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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절단’ 수술을 일반 병실에서? 요양병원 미스터리

2026.06.20 00:47

인천 요양병원서 무슨 일이
18일 오후 ‘사람 다리’ 사건의 발단이 된 인천 중구 Y요양병원의 입구. 지난 10일 인천 한 재활용 쓰레기 선별장에서 사람 다리가 발견되어 큰 논란이 됐는데, 이 병원에서 80대 환자의 괴사한 다리를 절단해 재활용품과 함께 처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합뉴스

19일 오후 1시쯤 찾아간 인천 중구 Y요양병원. 1층 안내데스크엔 ‘입원이 가능한지’ 등을 확인하는 문의 전화가 계속 오고 있었다. 2005년 문을 연 이 요양병원은 신경외과 전문의 1명, 외과 전문의 1명과 한의사 1명, 간호사 7명, 간호조무사 14명이 일하고 있다. 8층 건물 중 5개 층을 사용하면서 118개 병상 외에 물리치료실, 방사선실은 물론 장례식장과 요양원, 예배실도 갖추고 있다.

겉으론 평범해 보이는 이 병원은 지난 10일 인천 한 재활용 쓰레기 선별장에서 발견된 ‘사람 다리’ 사건의 발단이 된 곳이다. 경찰 조사 결과, Y요양병원은 수술실이 아닌 일반 병실에서 89세 환자의 다리 절단 수술을 한 뒤, 의료폐기물이 아닌 생활폐기물로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때 ‘학생이 토막 살해당한 뒤 버려졌다’ 등 온갖 괴담까지 퍼졌는데, 진원지가 요양병원으로 드러난 것이다. 병원 관계자에게 이번 사건에 대해 묻자 “경찰에서 수사 중이라 지금은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병원장은 부재 중”이라고 했다.


지난 10일 오후 1시 50분쯤 인천 연수구 송도동 한 생활자원 회수센터에서 재활용 쓰레기 선별 작업 중이던 직원 A씨가 컨베이어 벨트에서 붕대에 감긴 무언가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마네킹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붕대에 핏자국이 있었다. A씨는 “붕대를 풀어 봤더니 사람 무릎 아랫부분 형태가 나타나 바로 신고했다”고 경찰에 밝혔다. 실제로 붕대 속 물체는 사람의 왼쪽 다리 무릎 아래 부위였다. 길이는 41㎝, 발 크기는 210㎜였다.

경찰은 강력 범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11일 연수경찰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64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꾸렸다. 발 크기를 토대로 피해자를 학생으로 추정하고 인천 시내 학교를 대상으로 장기 결석자를 확인했다. 하지만 수사 성과는 나지 않았다. 절단 다리가 발견된 생활자원 회수센터의 수거 지역이 너무 넓어 수거 차량을 특정하는 데도 애를 먹었다. 그사이 소셜미디어에는 “아이가 살해당했다” “서울 한 대형 마트 직원이 여자같이 예쁜 남자아이 다리를 잘랐다” 같은 각종 괴담이 퍼져 나갔다.

그러다 최초 신고 닷새 만인 지난 15일 “(발견된 다리가) 키 161~165㎝ 성인의 것으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가 나왔다. 이후 경찰은 인천·경기 지역 실종자 가족의 유전자를 확보하는 등 수사 방향을 틀었지만, 별 진전이 없었다. 결국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38명을 추가로 투입해 수사 인력을 102명으로 늘렸다.

