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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에 밀려난 ‘도하 참사’에 눈물…연예인급 인기 日 감독 모리야스

2026.06.19 18:27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출연한 일본 TV 광고. 유튜브 캡쳐
“제 이름은 모리야스 하지메(森保一). 구글 픽셀(Google Pixel)을 쓰고 있습니다.”
파란 정장의 중년 남성이 한 손엔 축구공, 다른 한 손엔 구글폰을 든 채 카메라를 바라본다. 주인공은 북중미 월드컵에서 일본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다.

요즘 일본 TV와 거리 광고에서 그의 얼굴을 보는 일은 어렵지 않다. 구글뿐 아니다. 호텔 객실에서 세계 정상 도전의 각오를 편지에 적는 모습(아파호텔), 대표팀을 이끌며 겪은 영광과 좌절을 말하는 모습(기린 커피) 등 다양한 모습이 등장한다. 모리야스 감독을 다룬 다큐멘터리까지 방영될 정도다.
번화가에선 맥주를 든 그의 사진이 인기 연예인들과 나란히 걸려 있다.

대한축구협회의 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 전술 비판, 여론의 냉담한 시선 속에서 월드컵을 맞고 있는 홍명보 감독과는 180도 다른 처지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33년 전 희비가 180도 엇갈리던 순간, 한·일 양국을 대표해 그라운드에 서 있었던 전력이 있다.

도쿄 시부야 거리에 걸려 있는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기린 맥주 광고. 유성운 기자
1993년 도하-모리야스의 비극, 홍명보의 기적
1993년 10월 28일 카타르 도하.
1994 미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일본은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최종전을 앞두고 일본은 승점 5점, 한국은 승점 4점. 일본은 이기면 자력으로 본선 진출이 확정되는 상황. 반면 한국은 북한을 이기고도 일본이 이라크를 꺾지 못 해야만 본선에 갈 수 있었다.

일본은 이라크와의 경기에서 후반 45분까지 2-1로 앞서면서 본선 진출이 눈앞에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추가시간 1분, 이라크 자파르 오란의 헤딩은 통한의 동점골이 됐다. 당시 그 골을 도운 센터링을 막기 위해 뛰어오른 선수가 수비형 미드필더 모리야스였다. 본선 진출이 좌절된 순간, 모리야스 감독은 주저 앉고 말았다.
같은 시각, 북한을 꺾고 일본의 경기 결과를 확인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환호했다. 그 자리에 홍명보 선수가 있었다.

일본에겐 ‘도하의 비극’, 한국에겐 ‘도하의 기적’이라고 불린 경기다. 모리야스는 훗날 “더 붙어서 막을 수 없었을까 하는 후회가 남았다”고 했다. 경기 뒤 호텔로 돌아와서는 월드컵 진출 좌절에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출연한 일본 TV 광고. 유튜브 캡쳐
이 때 구사일생으로 미국 월드컵 무대를 밟은 홍명보 감독은 스페인전(2-2)과 독일전(3-2)에서도 추격골을 터뜨리며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수비수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주장 완장을 차고 4강 신화를 써내려가며 꽃길을 걸었다.

2002년 6월 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일월드컵 8강전 스페인과의 승부차기에서 결승골을 넣고 기뻐하는 홍명보 선수. 중앙포토
평범했던 모리야스, 감독으로 빛나다
반면, 모리야스 감독은 선수 시절 스타와 거리가 멀었다.
1987년 실업팀 마쓰다 축구클럽에서 시작했고, 1992년 대표팀에 처음 뽑혔을 때는 동료들이 그의 이름을 제대로 몰랐을 정도였다고 한다.
당시 일본 대표팀에는 ‘카즈’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미우라 가즈요시(三浦知良), 이하라 마사미(井原正巳), 라모스 루이 같은 스타들이 있었다.
선수 생활의 마무리도 화려하지 않았다. 베갈타 센다이에서 마지막을 보냈고, 팀이 J2로 강등된 뒤 방출돼 2004년 은퇴했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온 것은 지도자가 되면서다.
산프레체 히로시마 유소년 코치와 일본 연령별 대표팀 코치를 거친 그는 2012년 히로시마 감독에 올랐다. 첫해 곧바로 구단 역사상 첫 J1 우승을 이끌었고, 2013년과 2015년에도 정상에 섰다.
선수로서는 정상과 거리가 멀었던 그는 감독이 되어 J리그에서 세 차례 우승컵을 들었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출연한 일본 TV 광고. 유튜브 캡쳐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직후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고,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독일·스페인과 한 조였던 ‘죽음의 조’ E조를 1위로 통과하면서 명장 반열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도 일본 대표팀(모리야스재팬)에 대한 기대가 상당한 수준이다.
산케이리서치&데이터가 월드컵 개막 직전 15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서는 일본 대표팀이 8강 이상에 오를 것이라는 응답이 62.1%에 달했다. 8강 33.2%, 4강 21.4%, 우승 7.5%였다.

일본의일본 대표팀의 오가와 고키와 스가와라 유키나리가 14일 네덜란드 전에서 가마다 다이치의 두 번째 골이 들어간 뒤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은 14일 북중미 월드컵 F조 1차전에서 유럽 강호 네덜란드와 2-2로 비겼다. 승리는 놓쳤지만 두 차례 끌려가고도 따라붙은 경기 내용에 일본 언론과 팬들의 반응은 “잘 싸웠다”며 호의적이다.

일본 공격의 에이스 미토마 카오루(三笘薫) 선수가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빠지고, 중원의 핵심 구보 다케후사(久保建英) 선수가 네덜란드와 경기 중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도 거둔 결과이기도 하다.
모리야스 감독은 경기 후 기자들과 만나 “승점 1 이상의 가치가 있는 무승부”라고 평가하면서도 “승점 1에는 전혀 만족하지 않는다”고 했다.

모리야스 감독에 대해 일본 언론의 한 기자는 “모리야스 감독은 외국인·일본인 감독을 막론하고 흔히 보이는 ‘위에서 찍어누르는 방식’이 아니라, 선수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지금의 일본 선수들이 세계와 싸우기 위한 최적의 축구를 찾아가는 스타일”이라며 “그랬기 때문에 강호들과도 맞설 수 있는 일본 대표팀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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