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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병은 아니지 않나요"…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에 '술렁'

2026.06.20 07:14

"위고비는?" "안 겪어보면 몰라"
제한적인 지원에 찬성 목소리
현장서 만난 2030 반대 여론도
의료계·환자단체서도 반발 큰 분위기
복지부 "확정 아냐…의견 수렴 후 검토"
사진=연합뉴스

"탈모가 안타깝긴 하지만 탈모가 치료 안 하면 죽는 병은 아니지 않나요? 생존의 문제로 따져보면 '마운자로나 위고비(비만약)'도 건강보험 적용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18일 오전 '탈모인들의 성지'라 불리는 종로 5가 약국 거리. 최근 이곳에는 2030세대의 발길이 끊이지 않지만, 정작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대상자로 거론되는 이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정부가 취업과 사회생활, 대인관계 등에 영향을 크게 받는 청년층을 우선 지원 대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청년층 내부에서도 찬반 입장이 갈리는 사안인 만큼 정책 추진 과정에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종로5가 거리 모습 /사진=이정우 기자

이날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체로 건강보험 재정의 우선순위를 따져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탈모를 앓고 있다는 김모 씨(27)는 '정부의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움직임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실제 시행된다면 저에게는 큰 호재"라면서도 "다만 건강상 위급한 분들이 우선순위가 돼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적용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모 씨(28)는 "건강보험의 존재 이유는 아플 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사회 장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탈모 치료가 미용 목적으로 쓰이고 있지 않냐"며 우려했다.

반면 제한적 지원에는 찬성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모 씨(33)는 "제 친구도 탈모로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다"며 "탈모는 유전적 성격이 강하다 보니, 결혼을 하고 싶어 소개팅을 나가려 해도 쉽지 않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준을 좀 명확히 구분해서 탈모가 심한 분들에 대해서는 해줘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탈모 병원을 운영 중이라는 한 의사는 '쓰레드'에 "탈모약 급여화를 극렬하게 반대한다"며 "그 돈으로 희귀병 환자들을 지원하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일각에서는 이번 논의를 '모(毛)퓰리즘'(머리 털과 포퓰리즘 합성어)으로 규정하는 반면 "탈모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탈모를 가진 사람의 심정을 모른다", "무제한적인 지원은 어렵더라도 일부 지원은 필요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게 나온다.

청년층은 재정 정책을 결국 자신들이 떠안아야 할 미래의 빚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거부감이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 /사진=뉴스1
이번 논쟁은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촉발됐다. 당시 이 대통령은 "(탈모가) 예전에는 미용 문제로 여겨졌지만, 요즘은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며 탈모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검토를 지시했다.

당시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에서 "건강보험은 생명과 직결되는 질환과 의학적 필수 치료를 우선 보장하기 위한 장치"라며 "모퓰리즘을 멈춰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1일 정책간담회에서 올 하반기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한다고 밝혀 논란이 재점화됐다. 정 장관은 "탈모는 청년들에겐 중증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약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탈모 급여화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이 많았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일제히 반발이 나왔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건강보험은 '생명'을 지키는 약속"이라며 "큰 병 치료비 때문에 한 가족의 생계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생명이 걸린 병, 가계가 파탄 나는 병을 함께 떠받치자는 약속이 최우선"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이 생색내며 나눠주는 하사품이 아니다"고 거듭 피력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도 "암 환자·희귀질환자 등 하루하루를 버티는 환자와 가족들이 있는데, 이들보다 M자형 탈모가 먼저냐"며 "건보 재정은 올해 적자로 전환되고 25조원의 누적 준비금도 2029년이면 바닥난다"고 비판했다.

반면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청년들이 탈모로 인해 취업·연애·결혼 등 사회생활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용기를 주고 싶다"고 반박했다.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사진 /사진=한경DB
의료계에서는 신중론이 제기된다.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최근 페이스북에 남성형 탈모가 생명이나 신체 기능을 위협하는 질병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현행 제도가 미용 목적 치료를 비급여로 두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인 대상 예방접종 등 정작 효과가 자명한 것들은 충분히 지원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환자단체도 반발이 거세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지난 16일 성명에서 "탈모 치료 급여 확대는 의학적 필수성과 급여 우선순위를 흔드는 정책"이라면서 "생명과 직결된 치료제 급여화는 재정 부족을 이유로 미루면서 탈모 치료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우선순위가 뒤바뀐 결정"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으며, 다음달 4일 열릴 예정인 '모두의 토론회' 이후 구체적인 방향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해당 토론회는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국민 200명이 참여해 '탈모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보고 방향을 설정한 뒤 내부 검토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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