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가게 돕는데…출산휴가·육아휴직 쓸 수 있나요?"[직장인 완생]
2026.06.20 08:00
가족회사라도 근로자성 인정되면 휴가 사용 가능
육아휴직급여 받으려면 피보험 단위기간 180일 필요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 A씨는 결혼을 하면서 퇴사 후 고향으로 내려와 아버지가 운영하는 영세 업체의 경리로 일하고 있다. 직원 3명 남짓되는 작은 가게라 별도의 계약서 작성이나 4대 보험 가입도 하지 않고 일을 도와주는 정도. 형편이 좋지 않은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아, 용돈 수준의 돈만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임신을 하게 되면서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사용이 가능한지 궁금해졌다. 친족 간에는 고용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들어서 서류 작업을 하지 않고 있던 것인데, 이대로 직장인으로서의 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것인지 의문도 든다.
가족이 운영하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경우 A씨처럼 '그냥 도와준다'고 생각해 근로계약서 작성이나 4대 보험 가입 없이 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최근 취업난과 구인난이 동시에 이어지면서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청년도 눈에 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20대 무급가족종사자는 3만874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7명 늘었다. 1분기 기준으로는 2024년부터 3년 연속 증가세다.
평소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임신·출산, 육아휴직, 산재, 각종 정부 지원 신청 등을 계기로 뒤늦게 근로자성이나 보험 가입 여부를 따져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A씨 역시 일부 대가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별도의 근로계약 없이 일하고 정기적인 임금 대신 용돈 수준의 돈만 받아왔다는 점에서 무급가족종사자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서류상으로는 근로관계가 확인되지 않는 상태인 셈이다.
그렇다면 A씨는 이대로 출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제도를 이용할 수 없는 걸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는 A씨가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우선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은 임신·출산·양육 과정에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법정 제도다.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는 출산 전후 90일의 휴가를 사용할 수 있고, 이 중 출산 후 휴가기간이 45일 이상 돼야 한다. 이후 8세 이하(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
관건은 A씨가 실제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여부다. 출산전후휴가급여와 육아휴직급여는 고용보험을 통해 지급되는 급여이기 때문에 고용보험 가입 이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고용보험은 사용자와 친족관계인 근로자의 경우 실제 고용관계 여부를 엄격히 본다. 특히 사업주와 함께 살며 생계를 같이하는 '동거친족'은 일반적으로 근로자로 보기 어려워 고용보험 가입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그렇다고 가족관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성이 무조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A씨가 이미 결혼하고 분가해 아버지와 별도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커진다.
이 경우 A씨는 아버지의 지휘·감독 아래 상시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 형태의 금품을 받는 근로자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근로자성을 입증하기 위한 서류로 근로계약서, 급여대장, 급여계좌이체 내역, 출근부, 업무일지 등을 들고 있다. 단순히 가족 일을 도운 것이 아니라 일반 직원처럼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고, 사업주의 지휘·감독 아래 업무를 수행했으며 그 대가로 임금을 받았다는 점이 확인돼야 한다.
A씨의 경우 근로계약이나 다른 사회보험 가입 이력을 증명하기 어렵고 정기적인 임금 대신 용돈 수준의 돈만 받아왔기 때문에 근로자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급가족종사자는 원칙적으로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어서, 현재 상태라면 출산전후휴가급여나 육아휴직급여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
또 A씨가 근로자로 인정돼 고용보험에 가입하더라도 곧바로 출산전후휴가급여나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고용보험 피보험 단위기간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출산전후휴가급여는 휴가 종료일 이전까지, 육아휴직급여는 육아휴직 개시 전까지 고용보험 피보험 단위기간이 통산 180일 이상이어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A씨가 지금까지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다면 당장 급여를 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임신 초기라면 고용보험 가입 여부를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임신 3개월 미만이라면 출산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근로계약서 작성과 급여 이체, 출퇴근 기록 등을 정리해 근로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출산전후휴가급여와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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