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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수사권 없애자는 與 폭주, 개혁 아닌 위험한 도박"

2026.06.19 13:00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인터뷰] 정지웅 변호사·전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 
"민주당 강경파, '검찰 죽이기'에만 골몰…국민 고통과 사법 현실 외면"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이하 추진단) 자문위원회가 공중분해됐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필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도출을 목전에 두고 자문위원장을 비롯한 8명은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공개적인 우려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초대 위원장을 맡았던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3월 중도 사퇴하며 '국민을 위한, 제대로 된 개혁을 해달라'고 호소한 것과 다르지 않은 일침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지웅 변호사는 "2025년 10월 자문위 위촉장을 받은 후 고난의 8개월을 보냈다"며 "부작용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보완 대책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검찰 죽이기'에만 집착해 폭주하는 정파적 입법은 제도 개혁이 아닌 국민을 위협하는 위험한 도박"이라며 참담함을 드러냈다. 시사저널은 6월15일 정 변호사를 만나 검찰 개혁안과 보완수사권 존치 논란 등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시사저널 박정훈


"자문위 의견, 정부안에 제대로 반영 안 돼"

자문위원단에서 물러나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개혁은 특정 조직이나 단체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권력의 일시적인 프로젝트로 끝나서도 안 된다. 그러나 현재의 검찰 개혁은 그렇지 못하다. 자문위원들의 전문적 의견이 정부안이나 국회의 입법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현실을 매번 마주해야 했다. 공소청법, 중대범죄수사청 법안 등 주요 쟁점을 두고 자문위에서 심도 있게 검토한 내용이 정부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특정 입장에만 치우친 법안이 통과됐고, 형사소송법 개정안 역시 반드시 필요한 보완책마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확정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부에서 '형식적 숙의'를 했다는 의미인가.

"추진단이 민주당 강경파를 중심으로 한 정치적 속도전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본다. 자문위 내부에서 현장 실무자들과 학계가 제기한 구체적인 부작용과 보완 대책은 입법 과정에서 철저히 외면당했다. 국회는 '검찰 수사권의 전면 박탈'이라는 정파적이고 외형적인 목표에만 매몰돼 당장 10월2일부터 기능적으로 제대로 작동해야 할 형사사법 시스템 자체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 무책임하다."

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도 사라지게 된다. 자문위에서 부작용과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었고 근거는 무엇인가. 

"세무, 관세, 환경, 노동 등을 담당하는 특사경은 일반 경찰과 달리 행정공무원들이다. 이들은 행정 전문성은 뛰어날지 몰라도 형사소송법상 강제수사 요건이나 적법절차, 인권보장 원칙에 대한 법률 훈련이 충분하지 않다. 때문에 그동안 검사의 수사지휘는 부실수사와 인권침해를 걸러내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민주당 수정안은 아무런 대안 없이 파란색, 빨간색 삭선으로 이 지휘권 문구를 통째로 지워버렸다. 지우기만 있고 대안은 없다. 이렇게 되면 특사경의 인사권을 쥔 지자체장이나 장관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수사권을 전횡할 수 있는 여지가 열린다. 검찰의 정치수사를 막하겠다더니, 도리어 행정권력이 좌지우지하는 새로운 하수인들을 키운 꼴이다. 법 통제가 사라져 위법 수사가 판치면 결국 돈없고 빽없는 국민들만 억울한 피해자가 된다."

검찰의 기능이 새로 출범하는 중수청과 공소청으로 이관된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검찰 개혁을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와 민주당은 우리 사회의 '범죄'라는 하수(下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답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경찰과 검찰이라는 1·2차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이를 처리해 왔다. 1차에서 거르고 미진한 부분은 2차에서 직접 보완해 정화하는 구조다. ​그런데 지금 진행되는 개혁의 방향은 2차 처리장을 셧다운하고, 신설되는 공소청 검사에 최소한의 '제한적 보완수사권'조차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