일주일 동안 전국이 떠들썩했지만 별 진전이 없던 수사는 지난 17일 반전을 맞았다. Y요양병원 측이 경찰에 찾아와 “우리 병원에서 버린 것 같다”며 ‘자진 신고’한 것이다. 요양병원 관계자는 “지난 8일 심장 질환을 앓고 있는 80대 여성의 괴사한 다리를 절단한 뒤 규정에 따라 의료폐기물 처리 용기에 버렸다”면서 “청소 담당 자원봉사자가 붕대 감긴 다리를 깁스(석고 붕대) 용품으로 착각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유전자 검사 결과, 현재 Y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89세 여성 B씨의 다리가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래픽=박상훈


19일 경찰 발표에 따르면, Y요양병원 의료진은 지난 8일 수술 후 환자 B씨의 다리를 붕대에 감아 의료폐기물 전용 용기에 버렸다. 이튿날 자원봉사자 60대 남성 C씨가 청소 중 의료폐기물 용기에 든 다리를 깁스(석고 붕대) 쓰레기로 잘못 알고 다른 재활용 쓰레기와 함께 봉투에 담아 수거 장소로 옮겼다. 경찰은 “붕대로 감겨 있었고 딱딱해 (C씨가) 깁스로 착각한 것 같다”고 했다. 이후 이 봉투는 수거 차량에 실려 인천 남부권 광역 생활자원 회수센터로 옮겨졌다. 경찰은 Y요양병원 병원장, C씨, 절단 수술을 한 의사와 간호사 등 4명을 조사하고 있다.

이들의 혐의점은 크게 두 가지다. 절단 수술 과정에 위법이 없었는지, 인체 조직 등 의료폐기물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다. 현행 의료법은 ‘전신 마취’가 필요한 수술은 반드시 수술실에서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Y요양병원에는 수술실이 없다. Y요양병원 측은 경찰 조사에서 “환자의 심장 기능이 약해져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고, 다리 괴사가 상당히 심한 상태로 다량의 고름이 차 있었다”며 “신경이 전부 손상돼 (절단할 때) 마취가 필요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릎 부위가 이미 분리된 상태였고, 다리 뒷부분을 가위로 절단했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전신 마취 여부를 떠나 수술 과정에서 감염 방지 의무를 소홀히 했다면 처벌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당장 의료법 위반 여부를 단정하긴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다리 절단 수술은 무균실에서 이뤄져야 하고, 의료 행위를 할 땐 감염을 막아야 한다는 의료법 규정이 있다”며 “이런 위험에 대해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면허 정지 처분 등을 내릴 수 있다”고 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요양병원에서 감염·출혈 위험이 큰 절단 수술을 직접 하는 경우 자체가 드물다고 한다. 그런데 Y요양병원은 B씨를 인근 대형병원으로 보내지 않고 입원해 있던 일반 병실에서 수술을 한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요양병원이 무리하면서까지 그런 수술을 직접 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이헌 인천 연수경찰서 형사과장은 “대한의사협회, 복지부, 변호사 자문을 거쳐 의료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복지부는 행정 조사와 수사 결과 등에 따라 처분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래픽=박상훈


Y요양병원 측이 환자의 다리를 생활폐기물로 처리한 행위는 명확히 폐기물관리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은 감염 등 우려가 있는 의료폐기물은 전용 용기에 담아 생활폐기물과 따로 처리하도록 규정한다. 깁스 역시 혈액 등으로 오염된 것은 의료폐기물로 처리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요양병원의 의료폐기물 부실 관리 문제가 다시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에도 요양병원이 의료폐기물을 전용 용기에 담지 않거나 일반폐기물과 혼합 배출하는 사례가 여러 차례 적발됐다. 2021년 대구시는 대형병원(100병상 이상) 5곳이 의료폐기물 배출 기준을 위반한 사실을 적발했다. 한 병원은 의료폐기물 20상자 이상을 병원 내부나 보관 창고에 방치했다가 적발됐고, 또 다른 병원은 전용 용기에 보관해야 하는 ‘사용 후 주삿바늘’을 다른 폐기물과 함께 배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병원 대부분은 배출자가 의료폐기물 배출 시 준수사항을 숙지하지 못하거나, 인력 부족 등으로 관리를 소홀히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요양병원 특성상 감염병 환자의 분비물·배설물이 묻은 일회용 기저귀 등도 쏟아져 나오는데, 처리 비용을 아끼기 위해 생활폐기물로 배출하다가 적발되는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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