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이' 없앤 워시 연준의장…금리는 인하 아닌 인상 쪽으로
2026.06.19 11:14
케빈 워시 연준의장이 FOMC 데뷔 무대를 짧고 굵게 넘겼습니다.
실제로 성명서는 기존보다 훨씬 짧았고 기자회견도 짧았고, 화법도 짧은 문장으로 치고 나가는 모습이었죠.
워시 의장의 키워드는 '변화'였는데요.
연준 시스템과 시장과의 소통 메커니즘을 다 뜯어고치겠다고 예고했는데, 한마디로 그동안 시장에 혼란을 주던 시그널, 깜빡이를 더 이상 켜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바꿔 말하면, 허둥지둥 수습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거죠.
달라질 연준, 정광윤 기자와 전망해 보겠습니다.
먼저, 기준금리는 유지했죠?
[기자]
미 연준은 현지시간 17일 기준금리를 현 3.5~3.75% 수준으로 동결했습니다.
올 들어 4회 연속 유지한 건데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여전히 상회하고 있다"며 "에너지 등 일부 공급 충격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제전망에서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실히 드러났는데요.
개인소비지출, PCE 가격지수 상승률을 올해 말 3.6%로 전망해 석 달 전 2.7%에서 대폭 상향했습니다.
게다가 에너지·식품 등을 제외한 근원 PCE 상승률도 3.3%로 내다봐, 물가압력이 중동발 유가충격에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는 2.2%로 소폭 낮추는데 그쳤는데요.
성명문에서 "중동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경제활동이 견조한 속도로 확장 중이고, 생산성 증가와 자본투자가 활발하며 노동시장도 양호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앵커]
연준위원들의 금리전망에는 큰 변화가 있었어요.
인상 쪽으로 방향을 틀었죠?
[기자]
FOMC 위원들이 이번에 예상한 올해 말 기준금리 중간값은 3.8%로, 연내 한 차례 인상 가능성을 나타냈습니다.
앞서 지난 3월엔 3.4%로 1회 인하를 전망했었지만 방향이 뒤바뀐 겁니다.
각 위원들 전망치를 표시한 점도표를 보면 '인하'는 단 한 명에 불과해, 석 달 전 12명에서 급감했습니다.
반면 '동결'은 8명으로 한 명 늘었고, 아예 없었던 '인상'이 무려 9명이나 새로 등장했는데요.
심지어 이 가운데 2회 인상이 5명, 3회 인상도 1명 있었습니다.
[앵커]
하이라이트는 케빈 워시 연준의장의 첫 기자회견이었는데 매파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와요?
[기자]
워시 의장은 "연준의 궁극적 목표는 물가 안정이고, 이를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거듭 다짐했습니다.
"높은 물가가 미국 국민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며 "인플레 목표치인 2%에 5년째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바로 잡겠다"고 강조했는데요.
인플레 목표치를 상향하는 등 타협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도 "현재로선 재검토할 이유가 없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연준의 신뢰도 유지를 위해선 일단 기존 목표부터 달성하는 게 우선이라는 겁니다.
다만 현 금리 수준이 긴축적이라고 보는지에 대해선 "주택, 금융시장 등 분야별로 효과가 고르지 않다"며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앵커]
금리 인하를 줄곧 요구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한 인물이라 연준 독립성이 관건이었는데, 결과는 달랐네요?
[기자]
백악관 금리인하 압력으로 불거졌던 연준 내 편 가르기가 오히려 잦아든 양상입니다.
금리결정에 처음 참여한 케빈 워시 의장을 비롯해 12명 모두 동결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지난해 6월 이후 딱 1년 만에 만장일치가 나왔습니다.
여기엔 트럼프 대통령 금리인하 지시를 충실히 반영하던 스티븐 마이런 전 연준이사가 사임한 영향이 큰데요.
워시 의장에게 이사자리를 내주기 위해 지난달 물러났습니다.
마이런 전 이사는 지난해 9월 취임 이래, 매 회의마다 동료 위원들 의견과 동떨어진 수준의 금리인하를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진 바 있습니다.
그에 반해 워시 의장은 금리인하 기대감을 등에 업고 지명되긴 했어도, 마이런 이사처럼 '나홀로' 행보를 강행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셈입니다.
[앵커]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앞으로 시장에 내놓는 메시지는 줄이겠다는 거예요?
[기자]
워시 의장은 '작은 연준'에 대한 본인 신념을 드러냈습니다.
"성명서는 더 짧고, 단순해졌다"며 "일부 오래된 표현을 삭제하고, 최선의 사실만 제시했다"고 말했는데요.
실제로 직전 FOMC 성명서는 300개 넘는 단어로 이뤄졌지만 이번엔 절반 이하로 대폭 줄었습니다.
특히, "금리 목표에 대한 추가 조정 범위와 시기를 고려할 때"라는 향후 금리인하 여지를 시사하는 문구도 사라졌습니다.
이른바 포워드 가이던스, 선제적 지침을 없앤 건데 워시 의장은 "현 정책 환경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시장이 연준을 볼게 아니라 연준이 시장을 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금융시장이 연준 발언 대신 실물경제에 주목할 때 더 정확한 가격을 반영할 수 있고, 이 가격이야말로 통화정책 결정에 필요한 정보라는 겁니다.
또 이런 견해에 따라 자신은 점도표 등에 금리전망치를 내놓지 않았지만 "관행에 따라 동료들에겐 계속 그렇게 할 것을 권장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시장이 연준을 보는게 아니라, 연준이 시장을 본다' 이게 핵심인 것 같은데, 이를 위한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어요?
[기자]
워시 의장은 태스크포스를 여럿 구성해 올 연말까지 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연준의 소통과 데이터 활용 방식, 대차대조표 축소, AI 관련 생산성·고용 영향 평가, 인플레이션 대응체계 등 총 5개 부문 과제를 제시했는데요.
경직된 목표를 내세우기보다는 다양한 의견에 열려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연준 내 갈등을 유발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로이터는 또 "워시 의장이 당분간 본인이 트럼프 대통령 기대만큼 비둘기파가 아니라는 점을 드러내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워시 의장의 첫 금리동결 결정에 대해 "괜찮다.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에 대해선 "믿기 어렵다.
경제를 침체시킬 뿐"이라며 "지금 연준에 아주 훌륭한 사람이 있으니, 그의 뜻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시장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다음 달 FOMC 금리인상 전망은 19일 기준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주일 전, 한 달 전까진 한 자릿수에 불과했는데, 예상보다 강경한 매파적 발언에 4배 넘게 오른 겁니다.
연준 발표 직후 오는 9월~10월까지 1회 인상이 사실상 확실시되면서 2년물 국채 금리가 4.2%대로 급등해 1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심지어 연말 기준으론 2회 인상 전망이 1회 인상을 앞질렀습니다.
시장에선 이미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금리 긴축 기조에 본격 접어들었다고 보는 분위기입니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 16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1년 만에 1%로 올렸고, 추가 인상이 예상되는데요.
유럽중앙은행 역시 지난 11일 금리를 올리면서 "이란 전쟁이 끝나도 물가 충격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앵커]
정광윤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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