앞으로 국민은 범죄라는 하수가 사방으로 역류하는 사회에서 살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미 1차 처리장인 경찰은 고소·고발 전건 접수와 업무 폭탄으로 1인당 사건 수가 5년 새 23%나 폭증했다. 견디다 못한 현장 수사관들이 줄퇴사하고 수사 경과를 자진 반납하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과부하가 누적돼 처리장이 터져 버리면 결과는 참담하다. 범죄자들은 처벌받지 않고 활개 치고 억울한 피해자들은 구제받지 못해 발을 구르는 무법지대가 눈앞에 와 있다. 정치적 이유에 함몰돼 현장의 비명과 시스템의 처리 용량을 무시하는 정책은 개혁이 아니라 형사사법 시스템 붕괴다."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은 반드시 필요하다. 수사와 기소는 칼로 물 베듯 단절된 절차가 아니다. 국가의 형벌권을 적정하게 실현하기 위한 유기적 과정이다. 법률 전문가인 검사가 송치된 기록을 보며 진술의 임의성, 증거의 신뢰성, 추가 범행이나 공범 유무를 직접 확인하고 보완할 수 있어야만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다. 만약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전면 금지하면 성범죄·아동학대·민생부패 범죄 등에서 1차 수사가 미진했을 때 이를 바로잡을 기회가 사라진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당권 경쟁 속에서 정청래 대표는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는 사법 현장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전형적인 입법 독주다. 검사의 손발을 다 묶어놓고 서류만 왔다 갔다 하는 '보완수사요구권'만 남기겠다는 것은 사법 실무를 마비시키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현재도 검사의 요구를 경찰이 거부하거나 뭉개는 사례가 빈발하는데, 통제 장치도 없이 요구권만 두면 사건이 표류하는 '수사 핑퐁'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된다. 검사가 직접 확인하면 단 하루 만에 끝날 간단한 확인 사항조차 진술을 증거로 쓰지 못하게 막고, 기계적으로 다시 경찰로 내려보내야 한다면 사건처리는 무한정 지연된다. 증거는 멸실되고 피해자의 고통은 길어지게 된다."

'10월 이후' 초래될 후폭풍에 강한 우려

검찰 개혁은 처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서의 시즌1 개혁 이후 법률 현장 변화는 어땠나.

"부작용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수사 장기화와 장기 미제 사건의 폭증은 일상이 됐다. 고소를 해도 첫 조사를 받기까지 수개월이 걸리고, 검경 사이에서 사건이 빙빙 돌며 해를 넘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범죄자들에겐 형사처벌을 유예받는 면죄부가 되고, 피해자들에게는 공적인 피해 회복이 지연되는 고통의 지옥이 열린 셈이다. 2021년 수사권 조정의 부작용이 명백히 증명됐음에도 개선은커녕 오히려 문제를 더 심화·고착화하는 방향으로 폭주하는 작금의 현실이 참담할 뿐이다."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이 아니라는 의미인가.

"수사-기소 분리 원칙의 본질은 소추와 수사기관을 나눠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게 함으로써 특정 기관의 권력 집중과 확증편향을 막는 데 있다. 그런데 지금의 개정안은 오로지 '검찰 죽이기'라는 외형적 수단에만 집착한 나머지 그로 인해 발생할 사법적 공백과 국민의 눈물은 완전히 외면하고 있다. 공소 제기 여부를 책임지는 소추기관에서 사실관계를 점검하고 증거를 확보하는 최소한의 기능조차 빼앗는 것은 형사사법의 기본 체계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범죄 피해자는 신속한 구제를 받지 못하고, 피의자는 불안정한 법적 지위가 장기화된다. 과연 누구를 위한 인권 보호이고 누구를 위한 개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해보고 안 되면 고치자'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기도 했는데.

"형사사법 체계는 우리 사회 공동체를 지탱하는 마지막 보루이자 복잡한 인간의 신체 구조와 같다. 충분한 진단과 완벽한 설계 없이 배를 먼저 갈라놓고 나중에 꿰매며 보완하겠다는 것은 환자를 죽이겠다는 의미다. 통과된 법안들의 부작용이 눈에 빤히 보이는데도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식의 태도는 주권자에 대한 오만이자 직무유기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오는 10월 중수청 개청 지연 가능성을 거론했다.

"예견된 졸속 입법의 대가다. 당장 10월2일이 되면 대형 중대범죄를 수사할 주체는 증발하고, 민생 범죄는 보완수사 금지로 인해 거대한 사건 핑퐁의 늪에 빠질 것이다. 준비 안 된 개혁이 가져올 사법 공백의 크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10월 이후 시스템의 오작동으로 인해 억울해서 눈물 흘리는 국민이 단 한 명이라도 나온다면 졸속으로 제도를 망친 자들을 기억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검찰 개혁 방향을 제시한다면.

"수사·기소의 분리나 전관예우 차단이라는 대원칙과 큰 방향성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기능적으로 작동하는 진짜 개혁을 하려면 세 가지 대안이 즉시 도입돼야 한다.

첫째,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고 범위와 책임을 명확히 규정해 경찰이 수사를 뭉개지 못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둘째, 경찰의 무혐의 종결권 남용을 막고 사회적 약자가 사법 구제 밖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전건송치 제도'를 전면 복원해야 한다. 셋째, 특사경에 대한 법률 전문가 집단의 지휘·감독 및 수사심의위 외부 통제 장치를 촘촘하게 재설계해야 한다.

개혁의 절대적인 기준은 오로지 주권자인 국민뿐이다. 정치적 선명성 경쟁을 멈추고 현장의 실무 데이터와 목소리에 기반한 실사구시적 합의안을 도출하는 것만이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구하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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