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 옆 반은 축구 보는데요?"…'자율 시청'에 속타는 교실
2026.06.18 16:37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수업 시간 중 축구 시청 여부가 명확한 지침 없이 교사 자율에 맡겨지자 학급마다 희비가 갈리며 교육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1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일선 학교 곳곳에서는 "우리 반은 축구 경기 왜 안 보여주나"라며 학급 간 차이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현재 교육 현장에서는 단체 관람이 협동심을 다지고 애국심을 높이는 교육의 연장선이라는 의견과, 면학 분위기를 저해하는 단순 '시간 때우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경기도 수원의 A고등학교 교장은 이 매체와 통화에서 "얼마 전 교감과 선생님들이 제게 와서 축구 경기 시청 여부에 대한 지침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치러진 조별리그 1차전 당시 일부 교실에서 단체 시청을 진행한 바 있으나, 최근 경북 예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축구 시청을 두고 찬반 논란이 불거지는 등 여론이 양분되자 허용 여부를 학교 차원에서 한 번에 결정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A고 교장은 "국가대표팀이 출전하는 경기이고 자주 열리는 대회도 아니기 때문에 애국심 차원에서 학생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응원하는 것 역시 협동심과 단합력을 기르는 교육적 명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반면, 수업 중에 영상을 보여줬다는 걸 촬영해 SNS에 올리거나 민원을 낼 수도 있기 때문에 섣불리 방침을 정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결국 해당 학교는 중계를 볼지 말지를 교사 개개인의 판단에 위임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문제는 이처럼 뚜렷한 기준 없이 교사 자율에만 맡겨질 경우, 축구를 보지 못한 학급 아이들이 느끼는 소외감이 커진다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 12일 1차전 당시 수원의 B초등학교 6학년은 전체 9개 학급 가운데 단 1개 반만 제외하고 모두 축구 경기를 시청했다. 성남의 C고등학교의 경우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해 전교생이 시청하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학사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을 염려해 공식 지침을 내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교육 당국은 교사의 자율성을 존중하되, 축구 시청을 각 과목의 교육 목표와 부합하는 지도를 연계하는 방안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하고 나섰다.
경기도교육청 중등교육과 담당자는 "학기별 교수학습 계획 범위 내에서 교사가 진도를 조정하되, 경기 시청에 교육적 의미를 잘 연결한다면 '시간 때우기'가 아닌 훌륭한 수업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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