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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팔사팔’ 30대 남성 수익률 꼴찌… 대형주 묵혀둔 70대가 웃었다

2026.06.20 00:50

[주식에 빠진 대한민국]
<3> 연령·성별 따라 갈린 수익률

18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증권사 고객센터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장경식 기자

코스피 지수가 지난 18일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열풍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증시 강세는 이미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수익을 본 국민도 적잖다. 그런데 투자자의 연령대와 성별에 따라 수익률이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증권이 올해 1~5월 기준 잔고가 100만원 이상인 고객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70대 이상 남성 투자자의 누적 수익률(42.1%)이 가장 높았다. 이어 70대 여성(41.69%), 60대 여성(39.36%), 50대 여성(38.75%) 순이었다. 반면 30대 남성의 누적 수익률은 27.01%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았다. 70대 이상 남성 투자자가 30대 남성보다 15.09%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거둔 셈이다. 투자 종목에서도 30대 남성은 성장주와 테마주에 치우친 반면, 70대 남성은 대형 우량주 중심의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전문가들은 이른바 ‘매매 회전율(거래 빈도)’이 수익률을 갈랐다고 분석한다. 수익률 최하위를 기록한 30대 남성의 평균 회전율은 58.5%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매매 회전율 58.5%는 계좌에 100만원이 있었다면 한 달 동안 총 58만5000원 상당 주식을 사고 팔았다는 뜻이다. 반면 70대 남성의 매매 회전율 평균은 27.3%로 가장 낮았다. 주식 ‘사팔사팔(사고팔고)’을 많이 한 30대 남성이 가장 덜 벌고, 한 주식을 진득하게 보유한 70대 남성이 최고 수익률을 거둔 것이다.

그래픽=백형선


김인재(79)씨는 지난 2월 삼성전자 주식을 1000만원어치 샀다. “삼성전자로 돈을 꽤 벌었다”는 친구 말에 뒤늦게 주식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김씨는 “사고팔기를 반복하면 머리만 아프니 그냥 묻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사이 삼성전자 주가는 18만원에서 36만원으로 올랐고, 김씨 잔고는 2000만원으로 두 배가 됐다.

인천의 한 공공기관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임모(70)씨도 ‘장기 투자’로 수익률 1380%를 기록 중이다. 그는 10년 전 퇴직금 중 2500만원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 임씨는 “주식 창을 자주 보면 팔고 싶은 마음이 들까 봐 지난 10년 동안 거의 쳐다보지 않았다”고 전했다. 임씨의 삼성전자 주식 잔고는 지난 18일 기준 3억7000만원까지 불어났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시장을 자주 들여다보지 않거나 매매 빈도가 낮은 투자자일수록 상승장의 흐름을 더 길게 누릴 수 있다”며 “시장을 장기적으로 바라보다 보니 주가 등락이 상대적으로 완만한 대형 우량주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올해 1~5월 이 증권사 개인 투자자의 매매 상위 종목을 보면, 70대 이상 투자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을 주로 매수했다. 국내 증시를 이끄는 대형 우량주들이다. 이들은 한 번 주식을 사면 주가가 일시적으로 흔들려도 쉽게 처분하지 않았다.

다만 고령층 투자자 사이에서도 최근 ‘패닉 바잉(공포 매수)’ 현상이 감지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사 직원 최모씨는 “작년과 비교해도 지점을 찾는 어르신들이 부쩍 많아졌다”며 “수십 년 전 만들어 둔 주식 계좌를 가져와 비밀번호를 찾아달라고 요청하는 분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그래픽=백형선


코스피 초강세 덕분에 미래에셋증권의 30대 남성 고객 평균 투자 수익률은 27.01%를 기록했다. 평균적으로는 손해를 본 것 같지 않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손실을 입은 투자자가 적지 않았다. 30대 투자자들이 단타 매매를 즐겨 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직장인 김모(37)씨는 올해 초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지인이 점점 많아지자 2월 처음 주식 시장에 발을 들였다. 김씨가 투자한 곳은 삼성전자나 상장지수펀드(ETF)처럼 주식 초보자들이 주로 투자하는 종목이 아니었다. 지인이 추천한 미국 인공지능(AI) 방산 업체 팔란티어의 2배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한 것이다. 이 상품은 팔란티어 주가가 1% 오르면 그 두 배인 2%가 내 몫이 되고, 1% 떨어지면 내 몫이 2% 떨어지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하지만 김씨는 한 달 만에 투자금의 절반을 잃었다. 손실을 만회하려 유튜브에서 추천하는 성장주와 테마주를 짧게 사고파는 이른바 ‘단타’ 투자에 나섰지만, 계좌는 현재 35% 손실을 기록 중이다.

‘매매 빈도’와 ‘수익률’의 상관관계는 성별 분석에서도 확인된다. 남성보다 주식을 덜 사고판 여성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냈다. 올해 1~5월 미래에셋 고객 중 여성 투자자의 누적 수익률은 35.57%로 남성 34.29%보다 높았다. 반면 평균 회전율은 여성 32.5%, 남성 44.6%로 여성이 남성보다 12.1%포인트 가량 낮았다.

일각에서는 30대 남성을 비롯한 2030세대 투자자가 유튜브와 소셜미디어, 온라인 커뮤니티 등 여러 채널을 통해 투자 정보를 얻게 된다는 점이 투자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과도한 정보가 오히려 ‘소음’이 돼 충동 매매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3월 증시 변동성이 커졌을 때 30대 남성의 매매 회전율은 70.6%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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