌이 자주 있었다. 매끄럽지 않았다. 차가 크게 부족하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LIMITED와 차이가 제법 느껴졌다.

기자가 시승한 세 트림은 서로 다른 매력을 지녔지만, 공통점도 있었다. 실내는 모두 전형적인 일본차의 결이 강했다. 화려한 디스플레이나 과감한 조명, 미래지향적인 센터페시아 구성을 기대했다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좋게 말하면 담백하고, 다르게 말하면 아날로그적이다. 기자는 오히려 이런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일본차 특유의 정돈된 투박함은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고급스럽게 번쩍이는 실내는 아니지만, 오래 써도 쉽게 질리지 않을 것 같은 구성이다. 소재나 디자인에서 감탄이 나오는 타입은 아니다. 대신 눈에 거슬리는 부분도 적었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이런 구성이 더 편하게 느껴졌다. 괜히 마음 편한 실내였다.

RAV4에는 토요타다움이 있었다. 각자 머릿속에 그리는 토요타다움은 조금씩 다를 것이다. 고장 걱정이 적은 차일 수 있고, 오래 타도 질리지 않는 차일 수 있다. 기본기는 확실한 차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기자가 느낀 토요타다움은 ‘설득이 아닌 납득하게 만드는 차’다. RAV4는 1등이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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