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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 예찬

2026.06.19 20:00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16일(현지시간) 알제리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J조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photo AFP 연합뉴스


월드컵 시즌에 축구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단발의 갈색머리를 한 앳된 소년이 축구 영웅 '호나우지뉴'의 어시스트를 받아 골을 넣은 게 내 기자생활 초년병 시절이던 2004년 즈음이다. 그 시절 월요일 아침이면 리오넬 메시의 골과 어시스트 장면을 찾아보는 게 큰 즐거움이었다. 22년이 지난 지금, 메시는 39세의 나이에 월드컵에 출전해 1차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그가 해트트릭을 기록하자 방송사 캐스터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메시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메시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메시의 기록을 보며 그가 축구 역사상 최고의 '고트(GOAT)'라고 말하지만, 그건 메시에 대한 절반의 예찬에 불과하다. 정작 내가 놀란 건 그가 여전히 자신의 방식으로 축구를 하면서 이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1차전에서 그의 첫 번째 골과 세 번째 골을 보라. 첫 번째 골 장면 때는 중앙선 부근에서 상대 진영을 파고들어 만든 찰나의 순간에 슛을 때렸고, 세 번째 골 장면에서는 동료에게 공을 내주고 다시 받아, 페널티 박스 안에서 왼발 감아차기로 골문 구석을 갈랐다. 17살의 메시가 했던 바로 그 플레이였다.

운동선수로서는 보잘것없는 피지컬에, 주력도 그렇게 빠르지 않은 메시는 예측을 불허하는 드리블과 반박자 빠르고 정확한 슈팅으로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됐다. 피지컬이 좋은 선수는 나이가 들면 기량이 쇠락하고, 기술이 좋은 선수도 나이가 들면 순발력이 떨어져 기술이 쇠락하는 게 자연의 섭리다. 전성기의 잔상으로 버티는 노장을 보는 일은 어딘가 쓸쓸하다. 하지만 메시는 달랐다. 세월은 그의 속도를 조금 빼앗아 갔을지 몰라도, 공간을 읽는 눈과 마지막 순간의 침착함만은 아직 빼앗지 못했다.

메시는 키는 작지만 축구 재능을 타고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재능은 자신을 꽃피우게 할 순 있지만, 꽃을 시들지 않게 하는 건 재능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메시보다 더 타고난 신체와 재능을 가진 축구선수들이 많았고, 누군가는 메시에 비교됐다. 하지만 20년간 정상을 지키며 메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수는 없다. 물론 축구계의 '메호' 논란은 현재진행형이지만, 황혼의 나이에 보인 그들의 행보는 그 논란에 어느 정도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생각한다. 즉 메시의 20년을 가능케 한 건 재능에 노력이 더해져서다. 비단 축구만 그럴까. 내가 하는 기자란 직업도,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이 하는 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느 영역에서나 재능 있고 일찍 꽃핀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오랜 기간 꾸준하게 꽃피우고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재능으로 꽃피운 결과물들이 오래 지속되게 하는 동력은 '아무도 보는 이 없을 때,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란 질문에 떳떳하게 답할 수 있는 노력을 하는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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