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월드컵, 오프사이드는 AI가 판정… 감독은 AI에 전술 묻는다"
2026.06.19 10:47
2026 북중미 월드컵, 거대한 기술 실험장 되다
“더 뛰어난 영상, 더 빠른 판정,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결과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6’에서는 다소 뜻밖의 인물이 무대에 올랐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그 주인공.
세계 최대 IT 무대에 축구계 수장이 등장한 이유는 분명했다. 이제 월드컵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AI(인공지능)와 클라우드, 빅데이터 기술이 집결하는 거대한 기술 플랫폼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판티노 회장은 이날 “2026 북중미 월드컵은 지구상에서 펼쳐지는 가장 위대한 쇼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의 자신감 뒤에는 AI가 있다. 공인구 안에 탑재된 센서가 핸드볼 여부를 감지하고, AI가 오프사이드 판정을 돕고, 감독들은 생성형 AI에 상대팀 공략법을 묻는다. 선수와 감독, 심판이 주인공이었던 월드컵에 이제 AI가 새로운 플레이어로 등장한 것이다.
실제 이번 월드컵은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첫 월드컵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테크 업계에서는 이번 차세대 AI 기술의 성능과 확장성을 검증하는 지구촌 최대 규모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픽=김의균
그래픽=김의균
공인구 안에 들어간 ‘전자 심장’… 초당 500회 움직임 감지
이번 대회의 첨단 기술은 공인구 ‘트리온다(Trionda)’에서부터 시작된다. 외형은 축구공이지만 내부는 첨단 센서 장비에 가깝다. 아디다스는 공 내부에 관성측정장치(IMU)를 탑재했다. 이 센서는 초당 500회(500Hz) 속도로 공의 가속도와 회전 등 움직임 데이터를 수집한다.
덕분에 선수 신체와 공이 접촉한 순간을 정밀하게 기록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비디오 판독 화면을 통해 심판이 직접 판단해야 했던 핸드볼 여부도 보다 객관적인 데이터로 검증할 수 있게 된다.
아디다스가 공을 추적한다면, FIFA의 공식 기술 파트너인 레노버는 선수들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추적한다. 레노버는 본선에 진출한 48개국 대표팀 선수 1248명 전원의 신체를 초정밀 스캔해 AI 기반 3차원(3D) 아바타를 생성한다.
각 선수들은 대회 직전 단 1초 동안 전신 스캔을 받는다. AI가 이를 바탕으로 실제 키와 체형, 얼굴, 헤어스타일까지 반영한 디지털 아바타를 실시간으로 빚어낸다.
이 기술은 고도화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시스템(SAOT)’에 그대로 녹아든다. 오프사이드 의심 상황이 발생하면 AI가 수 밀리초(ms) 안에 상황을 분석하고, 결과는 심판진에게 즉시 전달된다.
팬들의 보는 재미와 신뢰도도 높아진다. 기존의 딱딱한 선과 점 위주 그래픽 대신, 실제 선수 움직임을 재현한 3D 애니메이션이 전 세계 중계 화면에 표시될 예정이다. FIFA는 이를 통해 비디오판독(VAR) 검토 시간을 혁신적으로 줄이고, 판정의 투명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래픽=김의균
그래픽=김의균
“메시를 막는 최적의 방법은?”… 감독들의 AI 전술 참모
이번 대회에서는 축구 전용 생성형 AI 플랫폼인 ‘풋볼 AI 프로(Football AI Pro)’도 사상 처음으로 필드에 도입된다. 레노버가 개발한 이 시스템은 FIFA가 보유한 수백만 건의 누적 경기 데이터와 2000여 개의 전문 분석 지표를 학습한 생성형 AI 기반 전술 분석 플랫폼이다. 개별 선수의 순간 최고 속도부터 복잡한 빌드업과 패스 차단 패턴까지 모두 분석해 낸다.
각 팀 감독과 전력분석관은 훈련장과 락커룸에서 “리오넬 메시를 가장 효과적으로 봉쇄했던 수비 조합은 무엇인가”, “상대 팀의 수비를 공략하기 위한 최적의 전술은 무엇인가”와 같은 복잡한 질문을 사람에게 하듯 자연어로 입력할 수 있다. AI는 단순 텍스트 보고서뿐만 아니라 맞춤형 영상 클립, 전술 그래픽, 3D 시뮬레이션 형태의 시각적 해답을 즉각 도출한다.
특히 FIFA는 이 플랫폼을 48개 참가국 모두에 차별 없이 제공할 계획이다. 브라질·독일·프랑스처럼 수십 명의 전력 분석관을 거느린 축구 강국뿐만 아니라, 카보베르데나 퀴라소 같은 소규모 국가도 동일한 AI 분석 도구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인판티노 회장은 이를 두고 “축구 데이터의 민주화”라고 했다.
경기장 밖에서도 AI 전쟁… 글로벌 빅테크 총출동
경기장 안에서 AI가 룰을 바꾸고 있다면, 경기장 밖에서는 공식 스폰서가 아닌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월드컵 생태계를 겨냥한 물밑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구글은 주요국 축구협회 및 미디어 플랫폼과 손잡고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를 활용한 실시간 경기 스탯 분석과 맞춤형 하이라이트 요약 서비스를 유저들에게 제공한다. 동시에 유튜브 TV 인프라를 통해 48개국 확대로 늘어난 조별리그 동시 경기를 시청자가 한 화면에서 커스텀해 시청할 수 있는 ‘AI 멀티뷰’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메타는 AI 기반 사기 탐지 시스템을 풀가동해 월드컵 특수를 노린 가짜 티켓 판매 사이트, 허위 숙박 광고, 피싱 계정을 자동 차단하는 예방 기술을 적용한다. 또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주요 SNS 플랫폼에는 FIFA와 협력한 ‘소셜미디어 보호 서비스’를 탑재했다. 이 기술은 선수의 SNS에 달린 댓글을 AI가 3만개 이상의 혐오 키워드로 실시간 분석해 악성 댓글을 2초 이내에 자동 차단·숨김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스포츠 데이터 업계의 움직임도 발빠르다. 공식 데이터 파트너인 스태츠퍼폼은 자회사 옵타의 스포츠 AI 엔진을 통해 선수들의 실시간 패스 궤적과 ‘실시간 승률 예측(Live Win Probability)’ 등 고부가가치 빅데이터를 글로벌 미디어와 베팅 플랫폼에 공급한다. 과거 월드컵의 핵심 자산이 ‘중계권’이었다면, 이제는 ‘실시간 데이터 인프라’ 자체가 거대한 수익원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테크 업계에서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향후 스포츠 AI 산업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스포츠 AI 시장 규모는 2025년 12억2000만달러에서 2034년 50억1000만달러(약 7조62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위안칭 레노버 회장은 “AI 테크가 전면 지원하는 2026 FIFA 월드컵은 인류 역사상 가장 기술적으로 진보한 대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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