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자작극' 의혹 정이한, 학적도 논란… 개혁신당 부실 공천 도마에
2026.06.19 14:00
지난 6·3 지방선거 때 '피습 자작극'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고교 시절에도 출석·학적 관련 논란에 휩싸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의 한 사학재단 이사장을 지낸 부친의 후광 아래 사실상 학교에 다니지 않고도 학교생활기록부가 정상 출석으로 조작됐다는 의혹이다.
앞서 주간조선은 정이한 전 후보가 6·3 지방선거운동 도중 음료테러를 당했다는 주장이 후보 측이 꾸민 자작극이었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지난 6월 17일 온라인판으로 단독 보도한 바 있다.
정이한 전 후보의 부친 정모씨는 부산 의료계와 교육계에 두루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인물이다. 부산대 의대 출신으로 1994년 부산진구 부전동에 자신의 이름을 딴 안과를 개원한 뒤 2010년 7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을 설립, 재활요양병원(500병상), 건강검진센터까지 거느린 지역 굴지의 병원그룹으로 키워냈다. 지난 4월 27일 부산 금정구에서 선거운동 중 지나가던 운전자가 차창 밖으로 던진 음료를 맞았다고 주장한 정이한 전 후보가 길바닥에 쓰러져 실려갔던 곳도 그의 부친이 운영 중인 병원 응급실이었다.
정 전 후보의 부친 정씨는 의료계 활동에 그치지 않고 부산 YMCA 이사장, 비영리 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 이사장 등을 역임하며 부산 지역 사회에서 폭넓은 영향력을 구축했다. 부산지역 의료계에서 영향력을 키운 정씨는 정치권에도 발을 들였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 공천을 신청했다가 1차에서 탈락했고,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부산진구갑 지역구에 공천을 재신청했으나 공천에서 배제되자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바 있다. 아들인 정이한 전 후보 역시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재선·부산 금정구) 보좌진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정이한, 부실 학적 논란 불거져
주간조선 취재를 종합하면, 정 전 후보의 부친 정씨는 병원그룹을 일구기 전인 2006년, 부산의 사학법인인 브니엘학원(현 정선학원) 재단이사장직을 맡았다. 브니엘학원은 브니엘고·브니엘여고·브니엘예술중·브니엘예술고 등 4개교를 운영하는 부산의 사립 기독교학교 법인이다. 정씨가 이사장으로 있던 2006년 6월경, 아들 정이한 전 후보는 미국 데이비드 힉맨 고교에 재학하다 자신의 부친이 이사장으로 있던 브니엘고 3학년에 편입학했다.
정작 편입학한 정씨는 1주일을 제외하고는 학교에 출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출석부에 이름조차 올리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정씨의 학교생활기록부에는 수업일수 90일, 결석·지각·조퇴 전무로 기재돼 있었다. 당시 3학년 과목 담당 교사들이 정씨의 성적을 산출하는 것을 끝까지 거부했고, 결국 학교 측은 같은 해 12월 22일 정씨를 자퇴 처리했다. 그럼에도 이 고교의 2007년 졸업앨범에는 자퇴처리된 정씨의 사진이 실렸다.
특히 정씨는 브니엘고에 학적을 두고 있던 2006년 9월부터 미국 웨이크포레스트대학에 재학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자퇴 전까지 이중학적을 보유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결국 이 같은 의혹은 2008년 11월 한 언론 보도를 통해 공론화됐고, 부산시교육청은 감사에 착수해 학생부 허위기재에 관여한 정씨의 담임교사 강모씨를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이후 강씨는 재판에 넘겨졌고, 부산지법은 "미국 대학에 다니고 있던 당시 재단 이사장의 아들(정이한)이 국내 고교 졸업 학적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 학교생활기록부를 거짓으로 기재했다"는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정해 담임교사 강씨에게 징역 6월에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나름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초범인 점과 20여년간 교사로 성실히 근무한 점을 참작했다"는 것이 법원 측이 밝힌 양형 이유였다.
하지만 법원 판결 이후에도 해당 사안은 지속적으로 학교 안팎에서 문제가 됐고, 2008년에는 '브니엘학원 정상화를 촉구하는 모임'이 총동창회·학부모회·전교조 부산지부 등과 함께 시민 300여명의 서명을 받아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당시 모임 측은 "이사장 아들을 위장 편입학시키고 불법적으로 졸업시키려 했다"며 "교육청이 두 차례 감사를 했음에도 솜방망이 징계로 끝냈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눈길을 끄는 것은 논란이 제기된 상태에서도 교사 강씨가 브니엘예술중 교감으로 승진했고, 이후 브니엘고 교감까지 맡았다는 점이다. 강씨는 정이한 전 후보의 부친이 설립자인 비영리 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의 이사를 겸하기도 했다. 정이한 전 후보의 부친 정씨는 지금도 그린닥터스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준석 "부산 시민 여러분께 죄송"
한편 부산 금정경찰서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허위사실공표·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거 다음날인 6월 4일에 정 전 후보 캠프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국가정보원도 이 사건이 정치테러였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별도 조사를 벌였다. 사건 당일 정 전 후보에게 음료를 투척한 인물은 평소 알고 지낸 헬스트레이너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후보가 입원한 병원은 의료법 위반으로 피고발됐다.
정 전 후보의 '피습 자작극' 의혹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별다른 성과를 못 낸 개혁신당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 전 후보는 현재 개혁신당을 탈당한 상태다.
이와 관련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지난 6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이한 전 후보 관련 사건에 대해 국민 여러분, 특히 부산 시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공개 사과했다. 이 대표는 "수사기관이 공개하고 언론이 보도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중대한 선거범죄"라며 "당 자체 진상조사단을 가동해 정 전 후보에게 최고 강도의 민·형사상 책임을 엄정히 묻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다만 정 전 후보가 고교 시절 학적 논란까지 불거졌던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개혁신당의 후보 검증 과정이 부실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재수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현 부산시장 당선인)와 박형준 당시 국민의힘 후보 간에 치열한 여야 접전 양상으로 펼쳐졌던 지난 6·3 부산시장 선거에서 정이한 전 개혁신당 후보는 완주를 강행해 득표율 1.56%(2만7418표)로 3위를 기록했다. 정이한 전 후보는 당시 TV토론 과정에서 사전협의 없이 경찰용 '거짓말 탐지기'를 반입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한편 주간조선은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정이한 전 후보 측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별다른 답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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