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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심판, 여자가 하면 왜 안돼? 편견 깨뜨린 그녀들

2026.06.20 09:00


부심 캐서린 네스벳(맨 왼쪽), 주심 토리 펜소(가운데), 부심 브룩 메이요가 지난 19일(한국시간)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 체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체코 대표팀 감독 미로슬라프 코우베크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금녀’의 벽이 또 다시 깨졌다. 지난 1930년 시작한 월드컵 역사를 통틀어 두 번째로 여성 심판진이 경기를 주관했다. 우리 사회의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축구 또한 여성의 참여가 활발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지만, 여전히 과제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성 심판 토리 펜소(40)는 지난 19일(한국시간)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 체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전의 주심을 맡았다. 부심을 맡은 브룩 메이요(37)와 캐서린 네스빗(38)도 여성이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당시 독일-코스타리카전을 주관한 심판진(스테파니 프라파르 주심, 노이자 백-카렌 디아즈 부심)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여성들로 꾸려진 심판진이다.

경기 운영은 매끄러웠다. 펜소 주심은 남아공 미드필더 테보호 모코에나가 전반 33분 거친 태클을 범하자 가차 없이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후반 35분 체코 미드필더 파벨 슐츠의 핸드볼 파울에는 망설임 없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중계진도 “경기 운영이 괜찮다”거나 “집중력이 좋다”며 호평했다. 휴고 브로스 남아공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모코에나가 받은 경고 관련 질문을 받았지만, 심판 판정을 문제 삼진 않았다.

이들은 각종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인정 받은 실력자들이다. 남성 심판과 동일한 체력 테스트를 통과하고 최상위 프로리그에서 2년 이상 활약한 국제축구연맹(FIFA) 국제 심판들이기도 하다. 특히 펜소는 2020년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에서 첫 번째 여성 심판이 됐다. 네스빗과 메이요는 각각 2024년과 지난해 미국축구협회 올해의 여성 심판상을 수상했다. 네스빗은 2020년에는 MLS 최우수 부심으로 선정됐고,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부심으로 활약했다.

토리 펜소 주심이 지난 19일(한국시간)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남아공 선수들에게 주의를 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때 축구에서 심판 부문은 여성들에겐 불모지로 여겨졌다. 잉글랜드와 프랑스 등 유럽 축구의 대표적인 강호들조차 20세기 후반에야 여성의 참여를 허용했을 만큼 남성 중심적 문화가 공고했다.

노골적인 성차별도 공공연히 이뤄졌다. 브라질 여성 심판 페르난도 율리아나는 2017년 “플레이보이(성인잡지) 화보나 찍으라는 조롱을 숱하게 들었다”며 울분을 쏟아내고 데뷔 3년 만인 28살에 은퇴했다. 펜소 심판은 2023년 CNN 인터뷰에서 “우리가 기회를 얻지 못하는 건 (성적) 고정관념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3월에도 브라질 프로리그에서 “중요한 경기에 여성을 심판으로 배정해선 안 된다”는 발언이 나와 논란이 됐다.

그러나 ‘금녀의 벽’은 차츰 허물어지는 분위기다. 2010년대 중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여성 심판 육성을 본격화 한 영향이다. 영국의 경우 지난 2017년 1200여명에 불과하던 여성 심판이 지난해 3400여명까지 늘었다. 영국의 대표적인 여성 심판 레베카 웰치는 지난 2023년 12월 여성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맡았다. 미국도 성별을 가리지 않는 훈련 프로그램으로 여성 심판을 길러내고 있다. FIFA는 여성 심판의 경력 단절을 최대한 막기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펜소 주심 또한 세 아이의 엄마다.
부심 캐서린 네스벳(맨 왼쪽), 주심 토리 펜소(가운데), 부심 브룩 메이요가 지난 19일(한국시간)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 체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달라진 환경과 분위기 속에 올해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인을 받은 국제심판 3208명 중 여성은 역대 최다인 969명에 이른다. 4년 전 카타르 대회와 이번 대회 모두 여성 심판 6명이 선발됐다. 한국도 오현정, 김유정, 김경민, 이슬기, 박미숙 심판이 2023년 호주·뉴질랜드 FIFA 여자월드컵에 선발되는 등 저변이 넓어지는 추세다.

피에를루이지 콜리나 FIFA 심판위원장은 “FIFA는 성별이 아니라 능력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남자 대회에서 여성 심판을 기용하는 게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여성 심판 출신으로 미국축구협회 심판 부문 부회장으로 활동 중인 카리 세이츠는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여성 심판들이 압박 속에서도 임무를 잘 수행하면 사람들이 더이상 성별을 신경 쓰지 않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성 심판 활성화의 걸림돌은 여전히 많다. 독일 분데스리가 최초의 여성 심판이자 FIFA의 여성 심판 책임자인 비비아나 슈타인하우스웹은 “축구에서 여성의 참여가 눈에 띄게 들었지만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며 “여성 심판을 위한 탈의실, 출산한 여성 심판의 경기장 복귀를 도울 육아 대책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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