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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라면 없었을 골잡이 발로건, 미국 축구를 구했다

2026.06.20 08:56

우연히 뉴욕에서 태어나 미국 국적 얻은 우연
월드컵 멀티골 이후 출생시민권 논쟁 중심에 서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미국 축구대표팀의 새 해결사로 떠오른 폴라린 발로건(24·AS모나코)이 주목받으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강경 이민 정책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영국 BBC는 19일(현지시간) “발로건은 미국의 출생시민권 제도 때문에 미국 대표팀에서 뛸 수 있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이 적용됐다면 그는 미국 시민권자가 되기 어려웠을 선수”라고 전했다.

미국 축구대표팀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폴라린 발로건. 사진=AFPBBNews
발로건은 지난주 파라과이와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두 골을 터뜨리며 미국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이후 호주와 2차전에서도 그는 선발 출전해 공격을 책임졌다. 공동 개최국 미국은 발로건의 활약에 힘입어 2연승을 거두고 32강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지었다. 미국 대표팀 간판 공격수 크리스천 풀리식은 “우리는 발로건이 있어서 정말 운이 좋다”며 “그는 지금 골문 앞에서 치명적”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발로건은 미국과 크게 관련이 없다. 그는 나이지리아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고, 잉글랜드에서 줄곧 자랐다. 축구도 잉글랜드 아스널 유스에서 배웠다. FIFA 규정상 잉글랜드 또는 나이지리아 대표팀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발로건이 미국 대표팀에서 뛰게 된 것은 사연이 있다. 그는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2001년 여름 런던에서 뉴욕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마침 임신 중이던 어머니가 귀국 항공편에 오르지 못했고 발로건은 그해 7월 3일 브루클린에서 태어났다.

이 출생지가 발로건의 축구 인생을 바꿨다. 미국 수정헌법 14조에 근거한 출생시민권 제도에 따라 발로건은 자동으로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이후 미국과 잉글랜드 연령별 대표팀을 거쳤고, 2023년 미국 대표팀을 최종 선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체류자나 관광비자 등 임시 비자로 미국에 머무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에게 자동 시민권을 주지 않겠다는 행정명령을 추진해왔다. 이 문제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있다.

발로건은 미국 대표팀 선택 과정에서도 치열한 영입전을 거쳤다. 그는 잉글랜드 21세 이하 대표팀에서 13경기 7골을 넣으며 핵심 공격수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아스널에서 그의 자리는 없었고 프랑스 랭스로 임대됐다. 그곳에서 2022~23시즌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였고, 이후 3500만 파운드(약 708억 원) 이적료로 모나코에 합류했다.

미국축구협회는 발로건을 미국 대표팀으로 뽑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미국 프로농구 NBA 경기와 뉴욕 양키스 훈련장에 그를 초대했다. 심지어 플로리다 관광도 시켜줬다. 미국 대표팀 선배들도 저녁 식사 자리에 나가 발로건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로건은 “미국 팬들이 내게 큰 동기부여와 지지를 보내줬다”며 “나는 그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계속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축구 팬들은 발로건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 미국 대표팀 출신 케니 쿠퍼는 BBC와 인터뷰에서 “발로건은 최고 수준에서 검증된 골잡이”라며 “미국이 역사적인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고 기대했다. 미국 대표팀 팬 그룹 ‘아메리칸 아웃로스’의 뉴욕 지부장 토미 마르코스는 “우리는 오랫동안 이런 선수를 기다려왔다”고 말했다.

발로건은 지금까지 미국 대표팀에서 28경기 11골을 기록 중이다. 이번 월드컵 첫 경기에서만 두 골을 넣으며 득점왕 경쟁에도 이름을 올렸다. 미국 대표팀은 다양한 뿌리를 가진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팬들은 이를 미국 축구의 특징이자 강점으로 본다. 마르코스는 “그것이 이 팀을 특별하게 만들고, 또 매우 미국답게 만든다”고 했다.

발로건은 이번 월드컵에서 미국 축구를 책임질 새 얼굴로 빠르게 떠오르고 있다. 동시에 그의 존재는 경기장 밖에서 미국 시민권과 이민 정책 논쟁을 비추는 상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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