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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일자리 2만 개 늘 때 여성 20만 개 늘었는데… 마냥 기쁘지 않은 이유

2026.06.20 04:30

[젠더살롱] 고령 여성 돌봄 노동 현실
일자리 증가해도 대부분 단시간 근로
'노노 케어'... 근골격계 질환도 시달려
"야간 교대 대기시간은 시급에서 빼"
통합돌봄 본격 가동... 처우 개선 요구

편집자주

한국일보 기자들이 직접 여러 사회 문제와 주변의 이야기를 젠더적 관점에서 풀어냅니다. '젠더, 공간, 권력' 등을 쓴 안숙영 계명대 여성학과 교수의 글도 기고로 함께 합니다.
한 노인요양시설에 여성 요양보호사 혼자서 병상에 누운 노인 5명을 돌보고 있다. 제미나이·강지수 기자


최근 일자리 통계에서 다소 놀랄 만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여성의 일자리 수가 남성보다 10배나 많이 늘었다는 점인데요. 지난달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4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이 기간 여성 임금 근로 일자리는 942만 개로 전년 동기 대비 20만2,000개 증가했습니다. 반면 남성 일자리는 1,170만3,000개로 1만9,000개 늘어나는 데 그쳤죠.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이로 인한 채용 차별의 굴레. 한국의 노동 시장에서 여성이 겪어온 풍파를 떠올려보면 여성 고용률과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졌다는 자체로는 꽤 의미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숫자 뒤에 가려진 맥락을 알면, 마냥 환영할 만한 소식은 아닙니다.

우선 늘어난 일자리의 성격을 따져봐야 합니다. 여성 일자리 증가분을 산업별로 나누면 보건·사회복지업이 전체의 절반인 10만 개를 차지합니다. 이런 추세는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우리나라가 2024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를 넘은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기 때문이죠. 자연히 의료·돌봄·복지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인구학적 특수'를 누릴 것 같은 이들 업종에선 정작 "이대로는 안 된다"고 아우성입니다. 대체 무슨 상황일까요?

돌봄노동자 95%가 여성... 평균연령 60대

요양병원에서 한 입소자 가족이 면회를 하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근본적인 문제는 돌봄·사회복지업에 '여성의 일'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서 시작됐습니다. 지난달 기준 이 업종에 종사하는 345만4,000명 중 여성은 274만6,000명(79.5%)이었습니다. 세심한 대면 노동이 필요한 돌봄 서비스 종사자의 여성 비율은 유독 높습니다. 돌봄노동자는 요양보호사, 노인생활지원사, 장애인활동지원사, 아이돌봄사 등 약 200만 명, 비공식 가사·간병 부문까지 더하면 최대 23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요. 무려 94.9%가 여성이고, 평균 연령은 60대죠.

권용림(64)씨도 그중 한 명입니다. 권씨는 6년 전 서울의 한 노인요양센터에 요양보호사로 취업했습니다. 오랜 경력 단절을 겪고서 얻은 일자리였습니다. 그를 포함한 이곳 요양보호사 28명은 모두 여성입니다. "기저귀를 갈고 세안시키는 업무는 여성이 잘할 거란 인식이 만든 성비죠."

업무가 손에 익은 지는 오래됐지만 여전히 매일이 힘에 부칩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침상에서 휠체어로 이동시키고 다시 침상에 눕히고 나면 허리고 어깨고 성한 곳이 없어요. 저뿐 아니라 다들 아파해요." 권씨의 일터에선 법정 정년이 지난 61~70세의 요양보호사를 촉탁계약직으로 고용하고 있습니다.

"야간엔 보호사 1명이 노인 20명 돌봐야"

서울 성동구의 한 복지센터에 소속된 요양보호사가 노인의 집을 방문해 어르신을 돌보고 있다. 성동구청 제공


전체 돌봄 일자리 종사자 수는 늘었는데 현장에서 체감하는 업무 강도는 도통 나아지지가 않습니다. 하루 서너 시간씩만 일하는 재가 방문 돌봄 노동자가 크게 늘어난 반면, '24시간 밀착 돌봄'이 필요한 장기요양시설에선 인력난이 가중됐어요.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전현욱 민주노총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사무처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법률상으론 요양보호사 1명이 어르신 2.1명을 돌봐야 해요. 그런데 보호사가 100명이라고 해도 8시간씩 3교대를 하면 1명이 6.3명을 보게 되는 거고요. 야간 시간대엔 혼자 스무 명가량 돌봐야 합니다."

고된 노동의 대가는 열악하기 짝이 없습니다. 권씨는 "10년 넘게 일하더라도 최저임금을 받는다"라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노인요양시설 종사자는 월 평균 214만 원을 벌고, 재가 방문 요양보호사 벌이는 평균 107만 원에 그칩니다. 이들에겐 휴일 수당(기본급의 150%)도 그림의 떡입니다.

"식대·교통비·기본급 차별 그만"

돌봄노동자 처우개선 4대 요구안. 그래픽=제미나이


이런 가운데 이재명 정부는 3월 말 국정과제 중 하나인 통합돌봄의 닻을 올렸습니다. 사실상 국가가 돌봄을 필수노동이라고 인정한 셈입니다. 그러나 당장 2028년부터 요양보호사가 11만6,000명이 부족할 거란 우려가 나옵니다. 15년이 더 흐른 2043년엔 약 99만 명이 부족하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있죠.

이렇게 돌봄 수요는 폭증하는데 처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 중 최하위입니다. 한국의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 임금은 전체 산업 평균 대비 67.8%로 OECD 최저 수준이죠. 이에 반해 향후 10년간 돌봄 수요 증가율은 OECD 2위(66.2%)로 예상됩니다. 우리보다 인구 문제를 먼저 겪은 일본이 초고령화가 시작되던 2000년 초부터 돌봄 인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처우개선과 함께 요양보호사를 체계적으로 양성한 것에서 교훈을 찾아야 합니다.

노동계에선 그래서 "지금이 돌봄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할 골든타임"이라는 외침이 나옵니다. 정부와 돌봄 분야 노정협의체를 꾸린 민주노총은 최근 '돌봄노동자 처우개선 4대 요구안'을 내놨습니다. △기본급(최저임금의 130% 보장) △식대(월 16만 원 지급) △명절 상여금(연 120%) △교통비(재가 방문 노동자에게 월 15만 원 지원)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요양보호사 권씨는 이런 바람을 전했습니다. "청년도, 남성도 일하고 싶어하는 일자리가 돼야 해요. 그래야 돌봄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가 4월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돌봄노동자 진짜사용자 대한민국 정부의 단체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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